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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종영에 가까워지면 꼭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을 이룬다.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고, 풀리지 않았던 사건의 비밀은 무엇이며, 결국 러브라인은 이렇게 끝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예측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결말도 종국에는 크게 두 가지로 모아지곤 하는데, 바로 바로 ‘헤피엔딩 vs 세드엔딩’에 대한 논의가 그것이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그래도 마지막회는 그 자체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7일 종영을 맞은 <드라마의 제왕>은 제작진이 던진 ‘충격적인 반전’이라는 떡밥과 주인공을 맡은 김명민이 ‘과연 실명을 하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더해지면서 결말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드라마의 제왕> 마지막 회가 방영되었다. ‘경성의 아침’은 최고 시청률 32%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고, 앤서니 김과 이고은 작가의 사랑도 결실을 맺었다. 성민아와 강현민은 싸우면서 정이 들어 결국 연인이 됐고, 남국장과 제국 회장도 부자지간의 앙금을 풀고 화해를 했다. 모든 게 순리대로 풀려 마치 ‘해피엔딩’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한 가닥 희망을 품었던 앤서니 김의 실명은 피할 길이 없었고, 자신의 눈보다 드라마 제작이 더 중요했던 앤서니는 미국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대신 ‘경성의 아침’ 마지막 방송 촬영장에 향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맞았다. 바로 촬영 테잎을 방송국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실명도 모자라서 교통사고라니….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앤서니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첫 번째 ‘멘붕’을 겪을 수박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대로 주인공이 허무하게 죽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시간 복선을 깔아둔 실명과 달리 우연에 기반한 교통사고는 개연성도 미약하고, 그동안 짜임새 있는 설정으로 드라마를 이끌어온 장항준 감독의 성격과도 맞지 않아 보였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간 앤서니 김은 심정지 상황에서 맥박이 돌아올 줄 몰랐고, 의요진의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때까지 그의 죽음은 피할 길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세드 엔딩’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앤서니 김은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시청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멘붕’이 찾아왔다. 의료진의 갖은 노력에도 돌아올 줄 모르던 앤서니의 맥박이 이고은 작가가 보여준 눈물과 ‘사랑의 힘’에 덕에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 하여 ‘파워 오브 러브’다. 물론 이 둘이 만약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을 정도의 불타는 사랑을 보여주기라도 했으면 그나마 이해할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앤서니와 이고은 작가는 지난주 ‘눈물 키스’에 이어 이날 방영된 몇 장면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두 사람의 애틋함이 죽음마저 이겨낼 정도로 대단했으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게다가 박동을 멈췄던 심장이 연인의 눈물과 호소에 의해 다시 뛴다는 설정은 과연 <드라마의 제왕>이 2013년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가 맞는지 의문을 들게 할 정도였다. (70, 80년대 흔하고 흔해 빠진 3류 멜로 영화에서도 이정도로 몰염치를 보이진 않았다.)

 

 

 

 

결국 앤서니 김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으며, 이고은 작가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완전히 멀어 앤서니는 앞을 볼 수 없게 됐고, 드라마의 결말은 딱히 ‘해피’인지 ‘세드’인지 한 단어로 규정짓기가 애매해져 버렸다. 차라리 비극을 감수하더라도 앤서니라는 캐릭터에게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을 꼭 안겨줘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이날 마지막회 방송은 그동안 <드라마의 제왕>이 벌여 놓은 이야기에 비해 조금은 급하게 마무리를 지은 것 아니냐는 느낌이 강했는데, 죽었어야 할 앤서니를 급하게 살리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다보니 ‘파워 오브 러브’에 의지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아니라면 한쪽 시력만이라도 앤서니가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래저래 ‘멘붕 결말’ 패키지를 선사해준 <드라마의 제왕>이지만, 그래도 마지막회에 있어 하나의 수확은 있었다. 그것은 이날 방송을 본 모든 시청자가 공감하는 부분인데, 바로 ‘명민좌’의 실명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극 후반, 기적적으로 살아난 앤서니 김은 시각 장애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그는 방송국 관계자 앞에서 앞으로는 라디오드라마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두 눈은 뜨고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명민은 일부러 초점을 잃은 것처럼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혹은 눈동자를 한곳에 고정시킨 뒤 마치 다른 곳을 보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진짜 시각 장애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실감났다고 표현하는 거 자체가 시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죄송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완벽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게다가 끝 부분에서는 시각 장애인들이 많이 쓰는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함으로써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이날 ‘멘붕 결말’에서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역시 김명민의 연기투혼이었던 셈이다.

 

 

 

이제 <드라마의 제왕>은 끝이 났다. 7~8%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시청률은 ‘연기본좌’ 김명민과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 장항준 감독의 만남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고 잘못된 관행을 지적했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부디 빠른 시일 안에 김명민의 차기작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그동안 계속해온 <드라마의 제왕> 리뷰도 오늘로 마무리를 짓겠다.

 

*그동안 <드라마의 제왕> 리뷰를 열독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부터는 <야왕>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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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을 리뷰하는 블로그입니다. 영화, 책, TV, 그리고 우리의 인생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을 견지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곧 죽어도 취직하기', '연봉 올려 빚 갚기',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기'….

 

2013년 새해의 첫날, SNS에 올라온 '버킷리스트(Bucket list)'의 일부다. 지난 2007년 영화 <버킷리스트>가 개봉된 이후, 우리사회에서는 연초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대개 이루고 싶은 소망이라 꿈으로 많이 활용된다.

