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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누가 백성의 마음을 훔칠 것인가?

 

이거 저거 훔친 게 많은 사람들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요즘, 우리사회 최대 관심은 국민의 마음을 훔쳐 줄누군가를 향해 있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다. 태극기를 들었는지, 촛불을 들었는지에 따라, 그리고 지역과 나이에 따라.

 

시스템의 붕괴라든지, 체제전복이라든지,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요즘, MBC 월화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둑(이하 역적)>은 무대를 조선시대로 옮겨 작금의 현실을 반추한다.

 

 

 

 

드라마 속 아모개(김상중 분)는 그 이름에서 보여지 듯 수많은 노비 가운데 한명일 뿐이다. 그에겐 주체성도 자율성도 허락되지 않는다.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사는 게 그의 삶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의 계략에 빠져 마누라가 죽고 전 재산을 빼앗긴 아모개는 세상의 이치와 법도가 자신 편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이 아모개를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그는 양반의 편에 선 법 대신 자신의 손에 들린 낫으로 주인을 응징한다.

 

노비가 주인을 살해하는 건 삼강과 오륜을 어긴 죄, 즉 강상죄에 해당한다. 유교사회인 조선에서는 가장 큰 죄라 할 수 있다. 이유 불문, 사형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모개(김상중 분)는 죽지 않는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돈을 크게 벌어 양반에 버금가는 호의호식을 누리기까지 한다.

 

 

 

 

"어째서 그때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인간 같지 않은 것들 싹 죽여 버리고 새로 태어날 생각을 왜 못했을까". 천한 노비주제에 감히 양반인 주인을 살해하고도 당당하기 그지없는 아모개의 독백을 보자. 태극기를 들고 서울광장에 모이는 할아버지들이 들었다면 아마도 드라마가 나라 말아 먹는다며 당장에 불호령을 내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시 태어난 아모개는 없는 자, 모자란 자, 천한 자들이 모여 사는 익화리를 자신만의 유토피아로 만들어 가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모개의 강상죄가 왕족의 귀에 들어감으로써 아모개가 일군 없는 자들의 세상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끝나고 만다. 왕종과 양반은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명분아래 아모개를 죽음으로 내몬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던 시절, 어쩌면 아모개는 너무 큰 꿈을 꿨는지도 모른다. 송충이 주제에 솔잎 이상의 것을 탐냈고, 분수에 어긋나는 옷을 입은 것이다. 사대부가 만든 시스템을 감히 노비출신이 바꾸겠다는 건,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물론, 아모개의 꿈은 그의 아들 홍길동(윤균상 분)이 이어갈 것이다. 길동은 앞으로 백성을 훔친 도둑이 되어 연산군(김지석 분)과 대립할 예정이다. 연산군에게 있어 권력은 곧 왕이고, 왕이 곧 국가다. 반면, 홍길에게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오고, 국가는 곧 백성이다. 둘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대를 앞선 홍길동의 꿈은 봉건사회라는 시스템에 막혀 좌절될지 모른다. 그러나 <역적>을 드라마로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 적어도 우리에겐 연산군과 홍길동 중 누구를 리더로 뽑을 건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저마다 국민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출사표를 내던지는 요즘, 누가 힘과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할 적임자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및 언론사 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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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카루스83

세상 모든 것을 리뷰하는 블로그입니다. 영화, 책, TV, 그리고 우리의 인생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을 견지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나쁜 녀석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유

 

한 여자가 납치를 당한다. 방안에 감금된 그녀는 범인이 한눈을 파는 사이 112에 전화를 건다.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본인이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과 감금된 위치를 경찰에게 전한다.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상황, ‘제발 빨리 좀 와달라’고 애원하는 그녀에게 경찰은 이렇게 말한다.

 

“네? 거기가 어디라구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여보세요? 지금 계신 곳이 어디죠?….”

 

이렇듯, OCN <나쁜 녀석들>은 공권력의 무능과 한계,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이야기의 기제로 삼는다. 법과 정의는 늘 옳고 우리를 지켜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드라마는 전제하고 출발한다.

 

 

 

 

‘악을 응징하는 것은 법이 아닌 또 다른 악’이라는 설정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다소 발칙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영화 같은 연출, 그리고 탄탄한 극본이 어우러지면서 또 하나의 명품 스릴러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대체, 왜 시청자는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일까?

 

“저들은 이미 짐승인데, 어떻게 인간으로 상대를 한단 말입니까? 똑같은 짐승이 되어 상대하지 않으면 그저 잡아먹힐 뿐입니다.” 과거 어떤 이유에서 정직을 당한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 반장은 딸을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스스로 ‘미친개’가 되길 마다하지 않는다. 법의 심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선 그들에 버금가는 나쁜 놈들을 앞세워 ‘사냥’에 나서야 한다는 게 오구탁 반장의 지론이다. 바로 악을 악으로써 응징해야 한다는 것.

