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무한도전’ 위기설, 공감 못하는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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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만큼이나 호사가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잘 나오는 대로, 또 안나오면 안나오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말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시청률이 상승할 땐 <무한도전>이 오랜 시간동안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시청률이 하락할 땐 슬그머니 이 프로그램에 ‘위기론’을 덧씌운다. 변화가 필요하다느니, 혹은 식상하다느니, 말이야 얼마든지 만들기 나름이다.

 

하지만, 단지 시청률만으로 <무한도전>이 위기에 빠졌다고 이야기하는 건, ‘숲은 보지 못한채 나무만 보는’ 일종의 편협한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지상파 거의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무한도전>의 시청률만 걸고넘어지는 건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의 주 시청층인 20~30대의 경우 주로 혼자 사는 가구가 많고, 시청률 표본 가구에 포함되지 않거나 부모세대에게 채널 주도권을 양보한다는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한도전>의 시청률 하락은 결국 이 프로그램의 위기가 아닌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는 게 옳다고 본다. <무한도전>이 모바일과 VOD 다시보기에서 여전히 압도적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위기설’이란 분석은 낯부끄러운 측면이 크다.

 

 

 

 

물론, <무한도전>이 그 어떤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로울 만큼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9년이라는 시간동안 어쩌면 매회위기였을 수도 있고, 또 어느 순간에는 관성에 빠져 초심을 잃어버린 적도 분명 있었다. 또 멤버들 역시 이제는 소와 씨름을 하고 기차와 달리기 시합을 할 때처럼 더 이상 ‘평균이하’가 아니며, 어떤 연예인들보다 잘 나가는 섭외 1순위의 ‘탑스타’가 돼버렸다. 당연히 프로그램의 콘셉트나 미션 혹은 프로젝트 역시 한결같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무한도전>의 위기를 논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1~2%의 시청률에 민감하게 반응할 게 아니라,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이 추고하고자 하는 재미는 무엇이며,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고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설령 5%미만으로 시청률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무한도전>을 보며 ‘깔깔깔’ 웃을 수 있다면 결코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20%이상의 시청률을 찍는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시청자가 ‘재미’를 찾을 수 없을 때가 진짜 위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10%(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언론으로부터 ‘위기’라고 평가받은 지난 5일 방송은 어땠을까? ‘스피드 레이서’ 특집으로 꾸며진 이날 방송은 정말로 <무한도전>의 위태로운 상황을 보여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정말 오랜만에 ‘무도다운’ 특집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다른 특집들에 비해 웃음 포인트는 약했을지 몰라도, 간만에 멤버들 개개인의 특성과 매력이 균형감 있게 그려져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주간 무도 멤버들은 팀을 나눠 대결을 펼치거나 혹은 누가 더 재미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경쟁을 펼쳐온 것으로 보여졌다.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헐뜯거나 힐난하는 불편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고, 혹은 의욕이나 열정이 부족해 보이는 멤버가 일부 시청자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스피드 레이서’ 특집은 간만에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출전권을 둘러싼 개인 대결로 경쟁구도가 구축됐고, 카 레이싱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모든 멤버가 의욕을 가지고 도전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개개인의 능력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기는 했지만,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도 수동차를 운전하는 노홍철의 모습이나 운전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정준하의 결의(?) 등에서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욕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유재석의 솔직한 고백과 박명수의 투지도 마찬가지다. 

 

 

 

 

비록 대결 자체는 진지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쩌면 그 진지함이야말로 지금의 ‘위기설’에 맞서는 <무한도전> 만의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프로그램의 시선으로 보자면 하찮을 수 있는 도전에도 최선을 다하고, 너무 거대해 예능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과제 앞에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 그것이야 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의 예능계에서 무려 9년을 버텨온 ‘저력’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멤버들이 도전을 장난처럼 여기거나, 힘들거나 귀찮다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때, 그래서 더 이상 시청자에게 감동과 웃음을 안겨줄 수 없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무한도전>의 위기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한회 한회의 시청률로 ‘무도’을 평가하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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