 

그런데 올해 사람들이 남긴 버킷리스트를 살펴보면 과거보다 더 침울하고 또 현실적으로 변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꿈이란 본래 다소 낭만적이고 관념적인 게 보통인데, 이제는 취업과 승진, 연봉, 집처럼 돈이나 생계와 관련된 소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고작 취업이나 연봉상승이라는 것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만큼 이들에겐 이런 문제가 절박하고 치열할 수 있다. 세상이 달라지면 꿈도 변하기 마련이고, 때로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이 중요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새해 첫날 방영된 SBS <드라마의 제왕>에서도 이 버킷리스트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극 후반 앤서니 김을 연기하는 김명민의 실명 설정으로 논란의 불을 지피기도 했던 <드라마의 제왕>은 1일 방영된 17회분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앤서니 김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아직 시력이 남아있을 때 이를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현재 앤서니가 앓고 있는 병은 바로 모계로 유전되는 ‘시신경 위축 증후군’.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에 이어 그까지 시력을 잃게 된 것이다. 이날 앤서니는 왼쪽 눈을 실명했다. 나머지 오른쪽 눈 역시 빠르면 4주, 늦어도 두 달 내에 완전히 시력을 잃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 위축 증후군은 아직 치료방법이 없다. 불치병이다. 생사를 판가름하는 병은 아니지만 고칠 방도가 없기에 손을 쓸 수가 없다. 앤서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병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치료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로 절망이다. 그래서 그는 모든 걸 포기했다. 꿈을 포기했고, 사랑을 버렸다. 대기업의 투자건도 자신의 회사도 모두 ‘종료버튼’을 눌렀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한 그에게 미래는 없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다. 드라마 제작자로서, 회사 대표로서,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그나마 시력이 남아있을 때 꼭 해야할 일. 그게 바로 앤서니에게는 ‘버킷리스트’였다. 그렇다면 종영까지 1회만을 앞둔 상황에서 그가 남긴 ‘버킷리스트’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선 앤서니 김이 작성한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살펴보면, 돈과 성공에 대한 욕망만으로 살아온 그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를 찾아가 어린 시절 자신의 못난 행동에 대해 용서를 빌고, 회사 직원들의 일자리를 알아봐주는 장면에서는 자신밖에 모르던 앤서니의 인간적인 면모와 이기심 뒤에 숨겨왔던 그의 따뜻한 마음씨까지 느껴진다.

 

 

 

 

또한 맨 마지막에 고민 끝에 작성한 ‘이고은 잊기’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의 사랑법까지 보여준다. 자신의 실명을 눈치챈 이고은에게 “앞으론 네 얼굴도 볼 수 없고, 네가 웃는 것도 볼 수 없고, 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며 눈물을 흘리는 앤서니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본 적 없었던 앤서니가 멀어져 가는 시력 앞에서 진짜 속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는 비록 시력은 잃었지만 인간성을 회복했고, 꿈을 포기해야 했지만 사랑을 얻었다. 어쩌면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 작가와 감독이 공공연히 밝혔던 ‘반전’이 무엇인지도, 예고편에 나왔던 앤서니의 사고가 무엇을 의미하지는도 아직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하지만 잃어버린 시력 앞에서 그가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히 알 것 같다. 그 안에는 2013년 새해 첫날 우리가 작성한 ‘취업’과 ‘연봉인상’, ‘집장만’ 같은 치열함은 없었지만, 혹시나 자신의 부재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을 배려하고 염려하는 ‘따뜻함’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가치가 녹아있었다.

 

너무도 지극히 ‘현실적’이 되어버린 우리의 꿈과 버킷리스트는 잃어버린 시력 앞에서 남을 먼저 생각했던 앤서니에 비해 얼마나 초라한가. 각박해진 세상에 순응하여 어느덧 꿈조차 각박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올 한해 정말로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새삼 고민해 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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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연예계를 설명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똥배우’다.

 

이 ‘똥배우’란 단어는 지난 10월 <승승장구>에 출연한 중견배우 박근형이 언급한 말로, 그는 촬영현장에서 이름값만 믿고 스타행세를 하는 몇몇 배우를 가리키며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공동 작업을 하러 왔으면 다른 배우들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하는데, 몇몇 스타의 경우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게 전부이면서 마치 대단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똥배우’와 함께 ‘발연기’ 역시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전업 연기자가 아닌 가수나 예능인, 아이돌 스타의 드라마 출연이 증가하면서 많은 스타들이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고, 부정확한 발성, 어색한 연기 등을 통틀어 시청자는 그들에게 ‘발연기’라는 꼬리표를 안겨줬다.

 

 

 

 

‘똥배우’와 ‘발연기’가 유독 올해 많이 언급된 이유는 그만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눈이 높아졌고, 몇몇 스타배우가 아닌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드라마가 많이 제작된 측면이 크다. 게다가 이제는 드라마 제작 현장과 배우들 스스로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배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연기력이라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형의 ‘똥배우’ 일침에 배우 윤상현은 자신이 과거 ‘똥배우’였다며, 연기에 대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드라마 주연을 맡아 고생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고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이야 한류스타로 각광받는 그이지만, 만약 그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똥배우’와 ‘발연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25일 방영된 <드라마의 제왕>은 여전히 ‘스타의식’만을 가지고 제대로 된 연기 욕심 없이 살아가는 몇몇 배우에게 좋은 충고가 되었다고 본다. 이날 최시원이 연기하는 강현민은 처음으로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잘 생긴 외모만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한류스타의 영예까지 안고 살아가는 강현민 주변에는 그의 인기를 믿고 좋은말만 해주는 사람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적도 없고, 또 부족함이 뭔지도 모르고 지냈다. 이른바 ‘똥배우’였다.

 

하지만 이날 그는 “솔직히 외모는 좀 되는데 연기는 아닌 것 같다”는 신입 매니저의 솔직한 고백과 인터넷에 달린 악플, 시민들의 대화 등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게다가 연말 연기 대상을 노리고 임팩트 있는 장면을 찍고 싶어 대본 수정을 요청했다가, 앤서니 김에게 따끔한 충고를 듣고 난 후에는 처음으로 배우로서 자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앤서니는 연기보다는 상에 욕심을 내는 강현민을 향하여 “네 대본 분석은 초등학생 수준이고 네 연기는 천하제일 발연기다. 앞으로 쓸데없는 요구말고 대본 나오면 토씨 하나 빼놓지 말고 외우기나 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섬세한 감정표현이나 상황에 맞는 연기를 주문한 것이 아니라 그저 대본을 외우기나 제대로 하라는 말에 강현민은 충격을 받았고, 그는 촬영장 내에서도 그 충격의 여파로 계속해서 NG를 냈다.

