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무한도전', 정형돈 지지선언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풍자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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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정형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일까?'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를 선출하는 '선택 2014' 특집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많은 아이돌이 정형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상황임에 분명했다. 제아무리 정형돈이 <주간 아이돌> MC라 할지라도, 아이돌 멤버 입장에서는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여전히 반론의 여지가 없는 예능계의 '1인자'로서, 수 많은 아이돌이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 '비지니스' 관점으로 봤을 때, 굳이 한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형돈보다는 유재석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하하는 가요계의 선배이며, <무한도전>내 다른 멤버들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멤버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돌 멤버들이 하나같이 정형돈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10일 방영된 <무한도전>에서는 수많은 아이돌이 정형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비화가 밝혀졌다. 이날  각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선거유세에 돌입한 가운데, 정형돈은 '후원의 밤'이라는 행사를 열고 평소 자신과 친분이 있었던 아이돌 멤버를 모두 초대했다. 자신이 왜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로 선출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정형돈은 만약 자신이 당선된다면 본인을 뽑아준 아이돌에게 '무한도전 연간 이용권'을 주겠다는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그의 파격(?)적인 제안에 아이돌 멤버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아이돌 멤버들은 정형돈의 이름을 연호하며 유세 분위기를 돋웠고, 심지어 자신들의 노래를 정형돈 지지송으로 바꿔 부르기까지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정형돈의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됐다. 그는 갑자기 아이돌 멤버들에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라고 말한뒤, 자신을 지지하는 문구를 SNS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인기 아이돌의 경우 수만에서 수십만의 SNS 친구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지지발언 한마디가 정형돈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재미있는 건, SNS에 올라갈 문구를 정형돈이 직접 읊어주고, 아이돌 멤버들은 그것을 그대로 게시했다는 점이다.  인피니트, 에이핑크, 시크릿 등 이날 정형돈의 '후원의 밤' 행사에 참여한 아이돌은 모두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 후보 기호 '나' 정형돈을 전폭 지지할 것을 선언합니다. 무한도전을 보장할 격식없는 후보. 가식 없는 후보. 정형돈을 함께 지지해주십시오"라는 글을 남겼다. <무하도전> 방영 전 수많은 아이돌이 정형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는 보도가 전해진 데에는 이런 비화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눈치빠른 시청자라면 아마도 이날 방송이 무엇을 풍자했는지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사진만 다를 뿐, 내용은 모두 똑같은 '지지선언', 그리고 십자군에 버금가는 아이돌 멤버들의 위용까지. 자막을 통한 부연설명까지 확인하고 나면, 정형돈을 향한 아이돌의 SNS 지지선언은 마치 지난 대선에서 일부 국가기관이 주도한 '댓글공작'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미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십알단(십자군과 알바의 합성어)'의 존재는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알바비까지 주며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게시하도록 주도한 것이 국정원이었단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입에 담기에도 부끄러운 '댓글 공작'사건은 '꼬리 자르기'선에서 문책이 마무리되었고,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정형돈이 아이돌을 모아놓고 지지글을 게시하도록 한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여론조작에 나선 국가기관의 행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를 향한 아이돌의 공개적인 지지가 마치 '댓글 공작'을 연상케한다는 점에서, 이날 방송은 무도 특유의 풍자정신을 살린 레전드급 방송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을 기획한 제작진과 또 실행에 옮긴 정형돈과 아이돌 그룹 모두가 칭찬받아 마땅하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댓글 공작'과 같은 몰상식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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