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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품격 높인 이승환의 한마디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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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의 정체성에 대해선 방송을 즐겨보는 시청자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김구라의 독설을 ‘라스’의 상징이라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윤종신의 깐족거림을 혹은 게스트에 대한 공격과 무형식의 토크를 ‘라스’의 근간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라스’를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으로 바라 볼 때의 이야기다. 재미와 웃음이라는 외피를 벗겨 놓고 보면, 이 프로그램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매우 진지하고 때로는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고품격 음악방송’이라는 타이틀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만큼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담론을 전달하기도 한다. 지난 2일 방영된 ‘얼굴 없었어야 할 가수’ 특집 역시 음악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인 방송이 아니었나 싶다.

 

 

 

 

‘라스’ 품격 높인 이승환의 일침

 

우선, 이승환, 린, 정지찬, 정준일이 게스트로 출연한 이날 방송이 ‘얼굴이 없어야 할 가수’특집으로 꾸며진 것은 매우 반어적인 표현으로 느껴진다. 보통 ‘얼굴 없는 가수’라 함은 음악성이나 노래에 비해 외모가 부족한 가수를 일컫는 말인데, 그 안에는 일종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풍자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라스’에서 대놓고 이들을 ‘얼굴이 없어야 할 가수’라고 묶은 이유는 아마도 음악성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가수들이란 뜻이 내포돼있지 않나 싶다. 물론 이들의 외모가 그들의 음악성을 가릴 만큼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나, 최근 가요계가 가수들의 외모와 퍼포먼스 등 비주얼에 집착하는 세태로 변해가는 까닭에 ‘라스’는 굳이 이들을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치 ‘디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들의 음악성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랄까.

 

 

 

 

이뿐만 아니다. 이날 방송이 ‘고품격 음악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에 부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 음원 위주로 소비되는 음악 시장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비록 이승환의 입을 통해 전달되어지긴 했지만, 그 답을 유도한 것은 김구라의 질문이었고, 제작진 역시 이승환의 진지했던 대답을 희화화 시키지 않고 담백하게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방송 막바지, 김구라는 이승환에게 “요즘 가요 순위에서 1위는 아주 잠깐밖에 못한다”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음악 전문 프로그램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매우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이에 대한 이승환의 대답이 더욱 걸작이다. 이승환은 “사실 90년대에만 하더라도 음악은 소장의 개념이었는데, 중간쯤 와서는 저장으로 바뀌고, 지금은 마치 소모의 개념으로 생각되는 것 같다”며 음악(혹은 음원)의 소비 형태가 바뀐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좀더 심하게 이야기 하자면, 마치 음악이 이통사(이동통신사)의 하위 카테고리 같은 느낌”이라며, 음원 유통 시장의 불균형성을 꼬집기도 했다. 이승환은 돈을 많이 가수가 마치 실력있는 가수로 포장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고, MC들과 다른 게스트 역시 그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실제로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어제 1위를 했던 곡이 오늘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길어야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순위가 요동치는 지금의 음원 시장에서는 노래나 음악 자체가 갖는 힘 보다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는 측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신곡이 발매 되었을 경우 노출 마케팅이나 노이즈 마케팅 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

 

물론, 변환된 환경에 적응하고 바뀐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 또한 능력이다. 그런 능력에 밝은 사람이라면 분명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고, 각종 음원을 상위권에 랭크 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에 불과할 뿐이다. 단지 그것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했다고 해서 음악의 본질까지 바뀔 수 있는 것일까.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다.

 

이날 ‘라스’는 음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품격’이었으며, ‘라스’를 단순한 예능에 머무르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승환의 한마디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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