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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교주 노홍철에게 띄우는 편지 <긍정의 배신>

책 이야기/인문,사회,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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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배신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 / 전미영역
출판 : 부키 20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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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주님.


저는 평소 교주님을 흠모해온 긍정교인 중 한사람으로서 평소에도 우리 긍정교를 널리 알리고, 교주님의 긍정복음을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긍정의 배>이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이 <긍정의 배신>이 올해 역병처럼 퍼져 교보문고에서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책 10권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고 합니다.


! 이럴수가. 교주님 저는 우리 긍정교의 교리를 전면 부정하는 ‘불온서적’을 당장이라도 금서목록으로 지정하여 우리 교인들의 긍정적인 사고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선은 적을 먼저 알아야겠지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잖아요.


그래서 대체 이 책이 무슨 해괴한 괴담을 유포하여 우리를 배신하려 하는지 알아보고자 공사다망한 교주님을 대신하여 제가 먼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교주님의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은이에 대한 설명부터 드리지 않을 수 없겠네요. <긍정의 배신>이라는 불온서적을 최초로 유포한 사람은 바로 바버라 에런라이크라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아주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암환자들이 사이에 널리퍼진 긍정적 태도를 못마땅히 여기고, 심지어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 차원으로 진행하는 동기유발이나 자기계발과 같은 강연 등도 비꼬아 보더라고요. 심지어 우리 긍정교의 교리라고 할 수 있는 ‘긍정주의’가 세계의 위기를 초래하고 우리를 불행에 빠트리고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더라고요. 악질중에 악질입니다.


그런데 교주님. 제 믿음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주장한 내용이 아주 다 쓸모없는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물론 제가 이런 불온서적 따위의 글귀에 혹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우리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니 <긍정의 배신>에 적힌 내용 중에도 약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그런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죠. 역병처럼 번지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것 같더라고요.


긍정이데올리가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하다



교주님도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얼마전 한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2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살던 이 학생은 만화방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왔는데요. 진로에 대한 고민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학생 뿐만이 아닙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경찰청에 의뢰해 정리한 통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매해 평균 대학생 23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들 모두 생각이 부정적이어서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취업이 어려웠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들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또 잘될거라는 희망속에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등록금과 실업률은 오르는 상황에서 절망했을 거라 생각해요.


<긍정의 배신>은 이들이 자신의 긍정성 부족을 자책하면서 동기유발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 대신 제도의 불합리성과 사회보장제도의 미비함에 목소리를 높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주더라고요. 물론 나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누가 사회와 국가를 향해 그렇게 외칠 수 있겠어요.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이나 안받으면 다행이죠.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긍정 이데올로기가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는 작가의 말도 일리는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죄송합니다. 교주님. 제가 이렇게 믿음이 약하네요.)


낙천성이 성공의 열쇠이고 긍정적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실패한 사람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되는 거잖아요.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가혹함이 긍정의 이면 한편에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솔직히 저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긍정은 무조건 좋은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고 교주님과 우리 긍정교를 배신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확신할 수 있는 하나는 마음가짐만으로 사실을 외면할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긍정이 진짜 긍정이 되기 위해서는...



교주님, 감히 제가 한말씀 드립니다. 저는 우리의 긍정이 진짜 긍정이 되기 위해서는 현실의 고통과 위험을 제거하려는 작은 실천이 뒤따라야하고, 그것을 막고있는 장애물을 치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교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너무 높은 집값에 걱정합니다. 다른 이들이 걱정하고 비판할때 우리 교인들은 언젠가는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우리집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마음먹습니다. 지금껏 그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와 원인을 찾아서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가짐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실이니까요.


이렇게 편지를 쓰고보니 저 역시 악질중의 악질이 된 것 같습니다. 교주님께서 이 책을 읽으실거 같지는 않지만, 혹시몰라 파이낸셜타임스의 추천평 일부를 P.S로 남기겠습니다.


P.S: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긍정이냐 아니면 비관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에서 출발하느냐 마음가짐에서 출발하느냐가 핵심임을 보여주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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