 

흥미로운 건, 이런 오구탁 반장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게 바로 경찰청장이란 사실이다. 남구현(강신일 분) 청장은 한평생 법과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온 인물이지만, 잠복근무 중이던 부하 직원이 연쇄 살인마에게 살해당한 후, 자신의 소신이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법과 정의만으로는 나쁜 놈들을 잡을 수도 없고, 또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도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남 청장의 부름으로 다시 현업에 복귀한 오 반장은 본격적인 특별 팀 구성에 나서고, 여기에 조폭 박웅철(마동석 분), 살인청부업자 정태수(조동혁 분), 연쇄 살인범 사이코패스 이정문(박해진 분)이 팀원으로 합류한다. 오구탁이 이들 세 사람에게 내건 조건은 매우 간단하다. 나쁜 놈들을 잡을 때마다 이들의 형량을 감량해주는 것. 태어나 착한 일 한 번 해본 적 없는 이 세 사람은 감형이라는 목표를 위해 하루아침에 나쁜 놈들을 잡아들이는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다.

 

“착한 놈을 패면 폭력이지만 나쁜 놈을 패면 정의”라는 대사처럼, 선과 악 그리고 폭력과 정의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규정하느냐에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게다가 사회적인 질서와 법체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릴 경우, 그간 우리가 믿어왔던 ‘진실’과 ‘정의’는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된다. 과연 우리사회에서 법으로 심판하지 못할 일들이 생겼을 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울분을 가져보지 않은 자가 있을까?

 

이 드라마에 쏟아지는 호평은 바로 대중들의 철저한 ‘대리만족’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사건 해결에 나서는 당사자들이 ‘나쁜 녀석들’이라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녀석들보다 더 나쁜 놈들을 잡아들이는 과정은 통쾌하기 그지없다. 법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돈의 위세에 정의가 꼬리를 내리는 현실에서, 오로지 악당을 잡기 위한 일념으로 발톱을 치켜세우는 이들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처음에는 피해자의 생사 따윈 전혀 관심 없고, 그저 자신들의 감형에만 힘을 쏟던 이들이 조금씩 인간다움을 되찾는 과정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리는 흔히 선거를 정의함에 있어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 선택’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렇다면, 정치 역시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 사이의 싸움이 아닐까. 악으로 악을 응징한다는 이 드라마 속 설정은 분명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지만, 따지고 보면 ‘덜 나쁜 정치인’을 지지함으로써 ‘더 나쁜 정치인’의 당선을 막으려는 우리의 정치적 행동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의미며, 또 정치적 자양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마찬가지로, 악으로 악을 응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사회 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이며, 법과 정의에 대한 불신의 반작용 때문이 이 아닐까 싶다.

 

<무한도전>에 이어 매주 토요일 저녁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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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 26일 종영했다. 백두그룹을 둘러싼 차영우펌과 김석주(김명민 분) 변호사의 재대결은 결국 김석주의 승리로 끝났고, 이에 따라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을 잃을 뻔한 백두그룹은 새로운 경영진과 노사화합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김석주 변호사와 유정선(채정안 분)은 정략적인 연인관계를 벗어나 새로운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부친과의 화해도 이뤘다. 엔딩장면에서 보여준 김석주의 미소처럼 드라마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하지만 성급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기억상실에 걸린 김석주는 끝까지 기억을 찾지 못했고,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권력과 자본을 주물러온 차영우(김상중 분) 로펌은 김석주에게 패배한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했다. 김명민과 라이벌 관계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은 진이한은 마지막 회에 이르러 완전히 존재감을 상실했고, 박민영 역시 김명민과 애매한 관계로 남으며 이야기에 확실한 ‘마침표’을 찍지 못했다. 종영인 듯, 종영 아닌, 종영 같은 이야기로 못내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묶어야 할 매듭은 많은데, 미처 시간이 없어 그냥 통으로 싸맨 느낌이랄까. 예기치 못한 조기종영은 끝내 수작이 될 수 있었던 드라마 한편을 그저 그런 평범한 이야기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한 마디로, 조기종영이 부른 참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억지로 결말을 만들다 보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특히, 이날 마지막 회에 등장한 백두그룹 노동조합 에피소드는 우리사회 노조의 현실과 자본과 권력이 노동자를 어떻게 압박하는 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회라는 한계에 부딪혀 너무 급박하게 진행됐다. 시간이 없다보니 대사를 통한 설명이 주를 이뤘고, 답은 구하지 못한 채 문제 제기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차영우 펌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냈고, 일부러 물리적인 충동을 일으켜 노조 간부원 몇몇을 구속시킬 계획까지 세웠다. 작가는 차영우(김상분 분)의 입을 빌어 이런 수법이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상용하고 있는 ‘노조 프로그램’임을 언급했고, 과거 기업의 편에 서서 일하던 김석주가 설계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사용자 측의 비열한 수법에 맞서 노조원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개과천선’한 김석주는 어떻게 돌파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개되지 못했다. 그것이 작가의 역량 부족인지, 혹은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기종영으로 인한 결과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작가는 최근 파업에 참여하거나 단체행동에 나서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기업 측에서 ‘소송전’으로 맞불을 놓는 상황을 지적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쌍용차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파업을 주도한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이제 기업들에게 있어 하나의 전략이 돼가고 있다. 문제는 관련자 모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핵심 간부 등 개개인에게 소송을 걸면서 궁극적으로는 노조 활동 위축과 조직의 와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개과천선>은 이날 마지막 회에서 이런 과정을 그려냈지만, 허겁지겁 만들어낸 결말 속에 잠깐 포함시킬만한 소재는 아니었다. 최소 2회 분량 이상에서 다루었어야 할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그나마 한 가지 기대를 해본다면, 아직 건재한 차영우 펌과 기억을 찾지 못한 김석주가 언제든지 다시 부딪힐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았다는 점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차영우 펌과 김석주의 대결이 다시금 성사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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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소설을 쓰고, 작가는 뉴스를 만든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몇몇 드라마와 세월호 참사 이후 그 민낯이 드러난 언론을 비교해보면, 작가와 기자의 역할이 바뀐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자들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로 전락하는 동안, <골든타임>, <빅맥>, <개과천선>과 같은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정의에 목마른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할 작품은 역시나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다. <빅맨>과 <골든타임>이 우리사회 상류층과 자본이 어떻게 권력을 세습하고 서민들을 농락하는지 보여줬다면, <개과천선>은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와 지금은 흘러간 부조리한 사건들을 국민들에게 다시금 환기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기업의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어민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거기에 대형로펌이 개입함으로써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야기에서 시청자는 어렵지 않게 '태안 기름유출 사건'을 떠올린다. 또 대형은행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파생상품 영업을 벌이고, 그 파생상품이 문제가 되어 결국 중소기업이 줄지어 부도처리되는 에피소드는 자연스레 지난 2009년의 키코사태를 연상시킨다.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개과천선>이 방영되는 동안 동양증권과 진로그룹처럼  매각처리된 기업들의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되는 이유는 이 드라마속에 등장하는 소송들이 대부분 실제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극적인 재미를 최우선으로 하는 드라마가 실제 사건에서 벌어진 모든 것을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다. 제 아무리 작가가 세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상황을 그려낸다 하더라도, 연기와 연출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그 진실이라는 것은 상당부분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과천선>은 뉴스도 아니고, 탐사보도프로그램도 아니다. 허구에 바탕을 둔 드라마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 속 상황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또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다. 마치 뉴스를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자본과 권력 거기에 대형로펌이 결탁하여 벌이는 부조리한 행태를 마치 현미경으로 응시하는 듯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이란, 그 어떤 탐사보도프로그램의 기자보다 뛰어난 듯 보인다.

