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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은 왜 ‘복면가왕’이 되지 못했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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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은 왜 ‘복면가왕’이 되지 못했나?

 

지난 두 차례의 파일럿 방송에서 ‘쓴맛’을 본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이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왔다. 절치부심, 프로그램 구성과 진행 방식 등에 있어 대대적 수술을 마친 <슈가맨>이 20일 밤 정규편성 후 처음으로 시청자를 찾아왔다.

 

기존 ‘슈가맨을 찾아서’에서 ‘슈가맨’으로, 이름부터 간결해진 이 프로그램은 정규방송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주었다.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에 따라 산만했던 패널을 줄이고, 추적맨이 ‘슈가맨’을 찾는 과정 또한 과감하게 생략했다. ‘슈가맨’의 사연과 노래에 집중하기 위해 '슈가맨'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과정과 '슈가맨'의 전성기를 소개하는 토크도 매우 빠르고 압축적으로 흘러갔다.

 

이에 따라, ‘슈가맨’의 히트곡을 2015년 버전으로 재해석해 무대를 꾸미는 ‘역주행 송’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됐고, 토크쇼와 음악예능 사이에서 길을 헤맸던 프로그램의 정체성 또한 보다 뚜렷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100명의 방청객을 섭외했다는 점이다. 세대별로 구성된 방청객은 프로그램 말미 ‘역주행 송’을 듣고 더 마음을 움직인 노래에 직접 투표함으로써 승자와 패자를 결정지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현승민의 ‘잊었니’를 재해석한 유희열팀이 미스터투의 ‘하연겨울’을 리메이크한 유재석팀을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편곡도 좋았지만, 에이핑크 멤버들의 랩과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어서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슈가맨>이 음악예능을 지향한다는 점, 그리고 추억의 가수가 등장하고, 100명의 방청객이 직접 투표를 통해 경연의 승자를 가린다는 점은 자연스레 MBC <복면가수>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두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만, 경연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은 <복면가왕>의 그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른 프로그램의 장점을 흡수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 냈다면 모르겠으나, <슈가맨>은 이부분에서도 실패했다는 점이다. 우선, 시청률부터 살펴보자. 정규편성 이후 첫 방송된 이날 시청률은 전국 케이블유로가구 기준 1.340%를 기록했다. 파일럿 2회 때의 1.813%보다 오히려 하락한 수치다. 재정비를 통해 돌아왔지만, 시청자에게 그 어떤 기대감도 심어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아쉬운 점은 비단 시청률뿐만이 아니다. ‘역주행 송’의 편곡 방향도 지나치게 획일화됨으로써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날, '하얀 겨울'은 블랙아이드 필승이, '잊었니'는 신사동호랭이가 편곡을 맡았고, 노래는 각각 B1A4의 바로,진영과 에이핑크의 보미, 남주가 담당했다. 서정적이고 감성 가득했던 두 노래는 기계음와 랩이 들어감으로써 뻔하고 뻔한 ‘아이돌 음악’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방청객은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세대별로 모아놓고, 왜 ‘역주행 송’은 꼭 아이돌이 부르고, 편곡도 알앤비와 힙합 장르로 단순화시키는 것인지 모르겠다. 거창하게 ‘역주행 송’이라 이름 붙였건만, 방송 후 ‘역주행’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제작진은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산만하고 정신없었던 <슈가맨>은 정규 방송을 통해 군더더기를 덜어냄으로써 훨씬 밀도 높은 음악 예능으로 정체성을 찾았다. 100여명의 세대별 방청객을 통해 경연의 긴장감도 갖췄다. 남은 게 있다면, 이제는 노래와 음악을 통해 공감대를 자극하고 또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역주행 송’ 방향에 대해선 보다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복면가왕>에서는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추억의 가수도, 그리고 아이돌 멤버도 새롭게 조명 받고 주인공이 되는데, <슈가맨>에서는 왜 원곡 가수와 ‘역주행 송’을 부른 아이돌도 모두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일까. 정규 편성으로만 만족할 게 아니라면, 이제는 이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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