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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이순신 유인나, 밉상 캐릭터로 전락한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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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명품 드라마’로 불리는 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캐릭터가 ‘팔딱팔딱’ 숨 쉰다는 것이다. 여기서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는 의미는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이나 단순한 개성에 그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이며, 비중이 적은 조연이라 할지라도 그 캐릭터만의 ‘자기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 종영한 <내딸 서영이>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보영이 연기한 이서영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역을 맡은 캐릭터가 있었던가? 이서영이 거짓말을 하고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밝힌 정선우라는 캐릭터가 있었지만, 사실 그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전체 흐름에 있어서는 별로 중요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단지 언젠가 밝혀져야 할 사실을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에 가까웠다. 그리고 기억을 잘 더듬어보면, 강기범, 차지선, 최호정 등 저마다의 성장 스토리를 가진 조연 덕분에 이 드라마가 훨씬 더 풍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내 딸 서영이>의 뒤를 이은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아예 대놓고 ‘밉상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이 드라마의 타이틀 롤을 맡은 아이유에게 늘 험한 소리를 하고, 못된 짓을 일삼은 유인나가 그 주인공이다. 문제는 악역에도 이유가 필요하건만, 이 드라마에서 유인나가 연기하는 이유신이라는 캐릭터는 이유없이 나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신이라는 캐릭터는 다름 아닌 이순신의 언니다. 드라마 설정 상 이 둘은 배 다른 자매관계이지만, 아직까지 이 둘은 서로가 이복자매인 것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신이는 늘 순신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과연 언니가 맡나 싶을 정도로 심한 말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24일 방영분에서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아무런 죄 없는 순신이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물론 아버지가 순신이를 만나러가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고, 또 순신이 연예기획사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거액을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만큼 동생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한 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언니가 돼서 동생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방안에 있는 순신의 물건을 모두 내던지며 “나가라”라고 소리치는 장면이나. 동생을 마치 아버지 살인자로 취급하는 모습은 이유신 이라는 캐릭터를 순식간에 ‘밉상 막장 캐릭터’로 전락시켜 버렸다. 시청자 게시판이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유신이라는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고 짜증만 난다”는 반응이 올라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유신은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동창생 찬우에게 “동정은 필요 없다”고 신경질을 부리는가 하면, 선의의 뜻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철부지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그것도 별다른 이유 없이 말이다.

 

이처럼 유인나가 연기하는 이유신 캐릭터가 막장 캐릭터로 전락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에 있다. 바로 집안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순신이가 화려한 백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게 될 예정이다 보니 순신이를 구박하는 캐릭터가 필요 했던 것이고, 현재까지 유신이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무런 이유없이 단지 순신이를 미워하기만 해서는 유신이라는 캐릭터는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 없다. 왜 유신이가 순신이를 미워하게 됐는지 그 이유가 필요하고, 더불어 순신이를 괴롭히는 역할을 벗어나 유신이만의 '자기 스토리‘가 동반되어야 한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인물소개란을 보면, 유신이는 어린 시절 순신이와 불장난을 하다가 부엌을 태워먹을 정도로 큰 화재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때 불길에 뛰어든 엄마가 순신이를 먼저 구한 것에 큰 상처를 받았고, 결국 그 상처 때문에 동생 순신이를 계속 괴롭혀 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아웃도어브랜드 회사의 마케팅팀 실장으로 근무할 만큼 자기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직장인이다. 그런 그녀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어린 동생에게 여전히 질투와 시기심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결국엔 순신이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녀를 응원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캐릭터가 희생당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리 순신이의 성공스토리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오로지 이순신만을 위해 주변 캐릭터를 밉상과 악역으로 전락시키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모든 캐릭터가 사랑받을 때야 말로 드라마도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사실. 특히 홈드라마에 있어서는 이 평범한 진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디, <최고다 이순신> 제작진은 이 부분을 염두 해 두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전개시켜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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