 

어쩌면, 드라마로서 <개과천선>이 갖는 의미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로서 갖춰야 할 이야기의 재미 또한 최근 방영 중인 그 어떤 드라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런데 거기에 '뉴스 같은 드라마'라는 수식어까지 얻어가고 있다. 정의에 목마른 시청자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나간 사건마저 다시금 언론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고 있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선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서 말이다.  

 

 

 

조기종영이 결정된 <개과천선>은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앞두게 됐다. 어떤 사건들을 작가가 더 준비해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야기의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도 얼마든지 호평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제2의 <개과천선>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분명 이어질 것이다. 일부 시청자가 제기하고 있는 시즌제 추진 역시 뉴스가 제 역할을 못해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라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뉴스보다 더 뉴스 같았던 드라마 <개과천선>. 정말로 '개과천선'해야 할 존재들이 새롭게 거듭나지 한 시청자는 늘 기억하고 기다릴 것이다. '최희라' 라는 작가의 이름 석자와, 그녀가 들고 올 또 다른 작품을 말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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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결과였고, 받아야할 사람이 받았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완벽한 수상이었다. <추적자> 손현주가 2012년 마지막 날 진행된 SBS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신사의 품격> 장동건과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 이날 SBS 연기대상은 장동건이 해외일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하면서, 사실상 손현주의 대상으로 무게추가 ‘확’ 쏠렸다. 게다가 장동건이 주말/연속극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함에 따라 이변의 ‘변수’는 완벽히 제거됐다. 남은건 손현주의 이름이 호명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 여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추적자>의 백홍석, 바로 손현주가 대상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무려 데뷔 21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그동안 손현주는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파’, ‘노력파’, ‘명품연기’, ‘미친존재감’ 등 헤아릴 수 없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유난히 상복은 없었다. 왜냐하면 방송사의 연기대상이 그저 ‘연기만’ 잘했다고 주는 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화제성, 시청률, 배우의 공헌도, 그리고 감독과 작가 등 고려해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MBC가 재욱 대신 조승우를 택한 이유나 SBS 연기 대상을 앞두고 ‘손현주 아니면 장동건’이라는 말이 나온 까닭만 짚어 봐도, 그동안 손현주가 왜 상복이 없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마침내 해냈다. ‘명품연기’라는 수식어에 그치지 않고, 명실상부 올 한해 가장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배우로 선정된 것이다. 어쩌면 <추적자>의 모든 배우와 스텝, 그리고 감독과 작가 등 모두가 하나 되어 만들어낸 ‘유쾌한 반란’이 아닐까 싶다.

