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연예인에게 있어 솔직함과 비호감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비슷한 발언이라 할지라도 어떤 경우에는 진솔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포장되는가 하면, 또 다른 경우에는 일방적인 비난과 함께 비호감 이미지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돌직구’라는 명목아래 스타들이 경쟁적으로 솔직한 발언을 쏟아내는 분위기 속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세련되지 못한 발언들이 문제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대중정서다. 비록 그 말 자체에 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대중정서를 살피지 못한 경솔한 발언은 단지 솔직하다는 이유만으로 감싸안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 바로 30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 속 한지혜의 ‘조건 발언’이 그렇다.

 

 

 

 

이날 한지혜는 검사 남편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남편의 조건을 보고 소개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사법고시를 한번에 패스하고 평창동에 집이 있어 소개팅을 결정했다”며 “원래 배우는 소개팅을 안하는데, 조건을 보고 하게 됐다”고 전했다. 비록 그녀에게 있어 조건은 ‘믿음이 좋아야하는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붙긴 했지만, 이날 방송에서 한지혜가 방점을 찍은 조건은 분명 ‘사시 패스’와 ‘평창동 집’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과감하고 솔직한 한지혜의 조건 발언은 ‘당연하게도’ 방송 후 상당한 비난을 동반하고 있다. 아무리 솔직한 발언이었다고는 하나, 그 내용이 대중정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이제 갓 사법고시를 패스한 고시생이 평창동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결국은 남편의 부모가 마련해준 집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미모의 여배우에게는 그 정도의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에서 소개팅 제의가 들어온다는 뜻도 된다. 대다수의 대중은 경험해보지 못한 상위 1%의 세계, 즉 ‘그들만의 소개팅’인 셈이다.

 

 

 

 

남자는 경제력이 최고의 경쟁력이 되고, 여자는 외모가 최고의 무기가 되는 사회. 물론, 한지혜의 조건 발언과 소개팅 에피소드는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적인 예에 불과할 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창동이 아니어도 좋으니, 그저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서 여전히 구슬땀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는 일반 대중에게 있어 한지혜의 발언은 그저 솔직함이라기보다는 검사 사모님의 즐거운 추억회상정도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이는 마치 지난 7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여 자신보다 100만원이라도 연봉이 더 높지 않으면 남자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안선영을 떠올리게 한다. 안선영은 자신을 ‘속물’로까지 표현하면서 솔직하게 남자의 연봉에 대한 생각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안선영의 발언은 안티만 양성한 최악의 발언으로 남게 되었다.

 

한지혜의 조건 발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 미모를 타고 났고, 그녀의 남편 역시 평창동에 집을 사줄 수 있을 만큼의 여유로운 집안에서 자랐다. 배우자를 고르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은 삶 자체에서 훨씬 더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받으며 자라왔을 가능성이 높다. 주어진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한지혜의 발언이 때로는 불쾌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유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이 스타와 시청자의 치유를 목적으로 내건 <힐링캠프>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 발언을 농담처럼 웃고 넘긴 제작진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뭘 보고 힐링을 하란 말인가? 사시를 패스하고 평창동에 집이 있으면 한지혜 같은 여자와 결혼할 수 있으니 희망을 가지란 이야기인가? 아니면 한지혜 만큼의 미모를 겸비하고 여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면 판검사와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까?

 

결혼에 있어 조건은 중요하며,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올바른 것과 올바르지 않은 것을 판단할 줄 아는 상식과 올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선 부끄러워하는 염치 정도는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물질을 숭배하고, 조건을 우선시하며, 외모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올바른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솔직한 것과 올바른 것은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다.

 

이날 <힐링캠프>를 보며 상식과 염치가 무너진 사회를 떠올린 것이 부디 필자만의 과민반응이길 바란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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