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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윤민수를 ‘멘붕’에 빠뜨린 후의 한마디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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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어른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은 어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거짓 없이 따라하고 있는 그대로 말해주기 때문에,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현재 어른들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아이들을 잘 관찰하면 어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등도 사실은 어른들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아이라는 거울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추하기 마련이어서, 그 거울을 마주보기 까지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가령, 23일 방영된 MBC <일밤-아빠!어디가?>에서 아이들의 토론을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본 다섯 아빠들의 긴장된 얼굴 표정처럼 말이다.

 

 

 

 

이날 방영된 <아빠! 어디가?>는 이례적으로 다섯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어른들은 왜 술을 마시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시간을 가졌다. 가장 맏이인 민국이가 사회를 보고, 후, 준이, 준수, 지아가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사실, 방송을 지켜보면서도 이 토론 자체에 약간은 회의적이었다. 이제 7~10살인 아이들이 모여 토론을 한다는 거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니 만큼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는데 있어서 진지하지 못할 거 같았고, 별다른 소득 없이 아이들의 장난으로 토론이 마무리 될 거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진지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어른들은 왜 술을 마시는가?’라는 주제가 아이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아빠가 대부분 술을 즐겨 마시고, 그것을 지켜 본 아이들은 그런 아빠의 모습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빠들은 알지 못했다. 술을 마시는 자신들에 대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말이다.

 

 

 

 

술을 마시고 아이들 보는 앞에서 아내와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없다는 송종국의 고백이나, 적어도 아이들 앞에서 만큼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성동일의 다짐이 무겁게 다가온 이유는 바로 지아와 준이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아빠들의 술 마신 모습이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하루에 술을 두 번 마시고, 화장실에 가서 토한다”는 지아의 말에 송종국은 부끄러움을 느꼈고, “술은 기분을 좋게 해서 한 번 마시면 계속 마시게 된다”는 준이의 논리적인 답변에서 성동일 역시 집안에서 술을 자주 마시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송중국과 성동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이는 따로 있었다. 바로 늘 유쾌하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윤후의 반전고백에 ‘멘붕’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윤민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날 후는 “우리 아빠는 맨날 맨날 일하러 갈 때마다 술을 마신다. 왜 마시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빠한테 물어보지 않았다”며, 술을 마시는 어른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후는 “근데 어른들은 술을 어린이들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순간, 옆방에서 후의 이야기를 듣던 윤민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아들을 바라보던 윤민수의 얼굴빛이 사뭇 진지해졌으며, 심지어 약간의 당혹감마저 묻어나왔다. “내가 지금 자기보다 술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거죠?” 윤민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른 아빠들과 제작진에게 후의 말을 자기가 제대로 이해한 것 맞냐며, 질문을 던졌다. 그만큼 후의 한마디는 강렬했다.

 

세상에 어떤 아빠가 자신의 자녀보다 술을 더 좋아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자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건 단순한 오해가 아닌 자신의 행동이 그만큼 잘못돼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밖에 나갔다 오면 술 취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거나, 혹은 후와 놀아주는 시간보다는 술 마시는 시간이 많았기에 후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윤민수는 가슴 깊숙이 반성하게 됐다.

 

 

 

 

“후야, 아빠는 술보다 후를 더 사랑해~” 토론이 끝나고, 윤민수는 후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다. “에이~ 거짓말~” 아빠의 사랑 고백에 후는 쑥쓰러웠는지 아빠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치부했으나, 표정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해보였다.

 

그러고 보면, 이날 후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아빠가 자신보다 술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 아닌, 혹시라도 아빠가 술을 많이 마셔 40살까지 밖에 못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바로 후가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아빠의 건강이었던 셈이다. 후의 한마디에 진지하게 변해버린 윤민수의 표정도 후의 진심을 알고 난 뒤에는 다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날 제작진이 마련한 자유토론은, 내 생각만 맞다고 고집하는 어른들에게 한번 쯤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매일 같이 그 건강을 해치는 술을 ‘나는 괜찮겠지’, ‘오늘만 마셔야지’ 하는 생각으로 계속 마시는 어른들. 그 어른들의 어리석음을 아이들 이라는 거울을 통해 명백히 보여준 것이다.

 

세상은 모두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알면서도 네편 내편 편가르기에 나서고, 상대방의 말을 듣는 척 하면서도 내 주장만 관철시키려 하는 어른들의 세계에, <아빠! 어디가?>속 아이들은 말한다. “바보”라고.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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