 

 

 

잘 알다시피 <추적자>는 편성이 펑크 나면서 급하게 꾸려진 드라마다. 그래서 준비가 많이 부족했고, 또 없는 것도 많았다. 그 흔한 아이돌 스타나 한류 스타 하나 없이 오로지 중견 연기자들의 솔선수범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출연 배우들의 열정과 땀이 바탕이 돼 만들어졌다. 손현주는 그 중심에 있었을 뿐이다.

 

때문에 새삼 그의 연기를 칭찬하면서 대상 수상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 그의 대상은 당연한 결과였고, 받아야할 사람이 받은 ‘뻔한 수상’에 가깝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당연한 결과 앞에서 시청자의 가슴은 뭉클해진다. 그 이유는 바로 이날 손현주가 수상 소감에서 밝힌, 어딘가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해내가는 수많은 ‘개미’가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상이라는 최고의 영예는 늘 화려한 스타의 몫이었다. 대상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영광과 관심은 그것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영위해온 소수들의 특권과도 같았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드라마 속 화려한 스타 한명이지만, 그 하나의 스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동료 배우와 스텝, 그리고 매니저와 코디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그동안 빛나는 스타들의 동료배우로서만 머물렀단 손현주가 마침내 대상을 받고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개미’들 덕분에 오늘의 자신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다. 급하게 제작된 드라마는 쪽대본이 나오기 일쑤였고, 아이돌스타나 한류스타의 측면 지원이 없었던 까닭에 시청자의 눈을 붙잡기 위해서는 그저 더 열심히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과정 역시 공정하지 못했다. 회당 출연료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배우들이 만든 드라마의 결과와 그에 10분에 1 수준도 안되는 출연료를 받고 만든 드라마의 결과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너무도 염치없는 자세였다.

 

하지면 결과는 정의로웠다. 이날 손현주는 누구나 노력하면 인정을 받고, 또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는 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날 시청자가 뭉클했던 이유는 바로 손현주를 통해 자신이 살고 싶은 사회, 보고 싶은 사회를 간접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 이 갈망이야 말로 2012년 마지막 날 우리가 손현주의 대상 수상이라는 당연한 결과에 뭉클했던 진짜 이유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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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주간 숨 가쁘게 달려온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가 드디어 종영을 맞았다. 강동윤은 대선에서 떨어졌으며, 8년형을 선고받았다.

 

백홍석은 비록 15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지만, 딸에게 덧씌워진 오명을 벗겼으며, 시청자들에게 진실은 승리한다는 걸 보여줬다. 게다가 작가는 “아빠는 무죄야”라는 수정이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는 심리적으로 해피엔딩이라는 결과를 선물해줬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보이고, 드라마를 통해시청자는 현실의 울분을 달랜 것처럼 보인다.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수 없었던 촘촘한 스토리, 이를 뒷받침한 나무랄데 없는 중년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완급조절을 통해 방점을 찍은 연출까지, <추적자>의 성공요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처럼 훌륭한 드라마를 이제 보내야만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은 남지만, 아직 이대로 끝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비록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현실에서 반큼은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추적자를 이대로 보낼 수 없는 3가지 이유’를 짚어 봤다.

 

 

 

 

1. 검찰을 나온 최정우 검사 VS 승리의 미소를 짓는 박민찬 검사

 

딸의 죽음과 관련해 증거조작과 왜곡된 법 해석으로 절망한 백홍석(손현주 분)은 법정 살인을 감행하는 등 ‘사적 복수’를 진행했다. 비록 드라마 중간 최정우(류승수 분) 검사의 도움을 빌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복수를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권력과 자본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법의 존엄성은 그 자체로 침해받아서는 안되지만, 법과 정의를 무기로 그 권력의 치부를 낱낱이 파헤치고자 했던 최정우 검사는 끝내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고, 급기야 검찰청을 나와 백홍석을 변호하는 변호사로 변신을 꾀하게 된다.

 

반면, “검사는 검사를 받으며 일하기 때문에 검사”라며 시종일관 최정우 검사와 백홍석을 괴롭힌 비리검사 박민찬(송영규 분)는 마지막 백홍석에게 무기징혁을 구형하고, 재판부가 15년형을 선고하자 승리에 가득판 미소를 지어 보인다.

 

 

 

 

종영 이후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대표적인 한오그릅 장학생 검사인 박민찬 검사는 백홍석 사건을 계기로 승승장구 할 게 분명해 보이고, 진실과 정의밖에 믿을 게 없는 소시민을 권력과 자본으로 짓누를 게 뻔하다. 박민찬 검사가 입에 달고 사는 ‘법’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다수가 기대하는 그 ‘법’일 리가 없다는 점에서 ‘추적자’는 여전히 우리 가슴속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2. 국무총리 인사마저 좌지우지하는 서회장의 건재함

 

드라마 속 서회장은 스스로 이야기했듯, 황제와 다름없는 권력을 지녔다. 정치권력과 사법권력마저 좌지우지 하는 그의 존재는 우리사회에서 부르는 이른바 ‘자본권력’이다.

