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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소리에 환장하는 남자들…“중요한건 감탄이다”-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책 이야기/인문,사회,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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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국내도서>인문
저자 : 김정운
출판 : 쌤앤파커스 200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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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그러자, 남자가 대답한다.
“응..가끔....”


다시 여자가 말한다.
“난 만족하는데...”


여자의 말에 당황한 남자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쭈뼛거리는 사이, 다시금 여자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남자의 가슴을 아주 깔끔하고 깊숙하게 찌르는 한마디.


“아주 가끔...”

 


김정운 교수의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이렇게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는 아내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부부관계가 항상 행복할 수 없는 이유, 나아가 우리의 일상이 재미없는 이유를 문화심리학으로 풀어내는 이 책의 부제는 그래서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책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책의 저자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얼마 전 KBS 승승장구에 출연하여 특유의 입담을 자랑한 통통한 곱슬머리의 안경낀 교수를 떠올리시면 빠르시겠습니다.

 


김정운 교수는 승승장구에 출연하여 5가지 소통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는데요. 그가 소통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만져라, 정서를 공유하라, 입장을 바꿔보라, 의미를 부여해라(리추얼), 감탄하라” 등 이었습니다. 배꼽 빠지게 웃기면서도 단순한 농담 따먹기가 아닌 이유는 그가 제시한 방법이 모두 문화심리학이라는 탄탄한 이론을 배경으로 한 본인의 성찰 속에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인데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그의 주장은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문화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전임강사를 지냈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김정운 교수의 이력을 그의 식대포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정운’은 팔뚝 굵은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상에 감사하며, 아침마다 그날 가지고 나갈 만년필 고르기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고, 거리의 망사스타킹을 보면 가슴이 뛰어 낚시가게 그물만 봐도 흥분하고, 자동차 운전석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목 놓아 따라 부르며 주책없이 울기를 좋아하는 사십 끝줄의 대한민국 남자다. 귀가 얇다 못해 바람만 불어도 귓바퀴가 귓구멍을 덮을 정도고, 한번 폭발하면 대로변에서 삿대질도 일삼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에 담아두면 며칠 밤 잠 못 자며 고민하는 소심남이기도 하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中

 


‘삶은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대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역시 재미있습니다. 보통 유머를 가르쳐 주는 책들은 전혀 유머스럽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지만, 재미있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거 자체를 재미있게 해줍니다. 재미있게 책을 읽으니, 더욱 재밌게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지요. 아마도, 저자 스스로가 재미있게 살기 때문에 그 바이러스가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공을 위해 달려왔고,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 왔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행복. 책이 겉으로 추구하는 독자는 위로받고 싶은 이 시대 ‘중년남성들’ 이지만, 행복과 재미를 추구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데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큰 가슴, 마라톤, 폭탄주의 공통점은?

 


삶이 재미없는 이 시대 중년남성들이 유난히 집착하는 것이 3가지 있습니다. 네, 바로 여자의 큰 가슴과 마라톤, 그리고 폭탄주입니다.

 


그의 주장을 따르면, 인간이 가장 완벽한 소통을 경험하는 곳은 바로 어머니의 가슴입니다. 그래서 어렸을 적 어머니의 가슴에서 평온함을 느꼈던 남자들은 소통 부재의 불안과 재미없는 삶으로부터 오피하려는 퇴행적 현상이 나타나고, 그게 여자의 큰 가슴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것이죠.

 


마라톤의 경우는 건강을 위해서 달리는 이들도 많으나, 더 큰 이유는 ‘존재의 확인’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입니다. 사회적 관계와 소통을 통해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고통을 통해 느끼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마라톤의 참가하여 완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뛰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 자신은 ‘싸워서 이겨야 하는’ 대상이 절대 아니다 라는 말은 그래서 더욱 와 닿습니다.

