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나가수>, 윤민수 1위보다 값진 적우의 눈물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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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동안 무명의 세월을 견뎌온 한 가수가 노래를 마친뒤 하염없이 울었다. 이를 지켜보던 매니저도 울었고, 청중들은 따뜻한 박수로 격려했다. 몇몇 이들은 이 가수의 인지도가 낮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출연을 반대하기도 했으며, 단란주점에서 일했던 과거를 문제삼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노래로써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날 그녀는 분명 가수였다.

 

  
▲ 적우 27일 <나가수>에 출연하여 무명가수의 설움을 딛고 2위를 차지한 가수 적우.
ⓒ MBC
적우

 

0% 인지도 가수, <나가수> 첫 출연에서 2위 기록

 

27일 방영된 MBC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남겼다.

 

출연 후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한 윤민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음악에 있어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실험해 나가는 자우림의 무대도 좋았다. 출연 후 첫 7위를 기록한 인순이는 본인만의 음악적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날 '직구'로 승부를 본 거미와 김경호는 나란히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6위는 바비킴의 몫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역시나 적우였다.

 

새로운 가수가 누군지에 대한 청중들의 궁금증은 사회자 윤종신의 소개멘트 이후 의문으로 바뀌었다.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과 옆 사람에게 누구냐고 묻는 청중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윤시내의 '열애'를 부른 적우의 무대가 끝나자 청중들은 하나같이 만족스럽다는 미소와 함께 힘찬 박수를 보냈다.

 

적우는 본인의 인지도를 '0%'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결국 0% 인지도에서 2위라는 성적을 일궈낸 것이다.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결과다.

 

적우의 선전, 실력파 가수에게 문 개방 '신호탄' 될까?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항상 새로운 출연 가수가 언론에 공개되면, 늘 온오프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시끌벅적하기 마련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대와 응원의 메시지보다는 새로운 가수가 <나가수>에 나올 '급'이 되느냐에 대한 지적과 주장이 더 많다는 것인데, 특히 지난 주 장혜진의 탈락과 함께 전해진 적우 출연 소식에는 이런 목소리가 유독 많았다.

 

아마도 새로운 가수에게 주어지는 어드벤테이지, 마지막 순서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당분간 <나가수>는 섭외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0% 인지도 적우는 본인의 출연을 비웃었던 일부 네티즌들에게 멋진 하이킥을 날림으로써, '실력파 가수들에게 색다른 미션을 부여라고 수행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형식의 서바이벌'이라는 <나가수>의 프로그램 취지를 제대로 살렸다.

 

<나가수>라는 무대가 앞으로 유명 가수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그치지 않고, 실력있는 가수 누구라도 꿈꾸고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로 인정을 받는다면 그 공은 적우에게 돌아가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 적우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또 사랑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경연을 넘어 '휴먼스토리'를 꿈꾼다

 

이날 2위라는 성적표를 받은 적우는 소감 인터뷰를 통해 검사함과 미안함이라는 두 단어로 본인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녀는 미안함 이라는 감정에 대해 "조금더 예쁘게 살았으면 하는 미안함"이라고 밝혔는데, 아마도 논란이 되었던 가라오케 아르바이트 생활에 대한 이야기인듯 싶었다.

 

순간, <나가수>를 거쳐간 많은 가수들이 떠올랐다. <나가수> 인터뷰를 통해 생활고를 밝혔던 임재범을 비록하여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이 연예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했던 김조한,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옥주현까지.

 

<나가수>는 경연의 형식을 통해 가수들의 노래와 음악을 전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적이지만, 때로는 토크쇼에서 밝힐법한 이야기를 인터뷰로 끌어내기도 한다. 단순하게 노래를 넘어 가수의 생각과 인간적인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대기실 모습이나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며 혼잣말 하는 것을 굳이 카메라로 잡는 것도 같은 의도로 보인다.

 

물론 아직은 불완전한 모습이지만, 단순하게 경연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수의 휴먼스토리까지 보여주는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적우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녀가 예쁘게 살지 못했다고 해서 미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예쁘게 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예쁜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정직한 삶이다.한 가정의 가정으로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주점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그녀의 삶이 거짓이 아니라면, 결코 예쁘지 않다고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녀의 미안함은 이제 거두어도 좋다. 다만, 그녀의 눈물에 박수와 2위라는 결과를 안겨준 청중들에게는 끊임없이 감사하며, 그 고마움을 노래로써 보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녀의 꿈을 응원하며, <나가수>의 진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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