 

비록 서 회장의 딸 서지수가 뺑소니 사건 진범으로 긴급 체포되고, 아들은 해외로 도피, 막내 딸은 아버지 곁을 떠나 그는 모든걸 잃은 것처럼 묘사되지만 사실상 서 회장은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로 숨쉰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은 듯 보이지만, 신임 회장을 집으로 불러 업무를 지시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서 회장은 살아있는 권력으로 정재계를 주무른다.

 

 

 

 

특히 신임총리가 아들 병역 문제로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하자, 전화 한통으로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모습은 믿을 게 ‘법’밖에 없는 소시민에게 무력감과 박탈감을 안겨준다. 우리가 승리라고 믿었던 사실조차도 서회장과 같은 자본권력을 상처내기에는 한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회장이라는 존재가 건재하는 한, 제2의 강동윤과 제3의 신혜라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우리의 눈에는 안보이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전화 한통화만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권력을 행사하는 또다른 이름의 ‘서회장’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럼으로 아직, 추적자를 이대로 끝낼 수 없다.

 

3. 서지수 체포 VS 강동윤 8년 VS 백홍석 15년이 주는 다른 의미

 

겉으로 보기에 드라마는 죄를 지은 모든 사람이 벌을 받는 것처럼 그려졌다. 실제로 악행에 가담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법의 심판을 받았으며, 심지어 절대권력자 서회장의 딸 서지수마저 진실이 힘에 의해 긴급 체포되었다.

 

하지만 백홍석은 15년을 선고 받았으며, 강동윤은 8년, 서지수는 재판을 받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일종의 열린 결말인 셈인데, 단순히 체포되었다고 해서 서지수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고는 결론내릴 수 없다. 서지수에게는 전화 한통으로 총리 임명건에 관여할 수 있는 아버지 서회장이 있기 때문이다.

 

 

 

백홍석이 15년의 형기를 마칠 동안 서지수는 물론이고 강동윤은 불구속 기소, 보석 석방, 특별사면과 같은 형태를 빌어 다시 우리 사회 기득권의 한 축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수정이의 “아빠는 무죄야”라는 대사에 눈물을 흘린다. 단지, 형량이 다르다는 게 문제가 아니고, 그 형량을 온전히 채울 것인가를 따져봤을 때, 서지수 체포, 강동윤 8년, 백홍석 15년은 그 의미를 전혀 달리한다.

 

진실에 대한 백홍석의 추적이 끝남과 동시에 드라마 ‘추적자’는 끝이 났다. 하지만 진실에 대한 요구,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드라마와 종영된다면 <추적자>는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못하게 된다. 현실에서의 ‘추적’은 어쩌면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바로 추적자를 이대로 끝낼 수 없는 이유와 같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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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편의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17일 마지막회를 끝으로 우리사회에 대한 8주간의 ‘추적’을 끝마쳤다. 한 회 한 회 마다 우리 사회 치부를 여과없이 보여줘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추적자>는 종영 그 순간까지 무거운 질문과 숙제를 던져줬다.


이날 마지막회 방송은 드라마속 모든 이야기의 발단이 된 사건, 바로 백홍석(손현주 분)의 딸 백수정의 뺑소니 사건 진범을 밝히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백홍석의 변호사가 아닌 백수정의 변호를 자처한 최정우(류승수 분) 변호사는 뺑소니 사건 당시 차량 운전자인 서지수(김성령 분)를 법정에 세워야 백수정 재판이 다시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서지수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그래야만 수정이에게 덧씌워진 ‘마약 복용자’와 ‘원조교제’ 딱지를 뗄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기철(오타니 료헤이 분)과 백혹석 친구 윤창민(최준용 분)을 증인석에 앉아 범행 사실을 자백받을때 까지만 하더라도 서지수 검거 작전은 쉽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정우 검사의 계획은 PK준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신혜라(장신영 분)의 벽에 막혔다.

 


끝까지 이기적이었던 권력과 욕망


자신의 권력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조차 ‘최선의 선택’으로 평가하는 강동윤과 신혜라. 이날 법정에 모습을 보인 신혜라는 일말의 반성이나 뉘우침 없이 끝까지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서회장으로부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보장 받는 대신 서지수의 죄를 뒤집어쓰기로 결정, 권력과 욕망을 위해 또 다시 거짓 증언을 이어나갔다.


신혜라는 PK준 연인은 자신이고, 사건 당일 운전을 한 것은 PK준이라고 거짓증언을 이어나가며 ‘서지수 검거 작전’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최정우 변호사의 계획하에 놓였던 일. 최정우 변호사는 PK준과 그의 연인이 캠프 공용폰으로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 사건 당일 백수정을 죽인 것은 PK준이 아닌 그의 연인임을 밝혀냈다.