 

 

 

 

급기야 그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성민아를 찾아가 고민 상담을 받기도 했다. 평소 밝은 이미지와 달리 그는 “내가 연기를 그렇게 못 하냐. 성민아가 봐도 내 연기가 그렇게 별로냐. 배우로서 솔직하게 대답해달라”고 진지하게 물었다. 이에 성민아는 “자신 연기력에 대해 노력해본 적 있냐. 자기 단점에 대해 아는 건 있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성민아는 자신은 아직도 발음 때문에 하루 한 시간씩 볼펜을 입에 물고 발음 연습을 한다는 점과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느껴야 고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줬다. 최고의 탑스타라 할 수 있는 성민아 조차 매일 연기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한다는 점은 강현민에게 적지 않은 자극이 되었고,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날 방송은 평소 CF, 돈, 이미지 메이킹에만 신경 쓰던 톱스타 강현민이 처음으로 배우로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강현민은 이제 자존심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좀 더 나은 연기를 위해 낮은 자세로 배우려 노력하는 진짜 연기자로 거듭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민와와 벌이는 알콩달콩한 로맨스는 극의 또 다른 비타민이 되어줄 터.

 

어쩌면 이날 강현민은 ‘똥배우’에서 벗어나는 첫 발을 떼었는지도 모른다. 배우든 가수든 어떤 사람이든, 누구나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천지차이다. 전자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는 영원히 제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자신의 인기만 믿고, 혹은 외모만 믿고 올 연말 시상식에서 큰 상을 기대하는 배우가 있다면 이날 <드라마의 제왕>이 전해준 메시지를 기억하기 바란다. 인기보다, 상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현민 씨! 당신은 더 이상 ‘똥배우’가 아닙니다.” 그리고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시의 적절했던 '똥배우'일침은 정말로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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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드라마를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곧 자기비판인 동시에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가령, PPL을 비판하는 드라마가 PPL없이 제작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뻔한 멜로나 통속적인 설정을 거부한다며 당당히 외친 드라마 역시 자세히 뜯어보면 기존 드라마의 한계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것은 어쩌면 현재 <드라마의 제왕>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극 초반 쪽대본과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활영현장, PPL, 편성권을 둘러싼 로비 등 동정업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블랙코미디로 담아낸  <드라마의 제왕>은 이제 자신들이 비판했던 그 부분에 있어 똑같은 잣대로 평가받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안타깝게도 그 평가 점수가 그리 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물론, <드라마의 제왕> 역시 그들이 비판했던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드라마이니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지나친 PPL이라든지, 혹은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멜로에 집중되는 경향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지엽적인 부분들은 사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제 연장 포함 5회만을 남겨둔 <드라마의 제왕>이 '자기모순'에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24일 방영된 15회를 살펴보자.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게 느낀 부분은 이 드라마의 메인 멜로라 할 수 있는 앤서니 김과 이고은 작가의 사랑이 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 사이 멜로를 본격적으로 알린 '밥차'에피소드만 놓고 보더라도, 산속에서 길을 잃은 채 차 시동이 꺼지고, 결국 둘이 서로의 체온에 의존해 밤을 버텼다는 설정은 진부하다 못해 억지로 짜맞춘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앤서니 김이 성민아의 소개로 대기업 투자를 받게 된 이날 상황은 또 어떤가. 하필 앤서니가 약속장소로 향하던 그 시간에 이고은 작가가 감기몸살로 쓰러졌고, 또 하필이면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와중에 이유없이 도로가 막혔다. 결국 투자는 물거품이 됐다. "세상에 어떤 바보가 사랑을 위해 성공을 포기하냐"며 일갈하던 앤서니 김이 이고은 작가를 위해 투자를 포기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라지만, 지나치게 우연에 기댄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이날 방송에서는 이고은 작가를 위해 투자를 포기한 앤서니 김이나 앤서니를 짝사랑하며 남몰래 속앓이를 하는 이고은 작가보다는, 촬영 현장에서 서로 티격태격하던 성민아와 강현민이 훨씬 더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앞으로 강현민이 성민아를 좋아하게 되면서 둘 사이에도 새로운 멜로가 만들어질 것 같은데, 우연의 남발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멜로가  훨씬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멜로를 부각시키면 애초 기획의도와는 달리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고 지적했던 <드라마의 제왕>이 결국은 후반부 앤서니 김과 이고은 작가의 멜로에 집중하면서 힘을 잃어버린게 아닐까? 이게 바로 '자기모순'에 빠진 이 드라막 풀어야할 첫번째 숙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이날 방송 말미 언급된 앤서니 김의 병이다. 이날 앤서니 김은 운전 도중 갑자기 시야가 흐려져 큰 사고를 당할뻔 했다.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의사는 앤서니 김이 복용하는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예고편을 보니 유전일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왜냐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 앞에서 앤서니의 또한번 시야가 흐려졌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기억상실증과 불치병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드라마의 제왕> 역시 기억상실증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그리며, 희화화 한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와서 앤서니에게 앞이 보이지 않는 병을 안겨주다니. 기억상실증과 불치병은 다르니까 상관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드라마의 제왕>은 정년, 그들이 비판했던 뻔하고 뻔한 설정을 답습하려는 것일까? 이게 바로 '자기모순'에 빠진 이 드라마가 풀어야 할 두번째 과제다.

 

 

 

물론, 돌파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앤서니 김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을 뿐, 아직 그가 실명을 하게 될 거란 확증은 없다. 때문에 앤서니 김의 이 증상을 소재로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가령, 우울증 치료제를 끊어야만 회복될 수 있다고 진단을 받는다면, 앞으로 앤서니는 우울증 치료제를 끊기 위해 보다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한번도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우울증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우을증을 치료하고, 또 약도 끊을 수 있다. 만약 앤서니가 자신의 속마음에 충실해진다면 이고은 작가와의 멜로 역시 지금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앤서니의 성격상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개연성있는 스토리로 발전시킬 수 있다. 어색한듯, 그리고 내키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앤서니 김의 모습은 상상만으로 즐겁다.

