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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v 슈퍼맨, 그래서 그들은 왜 싸웠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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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v 슈퍼맨, 그래서 그들은 왜 싸웠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권가권력을 입법·사법·행정으로 분할하여 상호견제하게 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유지시킨다. 특정 권력()무게추가 쏠려 균형이 무너질 때, 독재와 부패는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히어로 무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계관 중 하나는 바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을 누가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그들이 악에 맞서 싸우고 정의를 수호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혹시라도 마음을 돌려 인류를 지배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정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하늘을 날고 총알을 피하며 혹은 불을 내뿜는 히어로를 제어하거나 통제할 수 있단 말인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없을 만큼의 막강한 절대 권력()’은 분명 잠재적인 위험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간 히어로 무비에서는 인간과의 공생을 주장하는 히어로 측과 인간을 지배하고자 하는 히어로의 갈등을 조명해 왔다.)

 

 

  

 

영화 <배트맨 v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v 슈퍼맨)>은 바로 이 혹시나 모를 1%의 가능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무리 슈퍼맨이 불 속에 뛰어 들어 아이를 구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노인과 여성을 지켜낸다고 한들, 메트로폴리스 같은 전투가 벌어주면 순식간에 도시 하나가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슈퍼맨을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바라보는 배트맨의 입장은 그래서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슈퍼맨이 인류를 지배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슈퍼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배트맨의 생각이다.



 

이는 배트맨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나서는 슈퍼맨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밤마다 범죄자를 응징하며 돌아다니는 배트맨 역시 슈퍼맨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가면 쓰고 몰래 법 위에서 힘을 남용하는 철부지(?)에 지나지 않는다. 고담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불안에 떤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근본적으로는 슈퍼맨이 생각하는 정의와 배트맨이 생각하는 정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이자 선()을 추구하는 방식의 차이다.

 

 

 

 

 

어쨌든, “모든 대결에는 이유가 있다는 그럴싸한(?) 포스터 문구처럼, 두 영웅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트맨 v 슈퍼맨>이 흥미로운 지점은 딱 여기까지다.

 

모든 대결에 이유가 있다면, 화해에도 이유가 있고, 협력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배트맨과 슈퍼맨이 화해하고 공동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합치는 과정은 두 영웅이 반목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이야기에 비할 때 힘이 너무도 떨어진다. 혹자는 이를 두고 잭 스나이더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확실히 화려한 액션에 비해 이야기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건 부인하기 어려울 거 같다.

 

 

 

    

 

게다가 여전히 영웅의 길이 무엇이고, 정의가 무엇이며, ()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배트맨과 슈퍼맨 사이에서 사이다처럼 등장한 원더우먼은 순식간에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유치한 감정싸움으로 만들어 버린다. 두 영웅에 비해 훨씬 더 성숙하고 히어로다운 면모를 뽐내는 원더우먼이야 말로 이영화의 진정한 승자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감독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인간과 신의 대결로 묘사하며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정말로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워야했다면, 차라리 그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힘의 본질에 대해서 보다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저스티스 시리즈는 이제 시작됐다. 이번 편에서 언급된 메가 휴먼(또 다른 초능력자 혹은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다. 히어로 무비의 특성상 결국 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나갈 수밖에 없다. 힘은 누굴 위해 존재하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작동원리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저스티스 시리즈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이번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로는 아직 답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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