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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 심수봉 특집에서 '나가수'의 길을 찾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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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일까요? 25일 방영된 MBC 문화방송의 <놀러와>는 심수봉 특집으로 꾸며졌습니다. 이날 토크 주제는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패러디한 “노래밖엔 난 몰라”로 정해졌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전날인 24일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옥주현이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러 탈락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기대를 가지고 지켜본 방송이었습니다.

 


물론 두 프로그램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고, 녹화 날짜의 선후를 따져가며 그 개연성을 찾기에는 무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연이든 아니든 어쨌든 결과적으로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다고 판단하는데요. 다른 아닌 심수봉 특집으로 꾸며진 이날의 <놀러와>가 최근 위기설에 휩싸인 나가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이날 <놀러와>는 심수봉과 대학가요제 동기인 임백천과 심수봉의 팬을 자처한 이상우 씨가 함께 했는데요. 방송는 1978년 대학가요제를 소재를 시작으로 한 토크를 심수봉 씨의 개인사, 그리고 심수봉이 남긴 불후의 명곡 등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 등으로 채워졌습니다.

 


                       이미지=MBC




“심수봉의 트로트는 무언가 더 한국인의 피가 느껴지는 정서가 있다”는 임백천 씨의 평가대로 사실 “그때 그사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백만송이 장미” 등은 정말 형언할 수 없는 정서가 녹아있는 곡들인데요. 무엇보다 이날 방송에서 심수봉 씨의 노래를 라이브로 직접 수곡이나 들을 수 있어 정말 영광스러웠습니다.

 


“그때 그사람”을 부르기에 앞서 이상우 씨는 심수봉의 음색을 “중간음이 누구보다 풍요롭다. 중간음이 풍요롭기 때문에 듣기에 매우 감미롭다”라고 평가했는데요. 실제로 라이브로 듣는 “그때 그사람”은 귀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리를 높게 지른 것도 아니고, 어떤 기교를 섞어 부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조곤조곤 속삭이듯 부른 것에 불과했지만, 노래를 듣다 보니 실제 ‘첫사랑’을 떠올리고 그 첫사랑을 생각하며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할 정도로 그 울림은 엄청났는데요. 바로 노래를 통한 공감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날 예능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임백천 씨는 이를 두고 심수봉 씨의 ‘복화술’이라고 표현했지만, 심수봉 씨는 그만큼 얼굴 찌푸리지도, 악을 쓰지도 않으면서 드는 이를 편안하게 해준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전날, 일곱명의 가수들이 혼신을 다해 경연을 펼치고 그것을 드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상황과 비교하면 정말 극과 극이었던 셈인데요. 점점 더 퍼포먼스의 비중이 늘어나고, 점점 더 고음과 기교가 난무하는 나가수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심수봉 씨의 노래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미지=MBC
         



무대 토크 후에 이어진 <골방토크>에서는 ‘심수봉 아카데미’ 시간이 마련되었는데요. 방송은 MC와 게스트들이 심수봉 원장으로부터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노래를 배우는 컨셉으로 꾸며졌습니다.

 


먼저, 시범으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가만히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고음까지 소화하는 심수봉의 모습에서 ‘대가’의 참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MC 유재석과 김원희도 이를 놓치지 않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제가 놀란 것은 앉아서 고음을 부른 심수봉 씨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노래가 이렇게 부드러운 노래였나 하는 것이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들어왔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주로 방송에서 후배 가수들이 기교 섞어 부르던 ‘왜곡된’노래였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원곡을 가지고 ‘편곡’으로 승부하려 했었던 옥주현의 잘못된 전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아마도 어떤 노래의 원곡이 갖는 근원적인 힘은 바로 그 원곡을 불렀던 가수가 진정성을 가지고 노래했을 때 전달되는 어떤 ‘정서’에 기반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원곡의 힘은 그런 의미에서 ‘편곡’의 힘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지금의 <나가수>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나가수>는 탈락과 새가수 투입이라는 정형화된 틀로만 장시간 이어질 경우 분명 한계에 도달할 게 뻔합니다. 지금도 그런 모습이 약간 보이기는 하지만, 특정 가수들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생겨버릴 경우, 새로 들어온 가수들끼리만 돌아가며 탈락의 쓴잔을 마시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살아남기 위한 파격 변신이 '무리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때문에 큰 틀은 유지하되, 템포조절 차원에서 특집을 꾸며볼 필요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특집의 경우에는 ‘편곡’으로 재구성된 무대가 아닌 가수 스스로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무대로 꾸며, ‘원곡’의 정서와 힘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될까 안될까 고민하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심수봉 특집으로 꾸며진 <놀러와>를 보고나니 어느 정도의 확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약간의 기대만으로 시청했던 심수봉 특집이었지만, 역시나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든 방송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곱고 부드러우며, 또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심수봉 씨의 “노래 밖에 난 몰라” 인생이 죽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P.S : 심수봉씨 라는 호칭이 불쾌했을 분들을 위해 약간의 변명을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심수봉 씨는 요즘들어 왜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아졌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편안한 호칭이 좋다고 밝히셨습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심수봉 선생님의 소녀감성을 위해 굳이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씨’라는 호칭을 붙여봤습니다. ‘누나’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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