 

비록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부디 <드라마의 제왕>이 '자기모순'을 극복하여 '잘 만들어진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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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6%→8.9%→9.2→8.1→8.3→8.7→8.6→8.5→8.8→9.2%

 

지금까지 총 11회가 방영되는 동안 <드라마의 제왕>은 최고시청률 기준 10%를 넘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드라마 흥행불패의 신화를 써온 ‘명민좌’ 김명민이 주연으로 나서고,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장항준 감독이 작가로 나섰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분명 아쉬운 성적임에 틀림없는데요. 그런데도 재밌는 것은 이 드라마가 ‘드라마 제작 현장’의 이야기를 소재로 스토리를 전개시켜나가면서 때때로 ‘시청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3사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꼴찌를 기록하는 드라마가 시청률을 이야기한다? 아이러니에 가까운 이 역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0일 방영분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날 <드라마의 제왕>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앤서니 김의 ‘경성의 아침’이 드디어 첫 방송을 타는 내용이 전파를 탔습니다. 지난주 방영되었던 표절논란은 이고은 작가가 ‘운명의 연인’ 작가보다 먼저 집필을 시작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일단락되었는데요. 방송금지가처분신청 재판 결과 ‘표절이 아니다’는 결론이 나면서 ‘경성의 아침’은 드디어 베일을 벗고 방영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바로 ‘시청률’이 그것입니다. 드라마에 있어 시청률은 얼마만큼의 광고가 들어오냐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사실상 제작사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이냐와는 별개로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얼마만큼의 시청률을 찍었냐에 따라 CF 및 행사섭외가 들어오는 만큼 0.1%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드라마의 제왕>은 ‘경성의 아침’ 첫 방송 시청률을 두고 이런 상황을 아주 리얼하게 그려냈습니다. 이날 앤서니는 첫방송 시간이 다가오자 고은을 불러 “네가 쓴 대본과 실시간 시청률을 비교해 잘 봐둬. 시청자들이 어느 대본의 어느 부분에 열광하는지 봐 둬야 해”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성의 아침'은 7.1%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고, 30분이 지났지만 6.8%에 머무르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습니다.

 

‘경성의 아침’을 통해 화려한 재기를 꿈꾸던 앤서니는 시청률 하나에 절망했고, 급기야 “우린 진 거야. 아주 처참하게…”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나버렸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경성의 아침’은 후반에 치고 올라서기 시작했고, 평균 시청률 15.7%를 기록,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앤서니와 이고은은 물론이고, 촬영 스텝들도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는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경성의 아침’ 주연 배우라 할 수 있는 강현민과 성민아 조차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시청률 1위에 대만족하던 모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브라운관 속에서 환호성을 지르던 이들도 결국 <드라마의 제왕>을 연기하는 한명의 배우인데, 현실에서 <드라마의 제왕>은 ‘경성의 아침’과는 달리 시청률 1위가 아닌 꼴찌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앤서니 김과 이고은, 강현민과 성민아는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지만, 김명민과 정려원, 최시원과 오지은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꽤나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방송 30분까지 6.8%를 기록하던 ‘경성의 아침’이 방송 말미 15.7%를 기록했다는 부분에서는 이 <드라마의 제왕>이라는 ‘꼴찌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뻔하고 뻔한 통속극이나 흔한 멜로 드라마 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시청률을 기준으로 본다면 잘 만들어진 장르드라마 보다는 통속극이나 멜로 드라마가 훨씬 더 성공 가능성이 높으며, 탑스타라 불리우는 인기 배우들 역시 멜로극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면 그 실험정신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시청률이 안나오면 대중적이지 못하는 이유로 쉽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곤 합니다. 이날 ‘경성의 아침’이 30분까지 시청률 6.8%를 기록했지만 결국 15.7%를 찍었다는 것은 이제 막 중간을 넘어선 <드라마의 제왕> 역시 아직 역전의 기회가 남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시청률만으로 드라마의 실패를 논하기에는 이미 시청방법이 다변화 되었습니다. 다운로드나 VOD 서비스, 스마트폰을 통한 시청 등은 고려되지 않고, 오로지 일부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시청률이 과연 수많은 배우와 스텝들이 고생하여 만든 한편의 드라마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될 수 있을까요?

 

‘경성의 아침’ 시청률 관련 방송은 비록 코믹적인 상황이 가미된 가벼운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쩌면 <드라마의 제왕>이 진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질문은 바로 이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드라마의 제왕>은 비록 시청률은 꼴찌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현실’만큼은 어떤 드라마 못지않게 ‘드라마틱’ 하니깐요. 종영 시점에는 ‘경성의 아침’처럼 치고 올라갔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또 어떻습니까. 이미 <드라마의 제왕>은 충분히 재미있는데 말이죠.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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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일까요? 18대 대선후보 토론회가 끝난 직후 방영된 <드라마의 제왕>은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날 표절 시비에 휘말린 이고은(정려원) 작가를 향해 보여준 앤서니 김(김명민)의 믿음과 신뢰는 그 속에 소수보다는 다수를 생각해야 하는 리더의 덕목과 한 조직의 리더가 갈등과 균열 속에서 어떻게 ‘조정의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이 녹아 있었습니다.


매회 위기를 맞이하고 또 극복하고 있는 앤서니 김에게는 이날 역시 드라마 제작을 방해하는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는데요. 전화의 주인공은 약 5년전 발간된 소설 ‘운명의 연인’의 조영은 작가였습니다. 조영은 작가는 앤서니가 제작하는 드라마 ‘경성의 아침’이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는데요.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들은 일제히 ‘경성의 아침’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를 했고, 네티즌들은 정확한 사실 확인없이 무조건 작가와 제작진을 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의혹’이 ‘진실’로 둔갑한 것입니다.

 

 

 

 


이고은 작가는 조영은 작가를 직접 만나 ‘경성의 아침’은 약 6년전 초고를 집필했으며 자신은 표절까지 해가며 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일제시대라는 똑같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글을 쓴 만큼 비슷한 대사가 나오고, 특히 여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이 너무 흡사해 표절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긴급회의에 들어간 방송국 간부들은 이고은 작가의 표절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앤서니 김이 찾아간 변호사 역시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쪽에 무게를 더 뒀습니다.


