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킬러
국내도서>소설
저자 : 미즈하라 슈사쿠 / 이기웅역
출판 : 포레 201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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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사우스포 킬러’.


야구계에서는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와야한다”는 속설이 있을정도로 왼손투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런데 대체 왜 왼손투수를 노린단 말인가. 혹시 좌투수에게 어떤 원한이라도 있는 것일까?


미즈하라 슈사쿠의 <사우스포 킬러>는 승부조작스캔들에 휘말린 냉정한 좌투수가 본인의 무죄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본격 야구 미스터리다. 야구와 미스터리를 접목시켰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하필이면 소재가 승부조작이다.


자연스레 얼마전 국내 프로야구를 떠들석하게 했던 박현준, 김성현의 승부조작 사건이 떠오른다. 물론 일본 야구를 배경으로는 <사우스포 킬러>와 국내 야구 승부조작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좌투수’, ‘승부조작’, ‘미스터리’라는 세 단어는 국내 야구팬은 물론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수많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게다가 본격적인 야구 시즌이다. 야구의 계절에 야구와 관련된 미스터리는 대중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미스터리의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경기묘사는 발군


 

주인동 사와무라 와타루는 일본 최고 명문 인기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모델로 한 오리올스 소속 2년차 좌투수다. 마운드에서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냉정하기 그지없는 그는 뛰어난 두뇌를 소유했지만, 팀내 다른 선수들과는 융화되지 못하는 ‘주변인’이다. 하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뛰어나서 팀내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을 받는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폭행시비에 휘말리면서 급기야 ‘승부조작’ 누명을 쓰기에 이른다. 스캔들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언론은 사실보다는 선정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대중들로부터 ‘승부조작’ 선수로 낙인 찍힌 그는 2군행을 통보받는다.


이야기는 이제 사와무라가 자신을 누명에 빠트린 존재를 찾기 위해 조사에 나서며 본격적인 미스터리 장르의 공식을 따른다. 여러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크고 작은 복선들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사건과 범인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난다. 사와무라는 한걸음씩 자신이 휘말린 스캔들에 숨긴 진실에 다가가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왼손투수들이 연달아 어떤 사건사고에 휘말려 트레이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최종 배후는 바로 ‘사우스포 킬러’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종 범인이 밝혀지기 까지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말미에 이르러서 드러나는 ‘사우스포 킬러’의 존재는 누구나 한번쯤 의심해보게 되는 인물로, 사와무라와 같은 팀 소속의 노장 투수다.


사실 <사우스포 킬러>는 팀내에서 젊은 좌투수가 계속해서 사라질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일까?’ 라는 기초적인 질문만 던져도 범인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장르로서는 부족함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그 부족함을 채워주고도 남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야구 경기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다.

특히 투수인 사와무라가 마운드에 올라 느끼는 감정, 경기 진행 과정, 사와무라의 심리묘사 등은 실제 야구를 보는 착각마저 일으킬 정로도 생생하고 입체적이다.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는 그려낼 수 없는 ‘디테일’은 때때로 야구만화를 보는 느낌마저 자아낸다. 순간 순간마다 긴장감이 넘치고 투지가 느껴진다.

 

 

젊음을 질투하는 노장의 그릇된 욕망


 

사우스포 킬러’의 최종 배후 미우라는 한때 최고 투수라 불리울 정도로 실력과 인기를 겸비했던 노장 투수다. 비록 팀내에서는 ‘에이스’라 불리우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우라 본인 생각일뿐, 시대는 바뀌었다. 언제 트레이드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약해진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같은 팀 좌투수들을 계속해서 스캔들에 휘말리게 해 팀을 떠나게 만든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젊음에 대한 ‘질투’라고 그려내지만, 어찌보면 그것은 수컷 본연의 욕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는 영화 <은교>에서 보여지는 이적요의 욕망과도 맞닿은 부분인데, 육체적인 혹은 생물학적인 부분에 있어 나이든 수컷은 자연스레 젊음이라는 그 자체에 질투와 욕망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는냐가 문제 될 순 있어도 욕망 그 자체가 ‘악’이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젊음이 상이 아니듯, 늙음 역시 벌이 아닌건만, 때때로 세상은 나이든 사람을 ‘퇴물’취급하고, 그들의 욕망을 ‘주책’이라고 치부한다. 그런의미에서 젊었을때 최고의 자리에 올라본 미우라는 단지 시간이 지나 힘이 조금 떨어졌다고 자신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구단이나 관중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어필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직 쓸만하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미우라의 경우는 젊음에 대한 질투가 그릇된 욕망으로 표출되어 문제가 되었을 뿐, 그의 행동이 전혀 이해못할 수준의 광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사와무라 역시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했던 미우라에게 분노를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동정심을 갖게 되는데, 그런 사와무라의 감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마도 남자든 여자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젊음에 대한 욕망을 한주먹 안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끝으로 꼽고 싶은 명장면 하나. 사와무라가 무죄를 밝히기 위해 자신의 선수생명을 걸고 나선 선발피칭. 실제 야구 경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우연 등이 겹치고, 선발투수의 외로움과 책임감, 그리고 자존심 등이 감동으로 어우러진다. 이는 리얼리티와는 별개로 소설이라는 장르가 주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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