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진짜사나이> 폐지 논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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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진짜사나이(이하 진짜사나이)>가 때 아닌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입대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 프로그램이 군대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른바 ‘미화 논란’이다. 지난 6월 발생한 GOP 총기 난사 사건과 최근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건까지, 군대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군대를 희화화하고 예능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진짜사나이>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는 <진짜사나이> 폐지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시청자게시판에는 폐지촉구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방영 초부터 불거진 군대미화 논란이 최근 군대내 사건사고와 맞물리면서 폐지논란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실 속 군대와 <진짜사나이>속 군대사이에 어느 정도 간극이 존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단지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끔 국군의 날 특집으로 방영되는 군대 관련 다큐멘터리에서도 군대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담아 내지는 못한다. 어떤 특수한 상황보다는 보편적인 상황을 담아냄으로써 시청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송의 특성으로 바라보며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엄밀히 따지자면, <진짜사나이>와 군대내 사건사고와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폐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책임져야 할 이유가 이 프로그램에게는 없는 것이다. 일부의 지적처럼, 과연 이 프로그램이 병영문화를 아름답게 포장했기 때문에 비극적인 사건들이 발생한 것일까. 그렇다면 <진짜 사나이>를 폐지하면 군대내 사건사고가 줄어들까? 장담컨데,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군대내 사건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이유 또한 분명하다. 인성교육이 무너진 우리사회 교육의 문제이며, 경직된 군대내 조직문화에 그 본질이 있다. 또, 매번 똑같은 사고가 발행함에도 불구하고 예방보다는 뒤처리에 급급한 우리사회 문제해결 능력의 부재에 있다. 부조리를 묵인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덮어버리기에 급급한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히려 <진짜 사나이> 속에 비춰지는 병영문화는 우리 군대가 추구해야 할 모범적인 사례에 더 가깝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과 긴장감은 유지한 채 병사 개개인이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문화는 그간 국방부를 비롯해서 국민들이 바라온 바로 그 선진 병영문화다.

 

아무리 웃음과 감동을 목적으로 제작된 예능이라 할지라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올바른 가치마저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진짜사나이>는 우리 군대와 조직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부대 촬영을 목적으로 일반 병사들에게 끼치는 ‘민폐’, 혹은 방송 초반과는 달라진 분위기 등은 분명 고쳐야 할 부분이지만, 이를 프로그램 폐지까지 몰아가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싶다.

 

따지고 보면, 몰랐던 것 역시 아니지 않은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감시와 통제의 눈을 피해 부대 내 곳곳에서 폭언, 폭력, 왕따, 성추행 등이 벌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있을까. 있어서는 안 될 최근의 비극적 사건 때문에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분노가 엉뚱한 곳을 행해서는 곤란하다.

 

 

 

 

군대내 비극적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인 동시에 개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타인을 짓밟고 성공하는 경쟁 교육 대신 인성교육이 바로서야 할 것이며, 동시에 군대라는 조직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잘못된 악습을 걷어내고, 보다 투명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은 물론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마련도 절실하다.

 

“최근 군에서 벌어진 일에 마음이 아프다. 촬영에 앞서 군대가 여러 가지 폐단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은 인지한 상태였다. 그러한 부분들을 우리가 좋은 면들을 보여주면서 순환을 시키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따라 하게끔 만들어주자는 취지가 있었다”. 어쩌면 류수영의 이 말에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결책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테고, 그중 방송의 역할은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극복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당분간 <진짜사나이>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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