본인은 아무리 결백하다고 하나 돌아가는 정황상 꼼짝없이 ‘표절작가’로 낙인 찍히게 된 이고은 작가. 설상가상으로 ‘경성의 아침’ 여주인공 성민아가 표절 대본으로는 연기를 할 수 없다며 모든 대사 수정을 요청해왔습니다. 대사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촬영에 임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대사 수정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표절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바 없기에 이고은 작가 역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경성의 아침’이니 만큼 이고은 작가는 두 작품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수정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스태프와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강현민은, 이고은이 두 작품의 유사성을 인정한다고 하자 결국 표절한게 아닌가 의심을 거두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드라마에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작가가 나서서 결백을 주장하지만 세간의 이목이 두려워 작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이때 ‘경성의 아침’ 제작사 앤서니 김이 나서 성민아에게 말합니다. “이고은 작가가 쓴 대본대로, 토씨하나 틀리지 말고 그대로 연기하라”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앤서니 김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드라마가 제 날짜에 맞춰 방영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촬영에 차질을 빚어서도 안되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서도 안됩니다. 앤서니 김은 꼭 진실을 밝혀 낼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말을 스태프들에게 전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경성의 아침’이 결코 불신의 작품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경성의 아침’은 온전한 작가의 창작물이고, 또 우리의 작품이라는 것을 제가 증명합니다.  제가 그 진실을 입증할테니 드라마는 계속 촬영되어야 합니다”.

 

 


 

자신도 못믿는 앤서니 김이 이고은 작가를 믿는 이유는 바로 이 작가가 그동안 보여준 삶의 태도, 드라마를 대하는 진정성에 있습니다. 이 작가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알기 때문에 앤서니 김은 한치의 의심없이 이 작가를 믿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성민아라는 배우 개인이 아닌 드라마를 만드는 스태프 모두를 먼저 생각했기에 이고은 작가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대본을 수정한다면 성민아 개인은 명예를 지킬수 있지만, 모든 스태프는 표절일지도 모르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열정과 성의를 잃어릴 수밖에 없습니다. 앤서니 김이 모든 스태프를 향해 “‘경성의 아침’이 결코 불신의 작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외친 까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앤서니 김은 소수보다는 다수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보였고, 어느 순간에 불거진 의혹보다는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과 삶을 대하는 진정성에 더 신뢰의 무게를 두고 갈등을 조정해나갔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신뢰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 ‘조정의 리더십’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소수 특권층이나 기득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다수 서민을 먼저 생각하고, 또 다수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정책을 만드는 지도자야 말로 얼마 후 대선을 앞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의 모습이 아닐까요?


이날 <드라마의 제왕>을 보고나니, 새삼 그 전에 시청했던 대선후보 TV토론 내용을 곱씹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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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드라마의 제왕>에는 하나의 공식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앤서니 김에게 위기가 닥치고, 이후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앤서니가 그 위기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배우 섭외부터 시작해서 드마라 편성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그리고 남여 배우간에 불화 등 앤서니에게는 끊임없이 시련이 닥쳤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의 앤서니는 혼자서 악전고투를 펼치고 끝내는 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냈는데요. 이쯤되면 대체 ‘경성의 아침’은 언제 제작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의 제왕>이후 SBS에서 내보낼 드라마가 ‘경성의 아침’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회에서 촬영 테잎을 제 시간에 맞춰 방송국에 전달하는 것이 첫번째 미션이었다면 어제 9회 방영분까지 앤서니는 총 아홉개의 커다란 미션을 수행한 셈이고, 그 중간중간에 사소한 미션까지 합하면 적어도 스무가지 이상의 위기를 극복해내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이제는 앤서니를 ‘만렙’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앤서니 김에게 ‘만렙’이라 이름붙힌 까닭은 바로 어제 지금껏 앤서니에게 주어진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대형 악재가 겹쳤지만 우리의 앤서니가 그 위기를 훌륭히 극복해냈기 때문인데요. ‘끝판왕’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제국 회장이 직접 움직이며 만들어낸 최후의 미션을 앤서니는 아무도 예상 못한 통쾌한 반전을 선보이며 해결해낸 것입니다.


그 과정을 잠깐 살펴보면, ‘경성의 아침’에 100억을 투자하기로 한 와타나베 그룹의 새 회장 켄지가 앤서니에게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면서 앤서니의 최종 미션은 시작되었습니다. 선지급된 34억을 이달안에 갚으라고 요구한 켄지의 말에 따라 앤서니는 급하게 돈을 구하러 다녀야했는데요. 왠일인지 모든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하고, 급기야 사채까지 끌어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앤서니는 ‘경성의 제국’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했습니다.

 

 

 


알고보니 이 모든 것은 ‘경성의 아침’을 빼앗기 위한 제국 회장의 ‘음모’였으며, 제국 회장은 ‘경성의 아침’을 발판으로 제국을 드라마계의 폭스처럼 키우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에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5년전 앤서니가 제국 회장에게 설명한 미래 청사진이었는데요. 땅을 매입하여 대형 세트장을 건립, 아시아 드라마를 모두 이곳에서 제작하도록 하고, 주변에 관광시설까지 갖춘다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앤서니의 ‘꿈’을 제국 회장이 직접 이루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제국 회장에게 있어 ‘경성의 아침’은 드라마 세트장을 홍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죠.

 

 

 


이날 제국 회장은 돈을 구하지 못해 ‘경성의 아침’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앤서니에게 만약 드라마를 넘기면 투자금 34억원을 대신 갚아주고, 더불어 앤서니에게 5억이라는 돈을 추가로 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앤서니는 제국 회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통쾌한 반격을 준비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국 회장이 드라마 세트장을 짓기 위해 사들이려고 한 땅 주인을 미리 찾아가 땅 값을 5배 이상 받고 팔 수 있도록 알려준 것입니다.


땅 주인은 앤서니의 말만 믿고 계속해서 땅을 팔라는 제국의 요청을 거절했는데요. 그 결과 시세보다 5배 비싸게 땅을 팔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 땅주인은 앤서니의 드라마에 투자를 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결국 앤서니는 제국 회장의 돈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묘수’를 생각해내고, 제국 회장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킨 것입니다.

