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낯선 여고생으로부터 날아온 한통의 메일

살아가는 이야기/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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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확인하는 메일 하나가 있습니다. 메일 확인이라고 해봤자, 주로 스팸메일이 날아오는 까닭에 ‘전체선택’과 ‘삭제’를 연달아 클릭하는게 전부인데요. 지난 주말에는 뜻하지 않은 메일이 한통 날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값등록금과 관련하여> 라는 제목을 봤을 때만 하더라도, 집회에 참여해 달라는 카페의 단체 메일 혹은 아직까지 저를 대학생으로 잘못알고 보낸 메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선택’과 ‘삭제’를 연달아 클릭하는 기계적인 움직임에 무료함을 느끼던 터라 무심코 클릭을 했는데, 자신을 00외고 2학년이라 밝힌 한 여고생의 밝은(?) 어투가 녹아있는 메일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00외고 2학년 000라고 합니다
최근 반값등록금과 관련하여 제 생각을 조금 써봤는데요,
기자님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메일 보냅니다!^^

 

바쁘시더라도 한번 읽어보시고
의견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답장기다리겠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반값등록금과 관련하여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글이 포털에 검색되었나 봅니다. 반값 등록금과 관련된 기사를 찾다가 제가 쓴 글을 보았다고 하네요. 저를 ‘기자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른 까닭도 그 때문이었죠. 그다지 반값등록금 논쟁과 관련하여 의미있게 글을 쓴적도 없었는데, 관심을 가지고 먼저 이야기를 나누자는 학생을 보니, 그 당당함과 자신감 그리고 충만한 지적 호기심 등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학생이 보내준 글을 꼼꼼히 읽고 코멘트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기자가 아니지만, 한때 기자를 꿈꾸고 신문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메일에 첨부된 <의견>이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이 바로 학생의 의견이었는데요. 최근 반값 등록금 논쟁과 관련하여 자신의 생각을 아주 논리적으로 정리한 글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논리전개가 빛났고, 꽤 많은 정보를 취합하여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는지 눈에 보이니, 더욱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학생은 우리 나라의
높은 등록금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에서 논리 전개를 시작하였는데요. 높은 등록금이 저소득층의 기회를 박탈하고, 서민경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까지 확대되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수준이 사회적 계층구분으로 이어지는 사회에서 고가의 등록금은 차별적 요소가 심하다는 의미의 생각도 담아냈고요.

 



“이번 반값 등록금 논쟁이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는 좋은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라는 무난한 결론이 조금 아쉬웠지만, 읽는 내내 뿌듯함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난 고등학교 2학년때 무엇을 하고 있었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자괴감이 들기 전에 바로 떨쳐냈습니다.)

 



바로 제 생각을 정리하여 답메일을 보냈습니다. 사실, 간단하게 코멘트를 하려 했는데, 어느덧 제 피드백은 A4용지 두 장을 넘어섰습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나 봅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으니, 아마 또 답장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학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바쁠 고등학교 학생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또 피드백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왜 이렇게 기분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교육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서일까요?



그 학생이 보낸 메일은 진흙 속에 진주처럼, 스팸메일속 하나의 희망메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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