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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디오스타' 강민경-장수원, 시청자 사로잡은 반전매력

'라디오스타' 강민경-장수원, 시청자 사로잡은 반전매력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강민경과 장수원은 어떻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연기로는 시청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아니, 어색하고 서투룬 연기로 오히려 비난을 자초했다. 하지만, '발연기'라는 조롱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신을 내려은 채 희화화의 대상이 되길자처했다. 정말, 강철멘탈이 따로 없었다. 그러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감추고 싶은 과거를 웃음의 소재로 꺼내놓자 단번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바로 28일 방영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 '연기의 神' 특집에 출연한 강민경과 장수원의 이야기다.

 

 

 

 

이날 방영된 <라스>는 시종일관 강민경과 장수원을 물고 늘어졌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연기의 神'이라는 특집명이 사실은 '발연기' 스타를 지칭하는 반어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함께한 에프터스쿨 리지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연기가 괜찮은 편이었고, 드라마에서 주스를 뱉어내는 장면으로 유명세를 치른 박동빈의 경우에는 워낙 내공이 탄탄한 연기파 배우였다. 그런의미에서, '익룡연기'와 '로보트연기'를 선보이며 '발연기 스타'의 대명사가 돼버린 강민경과 장수원은 MC들이 공격하기 딱 좋은 대상이었다. 두 사람을 염두해 두고 마련한 특집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4MC의 관심과 공격은 두 사람에게 집중됐다. 시종일관 강민경의 어색한 울음연기와 장수원의 딱딱한 대사톤을 따라하며, 그들을 놀리기에 바빴던 것이다.

 

 

 

 

때로는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마저 도가 지나친 게 아닐까 싶을 만큼의 생각이 들 정도로 수위 높은 디스가 이어지기도 했다.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 <라스>의 정체성이라 할지라도 인신공격에 가까운 조롱은 제 아무리 웃음을 위해서라 할지라도 자칫 불편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놀리는 사람도, 놀림을 당하는 사람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웃고 넘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방송을 살린 것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호인'의 면모를 보여준 강민경과 장수원의 강철멘탈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능엔터테인먼트' 특집인 줄 알고 섭외에 응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붙은 '발연기'라는 딱지가 다소 불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연기력을 쿨하게 인정했다. 게다가 굴욕을 맛봐야했던 과거 연기 영상을 이날 방송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대응했고, 오히려 자신들이 나서서 '발연기'가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강민경의 경우에는 자신의 연기 영상을 보며 가장 크게 즐거워했고, 당시에는 워낙 많은 지적과 비난을 받아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며 MC들이 자신을 놀리는 데 있어 부담감을 가지 않도록 배려했다. 만약 이날 강민경이 자신을 놀리는 MC 들을 향해 진지한 표정을 짓거나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면, 리지와 장수원이 강민경의 연기를 흉내내는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민경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익룡연기'를 감추고 싶은 과거가 아닌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예능소재'로 풀어냈다. 

 

장수원 또한 만만치 않았다. "감정이 없는 것 아니냐", "감독의 오케이 사인은 받은 것이냐"며. 그의 <사랑과 전쟁> 속 연기를 두고 MC들의 놀림이 계속되었음에도, 끝까지 싫은 표정 한번 없이 방송 내내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구라의 말대로, 정말로 호인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특히, 아이돌 후배격인 규현이 장수원을 놀리기 위해 로보트 말투를 써가며 질문을 던져도, 장수원은 규현이 프로그램 밖에서는 깍뜻하다며 오히려 규현을 감쌌다.

 

 

 

아무리 예능이라 할지라도, 반복해서 치부를 건드리면 짜증이 날 수도 있는 법이다. 농담삼아 버럭하며 큰 소리를 낼수도 있고, "그만좀 하라"며 소리를 칠수도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질문을 돌릭고 싶거나 대답하기 곤란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날 강민경과 장수원은 자신들에게 덧씌워진 '발연기'라는 이미지를 웃음으로 풀어내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나섰고, 매우 유쾌하게 반응했다. 놀림을 당하는 사람이 즐거워하니,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 역시 마음놓고 웃을 수 있었다. 호인이 따로 없을 만큼 방송 내내 웃음을 지어보인 강민경과 장수원의 긍정적인 리액션 덕분에 MC들의 짓궃은 질문 역시 개그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연기로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치부앞에서 끝까지 환하게 웃어보인 이들의 강철멘탈은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어차피 전업 연기자가 아닌 마당에, 연기력이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며 고개 숙이는 자세와 시청자를 기분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는 마음가짐이 있는데 말이다. 누가 뭐래도, 이날 <라스>에서 만큼은 두 사람 모두 최고임에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