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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효리네민박>...우리는 왜 ‘촌스러운’ 예능에 끌리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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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효리네민박>...우리는 왜 촌스러운예능에 끌리나?

 

판이 바뀌었다. 최근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특히 시청자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거나 시청률이 제법 괜찮게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한단어로 묶어내자면, ‘촌스러움이란 키워드가 적당할 거 같다.

 

여기서 촌스럽다세련된 맛이 없이 엉성하고 어색한 데가 있다라는 단어 본래의 뜻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농촌이나 어촌, 그리고 산촌을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이미지, 따뜻하고 구수하고 정이 넘치는 우리네 고향의 정서를 빗댄 의미의 촌스럽다.

 

 

 

 

<12><무한도전>을 시작으로 야생과 리얼을 강조하던 예능은 <정글의 법칙><진짜 사나이> 등을 거치며 더 자극적이고 더 수위가 높은 고생과 체험을 보여주는데 주력해왔다. 육아예능과 먹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쌍둥이 아빠와 다둥이 아빠가 등장한 건 육아의 고충을 더 극대화하기 위한 설정이었으며, 먹방 역시 누가 더 많이 먹고 더 큰 리액션을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왔다. “더더더만을 외치며 경쟁을 부추겨온 사회에서 우리는 더 센 자극을 주는 예능을 찾아 리모컨을 돌려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방영 중인 예능은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곳곳에 촌스러움이 녹아들고 있으며, 시청자들의 평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극적인 예능이 아니라 촌스러운예능에 더 끌리는 모양새다.

 

 

 

 

재탕, 삼탕, 탕탕탕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tvN <삼시세끼-바다목장편>을 보자.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잭슨살롱 냉장고를 설치해서 출연자와 마을 주민이 서로 먹거리를 나누게 됐다는 점이다.

 

그건 단순하게 음식과 음식을 교환하는 게 아니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이웃과의 정을 나누는 것이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행위다. 제작진의 의도가 놀랍고, 여기에 맞춰 따뜻한 그림을 그려내는 출연자와 마을 주민들의 일상은 감탄스럽다. 진정한 촌스러움이다.

 

 

 

jtbc <한끼줍쇼>는 또 어떤가. 드론택배와 자율주행차량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남과 함께 밥 한끼를 먹는다는 설정은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선사하는 일상의 소중함과 우리네 이웃들의 평범한 일상은 시청자의 지친 마음에 작은 위로를 건네준다. 90년대에나 통했을 법한 프로그램이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지금에도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건, 우리들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촌스러움에 대한 욕망 때문이지 않을까?

 

KBS 2TV <12>에서 끊임없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농사일을 돕고 이웃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점도 결국엔 촌스러움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시청자는 10년 넘게 <12>에 성원을 보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밑바탕에 깔린 촌스러움이란 정서가 유효하단 의미다.

 

 

 

 

요즘 가장 뜨거운 jtbc <효리네 민박>도 마찬가지다.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투숙객들은 뭔가 거창한 것을 하는 게 아니다. 게임을 하고 벌칙을 주고받거나 혹은 고생을 부각시키지 않아도 시청자 입장에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건, 이들이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와 서로를 챙겨주는 별거 아닌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쉼표(,)를 눈으로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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