끝까지 PK준의 연인임을 고집한다면 8년이라는 실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혜라는 결국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차량 블랙박스를 공개하기로 밝히고, 끝내 서지수와 PK준 육성이 담긴 블랙박스가 세상에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서지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 되고, 백수정 뺑소니 사건 재판은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

 

 

 


진실의 승리였다.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아버지’ 백홍석이 이룬 쾌거였으며, 홍반장, 조형사, 최정우 변호사 등 정의의 편에 선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힘없는 소시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진실’이라는 두 글자 뿐이라는 것. 한편의 법정드라마로 빙의한 <추적자> 마지막회는 그렇게 우리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정의와 진실을 추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백수정의 “아빠는 무죄야”가 던지는 질문



한편, 백수정 뺑소니 사건의 진범 서지수가 체포됨에 따라, 백수정 재판 당시 조작된 증거가 모두 밝혀졌으며, 정치권은 다시는 백수정과 같은 억울한 사법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사법제도 개혁입법인 '백수정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극 초반 수정이가 증거 조작 등으로 인해 ‘마약 복용자’와 ‘원조교제’ 등의 딱지를 달았을 때만 하더라도 ‘백수정법’은 청소년 범죄와 성매매 범죄를 처벌하는 법이었지만, 이제는 그 의미와 상징이 전혀 달라지게 된 것이다. 역시나 딸에게 덧씌워진 멍에를 벗기고,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한 아버지 백홍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딸을 위해 자신의 모든 죄를 자백한 백홍석은 사실상 중형을 면하기 어려웠다. 백홍석은 형법 제250조 제1항 살, 형법 제148조 제1항 도주, 형법 제1441항 특수공무방해, 형법 제138조 법정모욕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자력구제 한다면 법은 그 존재 자체의 의미를 잃게 된다며, 백홍석의 ‘사적복수’를 부당한 것으로 해석했다. 맞는 말이다. 법의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그 중요성이 지나치지 않으며, 우리사회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존재다.


다만 문제는 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고 법을 적용시키는 사람에게 있다. 법이 존엄하다고 해서 그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사람들까지 존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검사받으며 일하는 것이 검사”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검사의 입에서 나온 ‘법’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다수가 기대하는 그 ‘법’일리가 없다.

 

 

 

 

그래서일까. 백홍석에게 15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되는 순간, 백홍석 앞에 수정이가 나타나 “아빠, 고마워. 아빠는... 무죄야” 라고 던진 대사가 끝내 가슴 한켠에 남는다. 수정이가 던진 “아빠는 무죄야”라는 대사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 사회에 있어 정의는 무엇인가? 진실은 누구의 편인가? 하고.

 

 

 


수정이를 마주보며 흘리던 백홍석의 눈물은 그래서 기쁜 눈물인 동시에 또 슬픈 눈물이다.

그의 눈물에 가슴이 저밀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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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다.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THE CHASER (이하 추적자)>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떨어지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추적자>는 억울한 딸의 죽음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버지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였으며, 우리사회 권력과 자본과 기득권이 어떻게 정의와 진실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지 보여준 한편의 ‘페이크 다큐멘터리’였다.


그러니까 애초에 강동윤(김상중 분)의 대통령 당선 여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낙선은 그저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다. 백홍석(손현주 분)이 딸을 사랑하는 아빠로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으로서, 그리고 힘없는 소시민으로,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와중에 지나쳐야 할 정거장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다.

 

 

 


비록 지난주 방송 마지막 장면이 투표소를 향해 달려가는 국민들의 모습으로 채워졌지만, 오후 3시 기준 38%의 투표율과 출구조사 강동윤의 지지율 63%를 비춰볼 때 사실상 강동윤의 당선은 막을 수 없는 대세와도 같았다. 실제로 16일 방영분에서도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은 73%에 머물렀다. 이미 백홍석의 몰래카메라를 통해 강동윤이 저지른 잘못이 만천하에 공개된 까닭에 강동윤의 당선은 많은 논란이 뒤따르겠지만, 신혜라(장신영 분)의 말대로 “여기는 대한민국”이니까 또 쉽게 잊혀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백홍석이 사는 세상 속 국민들은 이제 강동윤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하는게 순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때, 반전이 일어났다. 바로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오후 6시전까지 투표소에 도착하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투표소 곳곳은 이미 분노한 국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긴 줄이 늘어선 상황이었다. 높아봐야 80%정도에서 투표율은 그치고 가까스로 강동윤이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오후 825분 투표 종료. 최종 투표율 91.4%.

 

 

 


투표율이 관건인 상황에서 기적같은 투표율이 그려졌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장충체육관에서 투표를 진행한 ‘그분’이 아니면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투표율이 나오고야 말았다. 투표율과 함께 공개된 출구조사 지지율 결과 강동윤은 조동수 후부에게 크게 뒤처졌으며, 결국 강동윤은 패배의 쓴맛을 맛봐야만 했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환호했다. 자신들의 손으로 이룬 결과,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 한 표의 기적을 이룬 국민들은 충분히 환호할 충분했다. 적어도 그들은 “정치인들 다 똑같다”며, 아무도 안 뽑는 것을 마치 ‘쿨’한 것처럼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다. 비록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투표라 할지라도 그들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었다.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환호할 자격이 그들에게는 충분히 있었다.


