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아이돌 없는 <개콘>을 보고싶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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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대내외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장동건과 송승헌을 앞세운 SBS <신사의 품격>과 MBC <닥터진>이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며 <개콘>의 아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며, 지난 8일에는 KBS 새 노조가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개콘>의 수장 서수민 PD가 개혁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방송을 끝으로 '감사합니다' '풀하우스' '교무회의' '방송과의 전쟁' 등이 폐지됐으며, '산넘어 산' '박부장' 등 두 편의 새 코너가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기획 중인 새 코너들 또한 많은 상태로, 서수민 PD는 "매주 한가지 코너를 없애나갈 계획"이라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웃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개콘>의 제작진과 개그맨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연장 방송을 하거나 그 인기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콘>은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와 코너를 만들어내기 위해 온 힘을 쏟아 붓는 개그맨들의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무려 13년 넘게 시청자들로부터 한결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웃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기존 코너를 폐지하고, 새로운 코너를 매주 선보이는 <개콘>의 개혁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현재 <개콘>에는 이보다 더 시급한 해결과제가 있다. 바로 홍보성 게스트 남발과 개그의 흐름을 잡아먹는 '아이돌' 출연 문제다.

 

 

 

뻔히 예상되는 아이돌 출연...개콘답지 않다

 

 

 

<개콘>에서 아이돌 및 홍보성 게스트가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코너는 '생활의 발견'과 '감수성'이 대표적이다. 지난주까지는 '감사합니다'에도 아이돌이 종종 모습을 비췄으며, 다른 코너에서도 필요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출연이 이뤄지곤 했다.

 

 

 

 

 

 

 

 

문제는 아이돌의 출연이 극의 흐름이나 개그의 호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데 있다. '감수성'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감수왕 김준호, 대갈공명 김대희, 오랑캐 김지호 등이 음악과 함께 반전 멘트를 선보이는 것이 주요 웃음 코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홍보성 게스트가 초대되더니 최근에는 아예 아이돌이 노래를 홍보하는 코너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이때쯤이다' 싶으면 여지없이 복면을 쓴 오랑캐 혹은 신하가 등장하고, 결국 복면을 벗으면 최근 컴백한 아이돌이 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코너가 막을 내린다. 10일 방영분에서도 지나가 자신의 신곡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생활의 발견'은 또 어떤가. 송중근과 신보라의 생활공감형 개그로 사랑을 받던 '생활의 발견'은 이제 매주 게스트가 송중근의 여자친구 혹은 신보라의 남자친구로 등장하는 콘셉트로 바뀐 모양새다.     

 

 

최근 <미확인 동영상>이라는 영화를 찍은 배우 박보영이 지난주 이 코너에 등장했으며, 10일 방영분에서는 원더걸스가 나와 신곡에 맞춰 춤을 선보였다. 더 이상 '생활의 발견'은 일상 속 재치 있는 상황이나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아이돌의 발견'에 가깝다.

 

 

 

 

 

 

 

 

물론 예전에도 홍보성 게스트나 아이돌은 지속적으로 <개콘>에 출연해 왔다. '왕비호' 윤형빈이 코너 마지막에 '독설'을 빌미로 이들을 방송에 노출시켜 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개콘>의 인기가 높다 보니 발생하는, 어쩌면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영화를 홍보하든, 음반을 소개하든 필요에 따라 아이돌과 제작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어떤 형식으로든 방송에 노출될 수는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홍보의 목적으로 출연해 <개콘>을 '홍보 콘서트'로 바꾸어 버리면 시청자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개콘의 개혁? 아이돌보다는 무명개그맨부터 신경 써야

 

 

무려 13년이다. 타 방송사의 공개 코미디가 부진한 시청률을 견디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개콘>은 원조답게 지금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일등공신은 단연 개그맨들이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 땀방울이 지금의 <개콘>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누구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난 3월 4일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3일-개그콘서트 편>이 호평을 받은 까닭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개그맨들의 구슬땀 덕분이었다. 이날 방영분에서 개그맨들은 치열한 회의와 밤샘 연습을 거쳐 아이디어를 짜내는가 하면 선후배 할 것 없이 모든 개그맨이 새벽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신입 개그맨들은 "무대에 한 번 서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대사 한 마디 없이 소품을 옮기는 등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으로 감동을 안겼다. 몇몇 개그맨은 그토록 땀 흘려 준비한 무대가 재미없다는 이유로 통편집 당했으며,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다큐멘터리 3일을 통해 전달돼 시청자들로부터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저 웃고 즐기는 무대, 혹은 홍보를 위해 1~2분 머무르는 그 무대가 누군가에게는 일주일을 꼬박 바쳐야 설 수 있는 무대이며, 밤샘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개그맨들에게는 어쩌면 지금을 버티게 하는 희망이자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개콘>의 개혁 방향은 이제 조금 더 구체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코너 바꾸기를 넘어 더 많은 개그맨이 무대에 오를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매주 출연하는 아이돌과 게스트만 대신해도 출연 가능한 개그맨의 수는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무엇이든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아이돌은 무대에 섰을 때 가장 보기 좋다. 아이돌에겐 굳이 <개콘>이 아니더라도 <뮤직뱅크>가 있고, 드라마가 있고, 리얼 버라이어티가 있다. 오직 <개콘>과 시청자를 위해 일주일을 바치는 개그맨들을 위해, 제발 <개콘>만은 좀 내버려두자.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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