 

 

 


이제 앤서니는 이 투자금으로 와타나베 그룹에서 요구한 돈을 갚고 ‘경성의 아침’ 촬영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날 방송 말미 앤서니는 켄지에게 잡혀 손목을 내줘야 할 위기에 처했지만, 이미 땅 주인으로부터 투자금을 약속받기로 한 만큼 별 어려움 없이 돈을 갚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앤서니는 또 한번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 ‘경성의 아침’ 제작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었는데요. 무일푼으로 시작한 앤서니에게는 ‘아킬레스건’이라 할 만한 자금문제까지 해결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앤서니에게 닥칠 중대한 위기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앤서니는 ‘만렙’이 된 것이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회마다 앤서니에게 위치가 닥치고, 또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만으로 <드라마의 제왕>이 전개된다면 시청자는 쉽게 식상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만렙’이 되어버린 앤서니에게는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별로 긴장감이 생겨나지 않고, 그 끝이 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드라마는 앤서니의 위기 극복 과정이 아니라 ‘경성의 아침’을 제작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드라마는 앤서니 김을 연기하는 김명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드라마 제작 준비중에 일어날법한 일들만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드라마를 촬영하고 또 이를 방송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들이야 말로 훨씬 더 흥미롭고 또 시청자가 더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앤서니에게만 닥치는 시련, 그리고 혼자서만 극복해내는 스토리는 이 드라마가 매우 현실에 발을 붙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이제라도 한국판 미션임파서블 놀이는 그만하고, 보다 다양한 소재와 에피소드를 선사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마 앤서니에게 또 다른 ‘미션’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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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보면 가끔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나곤 합니다. 그다지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가 캐스팅되는 경우가 그러하며, 대중정서에 반하거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물의를 일으킨 배우를 끝까지 고집하는 경우에도 ‘대체 왜 저럴까’하는 의아함이 생겨납니다.

 

26일 방영된 <드라마의 제왕> 7회는 바로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회였습니다. 이른바 ‘스타의 음주운전’ 사건을 풍자하는 모습으로 시작된 이날 에피소드는 여론과 대중정서가 상황논리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흔히 애기하는 ‘언론플레이’와 ‘감성 팔이’ 등 연예계에 비일비재하게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을 조명했습니다.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부풀릴 수밖에 없는 ‘드라마적 장치’를 감안하더라도, 또 한 번 드라마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한 시간이었는데요. 이전 에피소드에서 스타 배우 캐스팅에 관한 비화, PPL, 쪽대본 등을 가감없이 그려냈다는 점을 상기하면, <드라마의 제왕>은 그야말로 ‘드라마 교과서’로 불려도 손색없을 것 같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압권이었던 장면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드라마 하차 위기에 몰린 톱스타 강현민(최시원)이 앤서니 김의 지략으로 다시 여론의 동정을 이끌어낸 부분이었는데요. 이는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보다는 사건이 어떻게 보도되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대중정서에 대한 통쾌한 고발과도 같았습니다.

 

앤서니 김은 강현민의 음주운전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사실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조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강현민이 단순히 감독과의 의견다툼 과정에서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대중들로부터 동정과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유로 술을 마신 걸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 앤서니 김의 생각이었는데요. 앤서니 김은 음주운전 사건 사고 당일 강현민의 어머니가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본격적인 조작(?)에 들어갔습니다.

 

 

 

 

강현민이 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가자 곧 현민이 위독한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음주운전을 하게 됐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는데요.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강현민의 모습까지 더해지자 여론은 순식간에 강현민을 질타하는 분위기에서 동정하는 분위기로 달라졌습니다. 대중들의 이해와 응원 속에 결국 드라마 하차 이야기는 없던 일이 돼 버린 것이지요.

 

조금만 생각하면,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도 택시를 불러 타거나 대리운전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음주운전’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스타의 좋은 면만 보려하는 ‘팬심’과 분위기에 휩쓸리는 여론과 대중정서에 힘입어 강현민은 순식간에 음주운전 ‘가해자’에서 순식간에 묻지마 기사로 인해 천하에 나쁜놈이 되어버린 ‘피해자’로 둔갑하게 됩니다. ‘힘을 잃지 말고 드라마를 열심히 찍으라’는 댓글 등에서 어이없는 실소가 새어 나오는 까닭은 바로 이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철저히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연예계에서도 빈번히 벌어지는 스타들의 음주운전 사고와 거짓말, 그리고 가식 포장, 언론플레이 등은 찝찝함을 넘어 불쾌하기 까지했는데요. 앞으로 예능이나 언론 인터뷰에 나와 눈물을 흘리는 스타들의 모습을 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는 ‘불신’마저 생겨나는 듯 했습니다.

 

한편, 이날 방송은 강현민 음주운전 사고 현장에서 차에 치여 정신을 잃은 이고은(정려원)을 두고 우리 드라마에 만연한 ‘기억상실’을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사고 후 쉽사리 의식을 차리지 못하던 이고은 작가가 눈을 뜬 뒤에도 앤서니를 알아보지 못하자 앤서니 김은 망연자실 했습니다. 절치부심 준비하는 드라마 ‘경성의 아침’은 이고은 작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드라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고은 작가는 앤서니 김을 골탕먹이기 위해 거짓 연기를 펼친 것인데요. 그것도 모른채 이고은 작가에게 했던 자신의 못된 짓을 모두 고백한 앤서니 김은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습니다. '속아본 기분이 어떠냐'는 이 작가의 말에 앤서니 김의 대답이 아주 인상깊었는데요. 그는 “드라마 제작 경력 10년 동안 기억상실증은 백번도 넘게 써먹었다”며, ‘기억상실증’이 얼마나 진부한 소재인지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이날 <드라마의 제왕>은 코믹적인 설정과 유머를 앞세워 드라마가 가진 속성을 한꺼플 벗기는데 성공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든 <드라마의 제왕>만 잘 지켜보면, 우리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드라마에 대해 잘 알고 싶나요? 드라마가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아니, <드라마의 제왕>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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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드라마의 제왕>의 갈등 구조는 매우 단순합니다. ‘경성의 아침’을 제작하려는 앤서니 김과 이를 방해하려는 오진완 대표가 갈등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데요. 오 대표는 앤서니 김의 재기를 막기 위하여 ‘경성의 아침’편성에 맞춰 다른 드라마로 맞불을 놓았고, 심지어 주연 배우와 작가 섭외를 두고도 앤서니 김과 경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편성권을 따낸 것은 앤서니 김이고, 한류스타 강현민(최시원)과 ‘경성의 아침’을 쓴 이고은(정려원) 작가 역시 제국이 아닌 앤서니 김의 월드프로덕션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쯤되면 제 아무리 거대 기획사 대표라 할지라도 포기할법 한데, 오진완 대표는 물러설 줄 모릅니다. 비록 편성권은 빼앗겼지만 드라마 제작 자체를 방해하기 위한 오 대표의 악행은 계속된 것이죠.


