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7살부터 77살까지, 인기예능 비결은 나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로운 예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공식이 있었다. 우선 톱스타급 메인 MC를 섭외하고,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터트려줄 개그맨을 보조MC로 뒷받침한다. 젊은 층을 겨냥한 아이돌을 멤버를 합류시키며, 예능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뽐낼 수 있는 배우와 연기자를 한 둘 포진시키면 그럴듯한 멤버구성이 완성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올해 SBS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맨발의 친구들>만 보더라도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관찰예능이 급부상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멤버 구성 공식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럴듯한 MC가 없어도, 아이돌이 없어도, 그리고 예능에 밝은 프로 방송인을 섭외하지 않아도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여러 프로그램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MBC <일밤-아빠!어디가?>, <일밤-진짜사나이>, tvN <꽃보다 할배>는 그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아빠! 어디가>와 <꽃보다 할배>는 어린 아이들과 할아버지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음으로써 예능프로그램에 있어 더 이상 나이는 중요한 변수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아빠! 어디가> 속 아이들 중 가장 막내인 지아와 준수는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7살이고, <꽃보다 할배>에서 가장 연장자인 이순재 선생님은 만으로 77세다. 7살의 어린 꼬마와 77세의 할아버지가 주도하는 예능, 그야말로 나이 따윈 필요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예능은 어떻게 나이를 버렸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꾸미지 않는 솔직함을 위해 나이를 버렸다

 

올해 화제의 중심에 선 예능프로그램은 하나같이 공통점을 갖는다. 바로 ‘진정성’을 무기로 시청자들에게 솔직하게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다. 관찰예능이 급부상한 이유 역시 일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불거진 조작논란에 대한 반작용과 ‘있는 그대로의’ 방송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의 심리가 결합됐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엔 대중의 ‘훔쳐보기’ 욕망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지만, 관찰예능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는 접어 두도록 하겠다.)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키즈예능은 <아빠!어디가?> 이전에도 SBS<붕어빵>을 비롯하여 몇 차례 선보인 적이 있었으나, 그 파급력에서 만큼은 <아빠!어디가?>를 따라올 만한 프로그램을 찾기 쉽지 않다.

 

<아빠!어디가?>가 갖는 가중 중요한 요소는 바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스튜디오에 앉혀 놓지 않고 야외로 데리고 나갔다는 점인데, 이 공간의 변화는 아이들의 동심이 만들어내는 의외성과 돌발 상황의 재미를 배가 시켜주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빠!어디가?>가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프로그램의 동력을 찾았다면, <꽃보다 할배>는 F4 할아버지들의 천진난만함과 인간미를 부각시키며 인기를 얻어나가고 있다. 누구 눈치 볼 일 없고, 또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이 더 아이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여기엔 할아버지들의 짐꾼으로 따라나선 이서진의 역할도 중요한데, 대선배님들 앞에서 한 명의 꼬마 아이가 된 듯 한 이서진의 모습 역시 어떤 꾸며진 이미지가 아닌 또 다른 의미의 순수함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결국 두 프로그램은 모두 멤버들의 순수함이라는 공통분모를 위해 나이를 버렸고(한 프로그램은 극단적으로 나이를 낮추고, 또 한 프로그램은 극단적으로 나이를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대박’을 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와 할아버지에게 공감되는 이유는?

 

<아빠!어디가?>와 <꽃보다 할배>, 두 프로그램이 갖는 또 하나의 공통된 정서는 바로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미혼자의 경우 <아빠!어디가?>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 가족상을 그려볼 수 있고, 기혼자는 현재 자녀들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다섯 아이와 아빠의 각기 다른 소통 방식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곧 나의 일이며 또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기에 공감이 배가 되는 것이다.

 

<꽃보다 할배> 역시 마찬가지다. 영어에 서툴고, 오래 걷지 못하며,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못하는 할아버지들에게 있어 배낭여행은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낭만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먼저 느껴지는 고된 여행이다. 그럼에도 죽기 전에 언제 이런 곳을 다시 와보겠느냐며 낯선 이국의 풍경에 집중하는 모습에서는 불현 듯 우리들의 부모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또 그것은 머지않아 나에게 찾아올 미래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빠!어디가?>와 <꽃보다 할배>는 특정 세대만 이해할 수 있는 웃음 코드나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를 쫓는 대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할 수 있는 보편적인 웃음 코드를 지향한다. 아빠의 장난에 웃음을 터트리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눈이 동그랗게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70이 넘은 할아버지 네 명이 모여 서로가 서로를 타박하는 장면은 머리로 이해하는 웃음이 아닌 마음에 먼저 와 부딪히는 재미인 것이다.

 

두 프로그램으로 인해 예능은 이제 굳이 힘든 도전을 하지 않더라도, 또 벌칙이 동반되는 게임으로 꾸미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나이를 버림으로써 더욱 풍성해진 예능이 앞으로 또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 버튼을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