 


끝으로 한국의 중년 남성이 집착하는 폭탄주를 그는 집단 자폐증이라 부릅니다. 서로 정서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두려워, 빨리 취하려고 마시는 술자리는 결국 소통 부재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는데요. 샐러리맨도 마시고, 교수들도 마시고, 공무원들도 마시고, 정치인도 마시고, 기자도 마시고, 학생들도 마시는 걸 보니, 정말인지 대한민국은 ‘소통 실종 공화국’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남자들은 왜 골프장으로 몰리는 것일까?

 


물론,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겠지만, 큰가슴과 마라톤, 그리고 폭탄주 외에 중년남성들이 목을 매는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골프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운 교수 역시 가진자의 귀족적 취미라는 자책과 환경파괴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같은 ‘도덕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골프장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골프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왜 재미있을까요? 책은 그 이유를 ‘스토리텔링’에서 찾습니다. 골프를 통해 바로 ‘내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골프는 운동이 아니다. 이야기다. 한국남자들이 술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네 시간 이상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는 골프밖에 없다. 여자에 대한 이야기도 이렇게 길데 하지 못한다.
매번 비슷한 골프 이야기 같다. 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끝없이 재생산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가 재미있는 것이다. 아니, 살면서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이토록 많이, 흥미진진하게 한 적이 있었던가? 무슨 일인들 이야기가 없겠냐마는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상실한 중년들에게 골프만큼 공통의 화제를 만들어주는 일은 없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中

 


“오빠”소리에 환장하는 남자들…“중요한건 감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누구보다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김정운 교수는 삶의 목적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우리는 감탄하려 산다. 아닌가?”


 

산을 올라가서 내뱉는 “우와~!”도, 골프를 치며 외치는 “나이스샷~”도, 여자들의 수다 중에 “맞아 맞아”를 반복하는 까닭도 결국은 ‘감탄’이라는 것인데요. 김정운 교수는 삶의 가장 궁극적 경험이 우리에게 와 닿는 통로가 바로 감탄이라고 해석합니다.

 


어머니가 아기의 작은 행동과 변화 하나 하나에도 반응하며 “이야~”, “우와~”라는 말을 하는 것도 감탄으로 양육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땅의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로 이 감탄의 욕구를 채우지 못해 욕구 좌절이 되고, 이 욕구 좌절이 분노와 공격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입니다. ‘어디 한번 건들기만 해봐라’라는 표정으로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의 표정은 바로 이 감탄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라고 하는데요.

 


바로 이 아저씨들에게 감탄을 연발해주는 곳이 단 하나 있으니, 룸사롱입니다. 화려한 화장을 한 젊은 아가씨들은 “어머, 오빠!” “오빠는 왜 이리 멋있어?”하고 감탄을 연발하는데요. 이 싸구려 감탄에 환장한 사내들은 기꺼이 넥타이를 풀고, 지갑도 풀어 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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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요. 어렸을 적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은 선생님과 부모님의 칭찬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어렸을 적 들었던 이 칭찬도 결국은 ‘감탄’의 일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와~ 우리 아들”, “우리 딸이 최고야” 부모의 감탄에 아이들은 기뻐하고 행복을 느낍니다.

 


“우와, 자기야~” “우리 여친 쵝오”, 애인의 감탄이 이어져야 사랑도 지속됩니다.

 


“역시, 우리아빠~”, “엄마밖에 없어” 자식들의 감탄이 있기에 허리가 휘어도 부모들은 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보, 와~”, “당신, 이야~!” 부부관계가 좋아도 감탄은 이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감탄하려 사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삶이 재미없으신가요? 당신은 언제 감탄을 하나요?

 


바다를 볼 때? 그럼 지금 바다로 떠나십시오.


영화를 볼 때? 그럼 지금 영화표를 예매하세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퇴근 후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그럼 투표를 하세요.

 


삶에는 분명 많은 감탄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런 감탄을 받을 때 우리는 행복이라는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감탄은 TV속에도, 인터넷에도, 책 속에도 있으며, 촛불집회에도 희망버스에도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언제 감탄을 느끼는지 스스로 알고, 그 감탄을 찾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감탄’이야 말로 삶이 재미없는 당신에게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 주는 단 하나의 확실한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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