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아빠! 어디가?’ 무인도 특집, 정체성 잃어버린 제작진의 판단착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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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정글을 거쳐 군대까지. 최근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마치 출연자들이 얼마나 더 고생하는지에 따라 프로그램의 흥행이 갈리는 것만 같다. 야생을 부르짖던 <1박2일>은 사막과 정글을 오가는 <정글의 법칙> 앞에서 ‘리얼’을 강조하기 머쓱해졌고, 마찬가지로 조작 논란에 휩싸인 <정글의 법칙> 역시 <진짜 사나이> 등장 이후 ‘生고생’의 이미지를 빼앗겨 버렸다.

 

극한 상황에 처할수록, 출연자들이 고생이 많을수록 프로그램은 마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고, 시청자들은 그것이 ‘진짜 고생’이냐 ‘가짜 고생’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심지어 물리적인 극한 상황을 넘어 정신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포츠 예능이 새롭게 떠오르기도 한다. 갈수록 호평을 얻고 있는 KBS <우리동네 예체능>과 MBC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는 그 좋은 예다.

 

범람하는 ‘고생버라이어티’ 가운데서 MBC <아빠! 어디가?>가 눈길을 끌었던 점은 바로 이 프로그램은 굳이 출연자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지 않았다는데 있다. ‘고생 예능’이 아닌 ‘힐링 예능’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 <아빠! 어디가?>는 출연하는 아빠와 아이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가 편하게 즐기고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굳이 리얼의 강도를 세게 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는 그 자체로 현실감을 높여주었고, 아빠와 아이들이 엮어내는 따뜻한 부자관계의 회복은 그 어떤 ‘양념’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물론,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에게는 시골 집에서 자는 것이 또 다른 ‘고생’일 수 있겠지만, 갯벌에서 조개를 잡고 들판에서 곤충을 잡는 생태학습은 그 고생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즐거움과 추억을 아이들에게 안겨준다.

 

게다가 아빠와 여행하는 것이 점점 더 재미있어진 아이들은 이제 집이 낡았다고 우는 대신 오늘은 또 아빠가 어떤 요리를 해줄지에 더 관심을 보인다. 심지어 아이들의 동생들은 형 누나 대신 자신이 아빠와 여행을 가겠다고 떼를 쓸 정도다. 어떤 큰 미션에 도전하지 않아도, 혹은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고생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시청하기에 즐거운 예능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아빠! 어디가?>는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18일 방영된 <아빠! 어디가?> 무인도 특집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 계속되는 반복 패턴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제작진의 고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게 왜 출연자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 모는 무인도여야 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 제공하고,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여행’이다. 자급자족의 콘셉트, 그리고 돋보기를 이용하여 스스로 불을 피우는 미션 등은 이 프로그램의 참신함을 스스로 갉아먹는 제작진의 판단착오가 아닐까 싶다.

 

 

 

물론, 어른들의 생존과 아이들의 생존은 엄연히 다르다. 때문에 무인도에서 지내게 될 1박2일 동안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처럼 컵밥을 먹다가 흘리게 되면 결국 아빠들은 자신의 밥을 아이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듯이, 생존을 위한 미션도 결국은 아이들 보다는 아빠들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 왜냐하면 성인 연기자들을 고생시키면 그게 일종의 재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 아이들을 고생시킬 경우 가학성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무인도 특집’은 아이들을 위한 아빠들의 ‘生고생’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큰데, 그랬을 경우 MBC <파이널 어드벤처>나 SBS <정글의 법칙>에서 익히 보고 들어온 장면들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여행을 통한 즐거움’은 제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글쎄 쉽기 장담하긴 어렵다.

 

사람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무인도에 도착한 아이들은 벌써부터 눈빛이 흔들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이제 갓 초등학교 입학했거나 혹은 7살에 불과한 아이들이 아닌가. 아직 곤충을 채집하는 데 있어서도 서투른 아이들에게 ‘생존’미션은 너무도 버겁다. 대체 제작진은 이번 ‘무인도 특집’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배우게 하려는 것일까? 부디, 제작진의 숨은 의도가 있길 바라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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