지난 5회에서 오 대표는 이고은 작가와 앤서니 김의 분열을 조장하여 이 작가를 빼내오려 하는 파렴치한 짓까지 벌였습니다. 하지만 ‘극본을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약속을 받은 이고은 작가는 다시 한 번 앤서니 김을 선택했습니다. 오 대표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죠. 그런데 우리의 오대표 도대체가 포기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20일 방영된 6회에서는 ‘경성의 아침’ 주연배우 강현민을 음주운전 사건으로 엮어 드라마 촬영 전에 낙마시키려는 음모를 진행시켜, 또 한번 앤서니 김과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을 예고했습니다. 심지어 오 대표는 월드프로덕션에 스파이까지 심어 ‘경성의 아침’ 제작 준비 과정을 낱낱히 꿰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앤서니 김의 몰락에만 쏟아붓고 있는 양상이죠.

 

 

 

이쯤에서 저는 한가지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대체 왜 오진완 대표는 그토록 앤서니 김의 재기를 방해하려는 것일까 하고요. 그동안 진행된 스토리를 곱씹아봐도 오 대표가 앤서니 김에게 사무친 원한을 가질 만한 사건은 없었고, 오히려 앤서니 김을 밀어내고 대표를 차지했으니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도움을 주는게 더 맞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 기획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일은 안하고, 하루 온 종일 앤서니 김을 방해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모습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인데요. 20일 방영된 6회분에서야 비로소 그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잠깐 등장한 제국회장(박근형)과 오진완 대표의 대화를 잘 살펴보면 오 대표가 왜 그토록 앤서니 김에게 집착할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는데요. 알고보니 오 대표 역시 말만 대표지 사실상 제국회장이 부리는 하나의 ‘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날 제국 회장은 앤서니 김에게 일본 투자건을 빼앗기고 심지어 편성권까지 막지 못한 오진완 대표를 나무랐는데요. 한마디 한마디로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절대권력자’의 이미지에서 자연스레 <추적자>의 서회장 모습이 오버랩됐습니다. 물론 경상도 사투리를 써가며 느긋느긋하게 상대방을 압박하는 서회장과는 약간 달랐지만, 특유의 비유법만은 여전했습니다.


그는 “키우던 개가 주인을 물면 어떻게 하는지 아나. 보통은 그 자리에서 쏴 죽여버리지. 삼년전에 길렀던 개가 날 물고 도망쳤어. 그 놈을 어떻게 해야할 것 같나?”라고 물었고, 이에 오 대표는 “잡아야 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제국 회장은 잡는 것으로 만족해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싹한 표정으로 “아니, 잡아서 죽여버려돼. 날카롭게 복수의 이빨을 갈기 전에. 그 이빨로 나에게 달려들테니까.”라고 말하며, 사실상 앤서니 김을 완전히 몰락시키라고 주문했습니다.


알겠다며 고개를 숙인 오 대표에게 웃으며 건넨 한마디야 말로 이 드라마에서 제국회장의 위치와 존재감을 엿볼수 있었던 대사였는데요. 제국회장을 연기한 박근형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이번엔 확실히 하는게 좋을거야. 너 말고 사냥개는 많거든..”이라는 한마디를 오대표에게 건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 대표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유명 프로덕션의 대표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사실 언제든지 회장의 말 한마디에 길거리로 쫓겨나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죠. 앤서니 김 역시 7년동안 ‘드라마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많은 돈을 벌어들였지만 결국 배를 채운 것은 제국회장이었던 셈입니다. 우리가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1%의 기득권 역시 또다른 권력자의 ‘사냥개’에 불과할 수 있다는 처철한 현실비판이자 블랙코미디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비록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제국회장이 잠깐 등장함으로써 드라마는 더욱더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었는데요. ‘앤서니 김 vs 오 대표’ 라는 자칫 뻔한 대결 구도에 절대권력자 제국회장을 등장시킴으로써 오진완 대표의 악행에 개연성을 불어 넣고, 앤서니가 제국회장에게 드러낼 복수의 이빨이 어떤 것일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제국회장에 박근형 선생님을 캐스팅한 것은 제작진의 ‘굿 초이스’라고 평가할 수 있겠는데요. 제국회장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나 캐릭터 구축 과정 없이도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시청자 머리속에 각인돼 있는 추적자 속 서회장의 이미지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이를 아주 영리하게 활용한 것이죠. 물론 추적자 속 서회장과 약간은 다르면서도 또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 박근형 선생님의 훌륭한 연기가 기본 바탕임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입니다.

 

 

 


오 대표와 제국 회장이 대화를 나눈 1분이라는 시간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냈는데요. 만약 연기 대부 박근형 선생님과 연기 본좌 김명민이 만나 서로를 마주보며 연기를 하게 된다면 어떤 아우라가 만들어질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1회에서 서로 전화통화 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 준 적은 있지만, 설마 그걸로 끝은 아니겠지요?


