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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유정현 출연이 불편하게 느껴진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철없는 남자’ 특집으로 방영된 27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를 본 시청자라면 아마도 이날 초대된 게스트 라인업에서 한번쯤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제아무리 인지도 없는 게스트를 데려다놔도 평타 이상의 재미를 뽑아내는 <라스>라 할지라도 유정현만큼은 살리지 못할 것이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낙선 후 종편과 케이블 중심으로 방송 복귀를 시도하고, 이어 KBS <대변인들>과 SBS <매직아이>에서 잠깐 MC로서 얼굴을 내비친바는 있지만, 여전히 그의 예능감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는 게 사실이다. 비록 정치에 입문하기 전 반듯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로 주목을 받았다 할지라도, 방송 환경은 바뀌었고,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더욱 달라졌다. 그리고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정치인에서 방송인으로 돌아온 유정현은 그다지 신선하지도, 또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라면, 아마도 그가 이날 방송에서 게스트로 초대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지난해, 유정현이 tvN <택시>를 통해 방송 복귀를 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구라가 이날 <라스>의 터줏대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작진이 이날 방송을 꾸미는 데 있어 김구라의 섭외 부탁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그간 김구라-유정현이 상당수의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은 충분히 되새길만한 부분이다.

 

게다가 이날 김구라는 자신이 유정현 전 아나운서의 방송 복귀 길을 열어줬다는 점을 털어놨고, 유정현 역시 이를 인정했다. 이날 두 사람이 밝힌 바에 따르면, 유정현은 제19 대 국회의원 낙선 후 방송에 복귀하기로 결심했고,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자 김구라를 찾았다고 한다. 김구라는 자신이 MC로 있는 <택시> 측에 유정현 출연을 건의했고, 제작진은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엮어서 유정현을 출연시켰다고 한다. 이밖에도 김구라는 <SNL코리아> 측에도 유정현 출연을 제의했으나, 정치색을 이유로 거절당했고 한다.

 

 

 

지난해 <택시>로 복귀한 유정현은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JTBC <적과의 동침>에서 김구라와 호흡을 맞췄고, 올해 KBS에서 시도한 파일럿 프로그램 <대변인들>에서 다시 한 번 김구라와 손을 잡았다. 올해 6월에는 월드컵 중계로 자리를 비운 배성재 아나운서를 대신하여 SBS <매직아이> 속 ‘숨은 얘기 찾기’ 코너에서 또 한 번 김구라의 파트너로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이날 김구라가 MC로 자리한 <라스>에 게스트로 초대된 것이다.

 

제 아무리 요즘 방송에 ‘동반 출연’과 ‘끼워 팔기’ 등이 일상화됐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인맥을 앞세운 방송 출연은 시청자에게 있어 불편함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특히 유정현처럼 본업이었던 아나운서를 관두고 정치에 뛰어들었다가, 다시 정치가 여의치 않으니 인맥을 이용하여 방송에 복귀하는 식으로 비춰진다면, 그 어떤 시청자가 그의 복귀를 환영할 수 있단 말인가.

 

 

 

 

유정현의 방송 출연에 있어 큰 도움이 된 것을 마치 자랑처럼 이야기하던 김구라의 모습 또한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유능한 방송인을 발굴하고, 능력에 비해 출연 기회가 적은 사람을 섭외하는 것이 MC의 재량이라 할지라도, 유정현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도를 넘은 감이 지나치다. 안그래도 혈연, 지연, 학연 등 인맥을 통해 굴러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자성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지금, 꼭 그런 식으로 본인이 힘을 써 유정현의 방송 길을 열어줬다고 자랑할 필요가 있었을 까 싶다.




 

결정적으로 이날 유정현은 앞으로 방송에 매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정치에 미련이 남아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게 그 이유다. 지금은 방송활동이 절박하다고 표현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다시 정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그를 보며, 오늘도 단 1분의 방송 출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무명 연예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적어도 인맥 출연을 웃으며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풍토만큼은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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