강동윤의 낙선으로 국민들은 최소한의 정의를 지켰고, 또 진실은 승리한다는 성취감도 맛봤다. 백홍석 역시 강동윤의 낙선을 계기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애초 드라마가 시작될 당시의 모습, 그러니까 딸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아버지 본연의 모습으로 백홍석은 돌아갔다. 그는 강동윤을 낙선시키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수정이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이날 백홍석은 거짓말과 증거 조작으로 얼룩진 수정이의 재판기록을 깨끗하게 닦아낼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방송 말미에는 사실상 수정이 재판을 다시 시작하는 백홍석의 또 다른 도전이 이어졌다.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최정우(류승수 분) 검사, 아니 최정우 변호사가 함께했다.

 

 

 


최정우 변호사"수정이를 죽인 것은 법이었다. 백홍석이 재판장에서 총기 난사를 할 당시 심신 미약 상태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백홍석의 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백홍석은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은 최정우 변호사와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백홍석은 "나는 변호사와 생각이 다르다. 총을 가지고 법정으로 올 때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말해 재판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어 그는 "심신 미약 아니다. 심신 미약인 상태로 총을 쏜거면 법과 이 세상은 문제가 없는데 내가 이상한 게 아니냐", 자신은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을테니, 덧붙여 수정이 사건 재심도 같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 기록에 있는 원조 교제, 마약 같은 것을 다 지워주고 싶다"며 애절한 부성애를 표현해 낸 백홍석은 우리 시대 ‘아버지’ 딱 그 모습이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91.4%의 경이적인 투표율 덕분이었다. 하지만 사실 91.4%의 대선 투표율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기는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1986년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후 우리나라 대선 투표율을 살펴보면, 1987년 제13대 대통령 89.2%, 1992년 제14대 대통령 81.9%, 1997년 제15대 대통령 80.7%, 2002년 제16대 대통령 70.8%, 2007년 제17대 대통령 투표율 63%로 계속해서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대선 투표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것은 피와 맞바꾼 직선제이건만 점점 그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껏 우리는 <추적자>를 시청해오며, 여러가지 의미로 이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열광했으며, 또 박수를 보냈다. 특정 캐릭터, 투표가 이뤄지는 시공간적 배경, 그리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서 드라마가 현실인지, 현실이 드라마인지 종종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토록 현실을 투영하던 드라마가 갑자기 왜 91.4%라는 말도 안되는 투표율을 들고 나온 것일까. 작가는 여기서 판타지를 말하려 했던 것일까? 아니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그것이 말이 되든 안되든, 혹은 현실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든 낮든, 그 투표율 말고는 강동윤을 낙선시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시청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 그러니까 2012년 대한민국에서는 이를 “투표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부른다.

 

 


투표하면 바꿀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진리. 그 소중한 깨우침을 전하기 위해서 작가는 91.4%라는 투표율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마음 같아서는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투표율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200763%라는 수치가 너무도 초라하다.


<추적자> 박경수 작가는 현실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제 드라마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대선까지는 5개월이 남았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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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끝내 진실의 편에 서지 못했다. 아니 설 수 없었다. 9일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는 신혜라(장신영 분)의 계략으로 기자회견을 취소당한 백홍석(손현주 분)의 달라진 모습을 그려냈다.

 

사고를 당한 조형사(박효주 분)를 구하기 위해 신혜라의 거래에 응한 백홍석은 최정우(류승수 분) 검사를 통해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신혜라에게 PK준 동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건네기로 약속한다. 계획이 틀어진 최정우 검사는 결국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고, 백홍석의 복수는 끝내 법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이날 백홍석의 모습은 그동안 강동윤과 신혜라 등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이 아닌 냉정하고 철저한 캐릭터로 변신,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백홍석은 “이제 나는 화 안 낼 거다. 저 놈들이 화 나게 만들 거다. 큰 소리도 안 낼 거다. 저놈들 입에서 비명이 나오게 만들 거다. 울지도 않을 거다. 저 놈들이 울게 만들 거다”고 선언한 후, 신혜라의 예측보다 한발 빠른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날 방송의 백미는 대선을 하루 앞둔 시각부터 백홍석과 강동윤의 일거수일투족을 교차편집해 보여준 장면이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며, 백홍석의 복수 또한 물거품이 되고 만다. 사실상 백홍석에게는 하루라는 시간밖에 없는 셈. 이날 백홍석은 분주하게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무언가를 계속해서 준비했다.