앤서니 김이 복수의 이빨을 날카롭게 갈고 제국회장을 대면하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드라마의 제왕>을 시청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듯 싶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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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카루스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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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동종업계를 비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다리 건너면 대부분 아는 사람이고, ‘좋은게 좋은거’라는 동업자 정신 때문에 섣불리 쓴 소리를 내뱉기가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동종업계에서 지켜야할 ‘상도덕’이란게 있는 만큼 왠만한 일은 그냥 알고도 눈감아주는 게 예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일례로, 서로간의 비판이 난무하는 언론만 보더라도 어떤 사안에 대한 해석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뿐이지, 직접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며 그 언론사의 치부를 건드리는 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2006년 ‘삼성기사 삭제사건’으로 시작된 시사저널 파업사태와 ‘시사인’이 창간에 이르기까지,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보여준 언론탄압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은 동종업계 비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드라마 제작 현실을 낱낱히 까발리고 있는 <드라마의 제왕>은 비록 허구적 구성이라는 드라마의 특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 비판의 수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는데요. 생방송 제작현장, 시청률 지상주의, 과도한 PPL, 쪽대본, 돈 로비 등 그동안 언론을 통해 봐온 문제들이 브라운관에 ‘스토리’로 재현되는 장면은 자못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동종업계에 대한 비판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온에어>가 방송 제작 현장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그 시스템이나 구조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한 것 역시 노희경 작가와 김은숙 작가의 감수성과는 별개로 굳이 비판의 날을 세워 제 살을 깍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드라마의 제왕>을 집필하는 장항준 감독, 아니 장항준 작가는 드라마’만’쓰는 작가가 아니라, 드라마’도’ 쓰는 작가이기에 이 같은 ‘극적 까발림’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디가서도 볼 수 없는 동종업계 종사자의 ‘자기비판’이자 ‘내부고발’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설마 저렇게 까지하겠어?’하는 의심을 가지면서도, 눈은 귀는 TV를 향해있는, 이 이상한 ‘중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의 제왕>이 전해주는 처절한 드라마 제작 현장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사실인데요. 까도 까도 계속해서 깔게 나오는 드라마 제작 현장은 흡사 양파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19일 방영된 <드라마의 제왕> 5회에서도 장항준 작가는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현실을 낱낱히 파헤쳐줬는데요. 이날 앤서니 킴은 새로 국장에 임명된 남운형(권해요)에 의해 ‘경성의 아침’ 편성이 불발되자, 자신만의 스타일로 난국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타개책은 바로 남 국장에 밀려 승진하지 못한 부국장을 꼬득여 남국장에 반기를 들게 만드는 것과, 남 국장보다 위에 있는 방송국 사장을 직접 만나 드라마 편성을 약속받는 이른바 ‘뒤통수 치기’ 전략이었습니다.


드라마국장이 확정한 편성안을 사장의 뜻에 따라 바꾸는 것이 가능하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설정이었지만, 모 방송국 사장이 특정인에게 국악공연을 몰아줘 물의를 일으키는 게 현실인 만큼 그 과장성이 이해못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드라마 편성을 확정 지은 앤서니 킴과 ‘경성의 아침’을 집필하기로 한 이고은 작가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드라마를 돈으로 생각하는 앤서니 킴과 드라마를 순수한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는 이고은이 처음으로 가치관의 충돌을 일으켰습니다.


앤서니 킴은 이고은 작가가 기획한대로 드라마를 만들면 돈이 되지 않는다며, PPL을 넣을 수 있는 장면과 시청률을 위한 멜로라인을 부각시킬 것을 지시하였는데요. 심지어 작품 수정을 위한 검수 작가를 고용하기도 해 이고은으로부터 “사람도 아니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앤서니 킴과 이고은 작가 사이가 틀어진 것은 제국엔터테인먼트 오진완 대표에게 있어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오 대표는 앤서니를 무너트리고 ‘경성의 아침’ 제작을 불발시키기 위해 이 작가를 뺏어올 계획을 세웠는데요. 앤서니 킴에게 실망한 이고은 작가를 회유하여 계약을 파기하기로 종용하였습니다.


위약금으로 물어야 할 계약금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선뜻 내주겠다는 오 대표의 모습에서는 마치 유명 연예인을 두고 벌이는 소속사간의 진흙탕 싸움이 떠올랐는데요. 서로 더 많은 계약금을 제시하고, 이익 논리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거나 유리한대로 계약을 해석하는 우리 연예계의 그늘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드라마의 제왕>은 돈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앤써니 킴과 그런 앤서니 킴을 방해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할 오진완 대표의 대립을 통해 추악한 현실을 더 많이 드러낼 텐데요. 둘 사이에서 이고은 작가는 자신만의 ‘드라마관’을 확립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아직까지 이고은 작가에게는 드라마에 대한 순수함만 있을뿐, 자신이 쓴 드라마가 어떤 환경에서 제작되고 그 결과 또 어떤 다른 세계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현실인식은 부족해 보였으니 말입니다.


이날 이고은 작가는 돈에 미친 앤서니 킴을 보며 “당신 제정신이 아니야. 당신에겐 드라마가 돈으로 보이겠지만, 드라마란 그런게 아니야!”하고 소리쳤지만, ‘그런게 아닌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바로 앞으로 이고은 작가가 찾아야 할 드라마의 의미입니다.


반면 앤써니 킴은 단호히 말했습니다.그런거야 드라마는! 한해 총 매출 6800, 경제 간접 유발 효과 6조원, 고용창출 2만명, 시청률이 대박나면 유지되고 그렇지 않으면 인생 막장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곳!”이 바로 드라마라고.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앤써니 킴이 이야기한 건 단지 일부일뿐 그게 드라마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보는 드라마는 어떨까요? 드라마를 보며 즐겁게 웃고 또 때로는 뭉클한 감동을 받으니 드라마는 좋은 것일까요? 하지만 그 드라마를 쓰기 위해 쪽방에서 글을 쓰다 한 작가가 죽어 나갔고, 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제작현장에서 한 보조출연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나쁜 것일까요?


우리는 과연 드라마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 것일까요? 끊임없이 드라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현실을 낱낱히 보여주는 <드라마의 제왕>. 바로 제가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드라마의 제왕>이 막을 내릴 때 쯤, 시청자인 우리도 드라마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의 제왕>이 보여줄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내부고발’을 응원합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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