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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연인 아이유, 왜 고려까지 넘어간 것일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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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이유는 왜 고려까지 타임슬립(시간이동)’한 것일까? 이준기, 아이유 강하늘 주연의 100% 사전 제작 드라마, SBS 수목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를 시청하는 동안 끝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판타지 드라마에서 맥락을 찾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의 경우엔 더 그렇다. ‘만약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뿌리를 내린 이야기 앞에 라는 질문을 던져본들, 돌아올 대답은 너무도 뻔하다. 드라마니까.

 

따라서, <달의 연인> 속 아이유의 타임슬립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가 순식간에 실망으로 변해버린 이유는 결국 타임슬립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거 같다.

 

 

 

 

타임슬립이란 설정 살리지 못한 <달의 연인>

 

여기서 잠깐, 3회까지 방영된 <달의 연인> 시청률 추이를 보자. 7.4%(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1,2회 연속방송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전략에 힘입어 29.3%까지 올랐다. 하지만 30일 방영된 3회는 7.0%로 곤두박질쳤다. 이 드라마에 별다른 재미를 못 느끼고 시청자가 이탈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이유가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선전만은 아닐 것이다.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몇몇 배우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도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타임슬립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가져다 놓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야기 구성, 그리고 연출에 있다.

 

 

 

 

냉정하게 짚어보자.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넘어오거나, 반대로 현대에 살고 있는 인물이 우연찮은 계기로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당장 생각나는 드라마만 꼽아봐도 SBS <옥탑방 왕세자> , tvN <인현왕후의 남자> , MBC <닥터진>, SBS <신의> 등이 있다. 타임슬립 드라마의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한 tvN <나인>과 웹드라마 <퐁당퐁당 LOVE>까지 더하면, 오히려 식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시간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꾸준히 제작되고 줄곧 인기를 이어온 건,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3인칭 시점으로만 배워온 역사를 주인공 시선으로 바라볼 때, 시청자에게 기록된 역사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또 주인공의 일탈 행동으로 인한 과거의 변화는 현재에 까지 영향을 미치며 시청자를 긴장감에 빠트리기도 한다.

 

굳이 어려운 카오스이론이나 평행우주 같은 세계관으로 바라보지 않더라도, 타임슬립 드라마는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액션과 로맨스만 잘 결합시키면 안방극장의 강자가 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상상력 실종된 타임슬립은 결국 낭비다

 

그런데, 웬걸. 태조 왕건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달의 연인>에선 좀처럼 타임슬립 드라마 특유의 긴장감과 재미를 찾아볼 수 없다. 이준기를 앞세운 액션도 화려하고, 강하늘-아이유-이준기로 이어지는 삼각 로맨스도 불꽃이 튀고 있는데, 그럼에도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타임슬립이란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회 까지 방영된 내용만 놓고 보자면, <달의연인>은 시간이동이란 개념을 단순히 여자주인공의 캐릭터 구축에만 낭비하는 느낌이다.

 

고려시대의 차분한 여인과는 달리 털털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약간의 무대포 기질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필요해 굳이 아이유가 맡은 해수라는 캐릭터를 현대에서 고려시대로 넘어간 설정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닥터진><신의>에서는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과거가 넘어가면서 그 당시엔 불가능했던 수술을 집도해 역사적 인물을 살려 낸데 반해 <달의 연인>속 아이유는 그저 현대의 경력(?)을 살려 색조 화장을 하는 정도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스토리만 놓고 보자면, 굳이 아이유가 고려까지 타임슬립(시간이동)’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상상력이 실종된 타임슬립은 결국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아직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 궁중암투가 본격화되고, 황자들의 권력 다툼이 더 치열해진다면, 그 안에서 해수(아이유 분)의 비중 역시 높아질 것이다. 때로는 역사적 지식을 이용하여 난관을 헤쳐 나가고, ‘시간이동이란 상상력에 어울리는 긴장감 넘치는 사건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떠나버린 시청자의 마음을 뒤늦게 어떻게 돌리겠단 말인가. 극 초반 타임슬립을 활용하여 보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연출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으면 좋았으련만, <달의 연인>은 타임슬립이란 소재를 전혀 매력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타임슬립 드라마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오히려 퇴보한 느낌마저 주는 <달의 연인>. 결국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유는 왜 고려까지 타임슬립(시간이동)’을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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