 

반면 강동윤은 하루만 지나면 세상을 얻는다. 그는 전통시장에 들러 떡볶이를 먹고, 서민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유세를 펼쳤다. 아내와 함께 국밥을 먹으며 이미지 메이킹에도 신경을 썼다. 하루, 단 하루만 버티면 되는 상황이다. 강동윤에게 대통령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이 돼 가는 듯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날이 밝았다. 강동윤은 대선 당일 낮 12시 투표율 22.3%, 지지율 7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낸 후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발소를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강동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버지가 아닌 백홍석이였다. 백홍석은 만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거짓 밀항이라는 작전을 세우고, 신혜라와 강동윤을 안심시킨 뒤, 이발소에 잠입해 있었던 것이다.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동윤의 실체를 알고 있는 백홍석은 결코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강동윤이 대통령이 되면 딸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은 영원히 묻히게 되고, 자신과 같은 제2의 피해자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대통령 선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백홍석에게 강동윤은 ‘당선되면 절대 안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걸 위해 하루라는 짧은 시간동안 백홍석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며, 강동윤의 허를 찔렀다. 강동윤이 오로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돌고 거짓유세를 하며 국밥을 먹는 동안 백홍석은 모든 걸 던지고 최후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강동윤이 이발소에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도 백홍석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강동윤은 이발소를 찾았다. 백홍석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백홍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한 표를 이발소에 행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추적자>속 대선은 진행 중이며, 우리에겐 5개월 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12월 19일을 겨냥한 각 당 후보들의 대선레이스는 점점 더 불꽃을 튀며 치열해질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각 후보가 내놓는 정책이나 그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진행하는 민생탐방 등이 사실상 강동윤의 ‘국밥’과 무엇이 다른지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백홍석보다 많은 시간을 가졌다.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백홍석은 ‘당선되면 절대 안되는 사람’에 주목했지만, 우리는 ‘꼭 당선 되어야 하는 사람’에 집중할 수 있다. 적어도 “강동윤이 대통령인 나라에서 살 수 없다”는 백홍석의 대사를 현실에서 듣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5개월. 많으면 많을 수도, 적으면 적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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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의 백홍석(손현주 분)은 딸을 잃었고, 수목 드라마 <유령>의 조현민(엄기준 분)은 아버지를 잃었다. 눈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의 분노는 결국 ‘사적 복수’로 이어진다. 유력한 대권후보 강동윤과 세강그룹을 소유한 조경신을 상대로는 법과 같은 사회적 제도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검사는 나쁜 사람을 잡는게 아니라 잡을 수 있는 사람을 잡는다”는 <추적자>속 대사처럼 두 드라마는 우리 사회 권력층이 어떻게 부조리와 결탁하는지 그리고 그 사회에서 소시민은 왜 절망할 수밖에 없는지 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인다. 이른바 현실을 비추는 것. 그러면서도 정의가 사라진 현실 속에 살고있는 시청자에게 한 가닥 희망도 선물한다. <추적자>는 최정우 검사를 내세우고, <유령>은 박기영(김우현)을 앞세워 두 인물이 왜 ‘사적 복수’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려낸다. 정의의 편에 선 공권력은 비록 그 힘이 미약할지라도 나름대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똑같이 ‘사적 복수’를 결심한 백홍석과 조현민에게도 결정적 차이는 존재한다. 현재 둘의 처한 처지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명확해진다. 우선 조현민은 아버지를 사실상 죽음으로 내몬 작은아버지 조경신을 밀어내고 사적 복수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반면 백홍석의 복수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며, 그의 ‘사적 복수’는 최정우 검사에게 협력함으로써 결국은 사회적 제도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가족을 잃은 분노의 힘은 둘을 똑같이 악마의 길로 내몰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악마’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백홍석은 가진 게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총으로 강동윤을 쏘아 없애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딸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은 묻히게 된다. 그가 원하는 복수는 그런 게 아니다. 그는 강동윤 입으로 진실을 밝히게 하는 것이 진짜 복수라고 생각한다. 그의 ‘사적 복수’가 힘든 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백홍석과 달리 조현민은 가진 게 많다. 현재 그는 세강증권의 대표다. 넘치는 돈을 바탕으로 그는 함정을 파고, 경찰 내부에 스파이를 심고, 심지어 일부 권력까지 자기편으로 조정하며 ‘완벽한 복수’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만약 그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유학생 시절 복수를 꿈꿨다면, 그는 <추적자>속 백홍석처럼 그저 쫓기는 신세에 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자기가 가지 모든 것을 활용했다. 그룹 내에서 힘을 키우고, 끝내 자신의 아버지가 느꼈을 배신감과 치욕감을 그대로 작은 아버지에게 돌려주고 있다.

 

 

 

만약 백홍석이 힘없는 경찰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서 강동윤과 대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었더라면 백홍석의 ‘사적 복수’는 아마 조금 더 통쾌하게 진행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유령>의 조현민처럼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피해자’에게 시청자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일 방송을 통해 조현민의 과거가 밝혀지자 그의 복수를 ‘이해’할 수 있겠는 됐지만, 백홍석의 복수처럼 ‘응원’까지 보낼 수는 없는 것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복수’라는 설정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구조의 뼈대를 이뤄온 중심 축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이 문명사회를 이룩하기 전인 부족국가 시대에도 집단의 규율과 원칙이 ‘사적 복수’를 대신해왔다. 때문에 범법자에 대한 사회 제도의 ‘형벌’이 균형을 잃고 무용지물이 된다면 ‘사적 복수’가 횡횡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사적 복수’마저 ‘있는자’와 ‘없는자’에 따라 달라진다면 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법과 정의가 실종된 사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두 드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므로 법과 정의가 바로서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 중 99%는 조현민이 아닌 백홍석이기 때문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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