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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닭치고’ 속 풍자, 과연 의도한 것일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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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상한 학교가 하나 있다. 학생들의 기억력은 30초밖에 되지 않아 늘 똑같은 말만 주고받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선생님은 시종일관 ‘닭치고’인지 ‘닥치고’인지 불분명한 소리만 내지른다. 그럼 학생들은 하나같이 “네네네~네~네네~”로 화답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픈 학생들을 치료해줘야 할 양호선생님 ‘후다닭’은 엉뚱한 학생에게 엉터리 치료만을 선보인다. 그리고 나선 이름처럼 ‘후다닥’ 사라진다.

 

학교의 수장격인 교장은 또 어떤가. 일주일 만에 ‘꽉기오’에서 ‘꼭이오’로 이름이 바뀌는가 하면, “약속을 잘 지키는 교장”이라는 인사말과 달리 그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결코 지켜지는 법이 없다. “지난일은 잊자”라는 교훈처럼, 이 학교 구성원들은 모두 심각한 건망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딴 소리’, ‘말 돌리기’, ‘한 입으로 두말하기’ 등은 모두 웃음으로 승화된다. 바로, KBS <개그콘서트>속 한 코너 ‘닭치高’속 풍경이다.

 

 

 

 

뭐 이런 학교가 다 있나 싶겠지만, 사실 ‘닭치高’가 그려내는 풍경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닭치高’ 속 교실을 우리나라로 바꾸고, 교장과 선생님을 정치인, 그리고 학생들을 국민으로 표현해도 이야기의 흐름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선거철만 되면 “정책과 공약을 보고 리더를 뽑겠다”고 되풀이 하면서, 정작 결과는 지역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30초도 안 돼 자신이 한 말을 되풀이 하는 ‘닭치高’속 학생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 앞에서 허리를 90도 굽히며 “도와 달라” 읍소하지만, 정작 당선 된 후에는 자신이 한 약속마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말을 돌리는 게 바로 우리 사회의 리더이자 정치인의 모습 아니던가.

 

 

 

 

그들 중 일부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가자는 사람들에게 “닥치라”고 강요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자며 진실을 내세우는 사람들에게 “지난일은 잊자”며 큰소리친다. 문제는 그 일부가 우리 사회 권력의 핵심층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닭치高’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그것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이 학교에 더 이상 못다니겠다며 전학을 떠난 불닭이 다시 ‘닭치高’에 전학생으로 오는 모습은 정홍원 총리의 유임을 연상시키지만, 꼭 그렇게만 해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창문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을 방지하고자 창문을 없애버리겠다는 교장의 모습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을 해체하기로 한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게 꼭 의도된 것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닭치高’ 속 캐릭터는 건망증을 기본으로 모두 어딘가 부족한 바보 캐릭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빚어내는 대화와 상황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언어유희가 될 수도 있고, 슬랩스틱 코미디로 비추기도 하며,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정치풍자로 다가오기도 한다.

 

 

 

의도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단, 재해석의 여지만큼은 그 어떤 코너보다 커 보인다. ‘닭치高’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여기에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과 말을 덧붙일 수 있다. 현실을 빗대어 본다면, 그 즐거움 또한 배로 커진다. 풍자의 묘미는 역시 해석하기 나름에 있다.

 

‘닭치高’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닭 분장을 하고 나온다는 사실도 빼 놓을 수 없겠다. 다른 동물도 아니고, 무려 ‘닭’이다. 닭은 ‘후라이드반 양념반’, ‘후다닭’, ‘꽉기오’처럼 언어유희를 하기에 좋다는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개그의 소재로 삼기에는 어딘지 불편한 구석이 있는 동물이다. (그 이유는 입 밖으로 꺼내기 곤란하다.)

 

그것을 길영환 前 사장 체재아래에서 움츠려있어야만 했던 KBS의 도발이라고 봐야할지, 아니면 지금 대중에게 먹히는 코드가 어떤 건지 본능적으로 낚아채는 개그맨들의 감각이라고 봐야할지는 모르겠으나, ‘닭치高’속 닭들은 어쨌든 꽤나 사랑스럽다. (누구와는 다르게.)

 

만약, ‘닭치高’속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개그맨들이 목숨 걸고 개그를 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코너의 시청률을 더욱 올려줘야 할 것이다.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조기종영하고 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제 너무도 익숙한 패턴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전국 평균 시청률 20%를 상회하는 등 그 인기가 뜨겁다. ‘개콘’ 속 코너별 시청률에서도 1,2위를 다툴정도다. ‘닭치高’의 인기가 부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닥치고 채널고정! “네네네~네~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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