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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을 향한 열광, 누구를 향한 응원인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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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을 향한 열광, 누구를 향한 응원인가?

흥행 열풍 <베테랑>, 판타지를 넘어 삶의 동력이 되기를...

 

<암살>이 그러했듯, 영화 <베테랑>은 쉬운 영화다. 한 마디로 죄짓고 살지 말자는 이야기다. 악랄한 재벌 3세와 정의로운 형사의 대립에서 이미 관객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권선징악’ 내지 ‘정의구현’이란 네 글자의 단어들로 요악할 수 있다.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다. 영화초반 호쾌한 액션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붙든 류승완 감독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던진다. 뉴스 등을 통해 한번쯤 봤을 법한 재벌가의 일탈과 악행을 보여줌으로써 분노를 일으키고, 이어 정의감 하나로 이들에 맞서는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를 통해 어떤 통쾌감을 선사한다.

 

 

 

 

그것이 법이든 정의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내가 믿는 가치가 결국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것은 분명 짜릿한 일이다. 더욱이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일일수록 스크린에서의 통쾌함은 배가 된다. 7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베테랑>의 힘이다.

 

비록 돈은 없어도, 쪽팔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맞는 말이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 이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아파트 대출금에 아이들에 학자금, 그리고 치솟는 물가와 달리 제자리걸음인 월급을 생각해보면 돈의 유혹 앞에 ‘갈대’가 되지 않을 자 그리 흔치 않다. 그래도 흔들리는 거 까진 괜찮다. 다만, 머리가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욕할 자격조차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베테랑>은 어떤 의미로는 판타지다. 애초에 일개 형사가 재벌에 맞선다는 설정 자체가 황당하기도 하거니와, 그가 이길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판타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아마도 진실과 정의를 목말라 하는 이 시대 대중들에게 보내는 류승완 감독의 위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권력을 이기는 정의, 그리고 돈의 무게를 견디는 진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겐 “꿈같은 일”이 되어버렸지만, ‘꿈’이 폄훼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암살>이었으며, 이런 꿈을 꾸지 못하니까 <베테랑>이 판타지에 머무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가 다 서도철처럼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의 삶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달콤한 권력과 돈에 맞서 쓴맛 나는 정의와 진실을 지키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현실의 결과는 영화와 달라서, 그들 중 상당수는 직장에서 쫓겨나고 삶이 망가져 버렸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에게 “그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차지 않고 응원의 박수를 보낼 때, <베테랑>은 판타지를 넘어 아주 미약하나마 삶의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의가 승리하는 것이 요즘 시대엔 도리어 판타지가 아니냐고 하지만, 실제로 서도철 같은 사람이 존재해요. 재벌의 폭행사건을 파헤친 형사가 있었고, 권력이 감추려는 진실을 끝까지 밝혀내는 기자들이 있고, 양심에 따라 조직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고발자도 있죠.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응원하는 거라고 봐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류승관 감독은 영화 <베테랑>을 ‘정상적인 사회에 대한 바람’으로 정의한바 있다. 정의롭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정의롭게 사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것, 어쩌면 감독이 바랐던 ‘정상적인 사회’의 출발점은 바로 거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베테랑>에 대한 관객들의 열광은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닌 ‘권선징악’에 보내는 응원인 동시에 돈 앞에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을 향한 응원, 그리고 정의가 승리하길 바라는 최소한의 양심에 보내는 박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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