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나치 퍼포먼스’, 비난 대상 아니지만 촌스럽다

대중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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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의 ‘나치 퍼포먼스’를 두고, 꽤나 시끄럽습니다.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크게 논란이 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임재범의 ‘나치 퍼포먼스’는 반전 노래를 부르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말 그대로의 ‘퍼포먼스’였을 뿐이니까요.

 



임재범의 나치 복장에 대한 일부 ‘짜라시’의 임재범 ‘나치 찬양’류의 기사라든가, 몇몇 네티즌들이 의도적으로 제기한 문제는 사실 임재범이 공연 도중 나치 군복을 벗어던지며 ‘패러돔’을 불렀다는 ‘팩트’가 확인되는 순간 가라앉을 문제들이었습니다.

 



다만, 히틀러를 풍자하려고 했던 임재범의 의도와 그 전달방식에 대해 ‘몰취향’이라고 비난한 진중권의 트윗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임재범의 ‘나치 퍼포먼스’는 생각보다 크게 떠올랐는데요.

 



진중권 식 특유의 ‘지적 오만함’에 기반한 냉소적 비판은 늘 다수의 대중들과 괴리감을 보이며, 진중권 스스로가 대중들의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는데요. 역시나 이번 사건에서도 대중들은 진중권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게다가 김형석과 진중권 사이에 오간 설전은 그런 대중들의 ‘진중권 까기’에 기름을 부은 셈이었죠.

 



하지만, 진중권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을 백번 이해한다 하더라도, 임재범을 향한 진중권의 비난 내용, 즉 ‘text'는 사실 크게 틀린 부분이 없는 거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티브이데일리>




저는 굳이 ‘임재범의 나치 퍼포먼스’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나치퍼포먼스는 굳이 임재범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퍼포먼스이고, 또 임재범이 아니라 누가한다고 해도 역시나 ‘촌스러운 퍼포먼스’임에는 틀림없으니까 말이죠.

 



그럼 핵심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반전 혹은 반핵을 주장하기위해 히틀러를 풍자하고, 나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하나의 명확한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사실, 반전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히틀러 풍자만큼 쉬운 것은 없습니다. 히틀러와 나치 자체가 이미 과거형인 만큼 이것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없으며, 오히려 거기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욕먹기 쉬운 상황이기 때문이죠.

 



‘히틀러=나쁜놈’ 이라는 공식은 이미 누구나가 알고 있는 만큼, 이 명제에는 가치판단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의 공감을 살 수 있습니다. 거기에 히틀러는 죽었다”고 소리치며 자유를 외치고 반전을 노래하면, 정말이지 멋있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지요.

 



반전이라는 키워드야 워낙 록커 임재범이 오랜 세월동안 품고 살아왔으며, 또 노래해온 주제이기 때문에 딱히 그 부분에 의문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2011년도 다시금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임재범이라면, 구시대적인 ‘나치 퍼포먼스’가 아닌 조금 더 세련된 퍼포먼스를 할 수 있지 않았냐는 문제입니다.

 



역으로, 반전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주제가 ‘히틀러’와 ‘나치’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하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가장 무난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촌스러운 행동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나 대중문화예술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면, 가장 덮어씌우기 쉬운 “북한 탓”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행태가 촌스럽듯이 말이죠.

 



임재범의 메시지는 옳았습니다. 퍼포먼스도 그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세련되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굳이 나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반전의 메시지를 주장할 수 있는 퍼포먼스는 기획하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중권의 비난은 비록 ‘지적 오만함’에 기반한 냉소적 비판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치 퍼포먼스’는 ‘미학적 비평의 대상’이 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진중권을 비판하려는 이가 있다면, 왜 임재범은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구닥다리 ‘나치 퍼포먼스’를 펼쳤는지에 대한 그 타당한 이유를 먼저 밝혀야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진중권을 비난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나 이유를 제시한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치 퍼포먼스’가 비난 대상은 아닐지언정 마찬가지로 촌스러움의 대상에서도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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