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잭 더 자이언트 킬러>, 원작 동화에 대한 재해석이 아쉽다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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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동화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기 마련이다. 비록 약간의 각색은 있을지언정 오랜 시간 동안 동화가 구전되어 내려져 온 까닭은 그 안에 담겨진 인간의 본성이 어느 시대에서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재해석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에 선과 악이 모두 담겨 있듯,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속엔 세상의 잔혹함과 인간의 욕심이 어떤 파멸을 불러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다만,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를 단순화시키고, 권선징악과 같은 주제의식을 부각시키기는 과정에서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 중심으로 후대에 전해질 뿐이다.

 

 

 

영화 <잭 더 자이언트 킬러>의 원작인 영국 동화 <잭과 콩나물> 역시 주인공 잭의 모험담으로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이 동화를 한꺼플 벗겨놓고 보면 잭은 콩나무를 타고 거인나라에 올라가 황금알을 낳는 닭과 스스로 연주하는 하프를 훔쳐 내려온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동화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잭의 왕성한 호기심과 모험심을 포장하고, 끝내 거인을 죽이게 된 잭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 오히려 훔쳐온 보물을 가지고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론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결말을 선보인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손에 의해 영화 <잭 더 자이언트 킬러>가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왜 잭이 거인나라로 올라가서 보물을 훔쳐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와 혹은 거인을 죽여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던 그럴듯한 개연성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 영화는 단순히 동화책을 3D 판타지로 구현한 영상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동화에 대한 재해석 보다는 화려한 영상미에 집중했고, 결국 원작 동화를 충실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놓는 데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마저도 다른 판타지 영화와 차별성을 갖지 못했고, 오히려 약한 스토리의 힘을 CG로 극복하려 했다는 비난마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브라이언 싱어와 이완 맥그리거 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임에 틀림없다.

 

물론 감독은 원작에 없는 이자벨 공주를 등장시킴으로써 잭이 콩나무를 타고 거인나라에 올라갈 수밖에 없는 충분한(?) 계기를 마련해줬다. 더불어 잭과 이자벨 공주의 로맨스를 앞세워 왜 인간과 거인의 한판 승부를 벌여야만 했는지도 나름 설득력있게 설명하려 했다. 문제는 애초 거인을 ‘악’으로 규정해 놓았다는 점이고,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완성한 거인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비호감’으로 비춰졌다는 데 있다. “왜 거인은 악일까?”라는 질문 앞에 영화는 어떤 대답도 내놓지 못한다.

 

게다가 나약한 인간과 초월적인 힘을 가진 거인과의 전쟁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왕관’의 존재는 판타지 영화가 갖는 일차적 재미인 ‘짜릿함’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인간과 거인의 전쟁이 절정에 다다르기도 전에 ‘왕관’이라는 절대적인 힘 앞에 모든 싸움이 완료되는 건 약간의 허무함마저 만들어 낸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데 오는 카타르시스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잭 더 자이언트 킬러>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지도 모른다.

 

애초 인간과 거인이 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는 거인을 이용하여 인간세계를 지배하려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었다. 탐욕은 바로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 탐욕에 맞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 역시 인간이다. 희생 역시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다.

 

 

조금만 시선을 비틀어서 인간의 내면에 탐욕과 희생이 공존하는 것처럼 거인들 역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존재로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호감형 거인과 비호감형 거인 등 거인들의 캐릭터도 다양해졌을 테고, ‘절대 왕관’에 의존해 인간과 거인의 전쟁이 허무하게 끝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엄마 아빠와 함께 영화를 보는 어린 친구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착한 거인을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건 거인들만 나오면 흉직하다며 고개를 돌리거나 잔인하다고 소리치는 상황이니….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끝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 그 오랜 시간 동안 하늘나라에 갇혀 살면서 인간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워 온 거인들은 왜 왕관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두지 않았을까? 왕관 따위 엿이라 바꿔 먹으라고 큰 소리 치는 반전을 기대했건만….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 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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