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보고싶다 종영, 이 세상 모든 수연에게 바치는 위로곡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전은 없었다. 수연을 대신하여 정우는 해리가 쏜 총에 맞았고, 해리 역시 경찰이 쏜 총에 쓰러졌다. 둘은 의식을 잃었다. 먼저 깨어난 것은 정우였다. 정우와 수연은 약속대로 첫눈 오는 날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고, 더 많이 사랑할 것을 약속했다. 나중에 깨어난 형준은 기억을 잃었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의 운명을 헤집어 놓은 한태준 역시 중형을 선고 받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해피엔딩이었다.

 

 

<보고싶다> 종영…결말에서 드러난 몇 가지 아쉬움

 

성범죄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멜로드라마 <보고싶다>가 종영을 맞았다. 우려하던 비극은 없었지만, 작가는 끝까지 불친절했다. 창고로 끌려온 수연에게 14년 전의 끔찍한 일을 되새기게 함으로써 다시금 공포의 기억을 주입시킨 것이다. 정우와 수연을 떼어놓기 위한 형준의 계략이었다고는 하나, 성범죄 피해자의 ‘힐링’을 내세운 드라마가 마지막 회에서까지 다시금 그 상처를 들췄어야 하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한마디로 못할 짓이었다.

 

 

 

게다가 결말을 통해 형준 역시 또 다른 피해자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굳이 왜 형준을 연쇄살인의 주범과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날 정우와 수연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만약 형준과 함께 놀이터에서 만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어땠을까하는 동화 같은 상상을 했다. 수연, 정우뿐만이 형준 역시 부모 세대의 어긋난 욕망이 빚어낸 피해자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형준의 악행을 이해할 수 있는 ‘심리적 면죄부’를 선사한 것이다. 그 결과 총에 맞고 깨어난 뒤 모든 기억을 잃고 학습능력마저 상실한 형준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불쌍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5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에게 보내는 동정치고는 지나친 감이 있다. 유승호의 연기가 너무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형준이라는 캐릭터의 균형을 잡지 못했다는 점은 끝내 이 드라마를 보내는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정우는 또 어떤가. 14년을 기다려 수연을 만났고 결혼까지 하게 됐지만, 끝내 아버지와는 화해하지 못했다. 드라마 내에서 유일한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한태준이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정우에게 있어 또 다른 상처라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존재가 여전히 기다림의 대상으로 남았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끝까지 '화해의 과정과 치유'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세상 모든 수연의 ‘힐링’은 이제부터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성범죄 피해자의 ‘힐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힐링’을 포기하고 ‘복수’에 집착함으로써 ‘사회적 멜로’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까진 이해해도, 갑자기 ‘10개월 후’라는 자막을 통해 타임슬립 한 건 제작진의 무책임에 가깝다.

 

10개월 뒤 수연과 정우는 모든 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워진 듯 보였고,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상처를 치유했다. 그 10개월 이라는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시청자가 보고 싶었던 건 그 10개월 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아쉬워 할 건 없다. 상처는 마법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시간이 필요하고,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며, 사랑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보고싶다>는 끝났지만 현실 속 수연이와 정우는 여전히 고통의 시간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을 쓰다듬어줄 ‘위로곡’은 이제부터라도 시작되어야 한다. 많은 비판이 뒤따르고 있지만 문희정 작가는 그 위로곡을 연주하기 위한 리듬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 리듬에 멜로디를 입히고 가사를 쓰는 건 우리의 몫이다. 수연이와 정우를 기억하고, 그들이 치유 받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보고싶다>를 통해 작가가 전하려한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현실 속 수연과 정우가 힘내기를,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한다. 진심으로.

 

*지금껏 <보고싶다> 리뷰를 열독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부터는 <7급공무원>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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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20회: ‘반피엔딩’을 예감하게 한 수연의 한마디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피해자와 가해자, 악인과 선인, 그리고 우리편과 상대편. 이렇게 명확히 구분되던 드라마 속 캐릭터가 언제부턴가 변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 대신 입체적이고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이 드라마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악인도 알고 보면 처음부터 나빴던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고, 선인도 마냥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현실의 유혹에 흔들리고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로 그려지면서 드라마 속 이야기는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이야기도 바뀌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꾸며졌던 이야기 구조는 어느새 현실에 발을 붙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결말 역시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인데,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천국’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만능주의의 폐해, 성범죄 피해자, 그리고 경찰의 무능함과 같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꼬집으며 멜로드라마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보고싶다>의 결말은 이제 단순한 ‘해피’냐 ‘새드’냐와 같은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선다. 시청자가 바라는 결말은 강형준이 죗값을 받고 정우와 수연이 행복하게 사는 것일 테지만, 안타깝게도 16일 방영된 20회는 이런 시청자의 기대를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반피엔딩’을 예감하게 한 수연의 한마디

 

이날 방영된 <보고싶다>는 예정된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강형준의 모든 죄는 낱낱이 밝혀졌고, 그는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심지어 경찰의 추격 도중 다리에 총상을 입고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그는 끝내 권총을 구해서 수연을 납치, 14년 그날이 있었던 곳으로 정우를 유인하기 이르렀다.

 

강형준의 목적은 분명하다. 어릴 적 꼬마에서 한걸음도 성장하기 못한 그는 수연을 두고 또 한번 정우가 그곳에서 도망치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 그랬던 것처럼 수연은 자신에게 올 거라는 믿음이다. 그게 안 된다면 그의 총은 정우의 가슴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형준의 속셈과 달리 정우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이날 정우의 독백에서 그려진 것처럼, 정우는 14년 전 그날 그 일이 있었던 창고로 돌아오는 꿈을 수천 번도 더 꿨다. 이유는 단하나, 바로 수연을 구하기 위해서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대가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스물아홉 정우의 선택은 분명하다. 홀로 창고에서 도망친 열다섯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수연이 얼마나 고통 받았고, 자신 또한 얼마나 많은 날을 자책하며 살았는지 경험했기에, 지금의 정우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수연을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 드라마의 결말은 이제 정우의 목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볼 수 있는데, 드라마는 예고편에서 누군가 병원에서 긴급수술을 받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더 높였다. 정황상 정우가 강형준의 총에 맞을 확률이 가장 높지만, 작가와 제작진이 준비한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만큼 함부로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결말을 앞두고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수연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이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치유해줄 수 있는 어엿한 스물아홉의 여자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수연은 이날 아버지가 저지른 모든 잘못을 알게 된 정우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했고, 따뜻하게 그를 품어줄 줄 아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딸의 아픔을 자신의 잘못인냥 자책하던 엄마에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고 감싸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세상과 벽을 쌓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수연은 그렇게 조금씩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 받고 조금씩 세상에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는 이 드라마의 결말이 결코 단순한 해피 혹은 비극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엄마, 그런데 말이야.. 정우는 오히려 고맙대. 살아 있어줘서...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다릴 수 있으니까….”

 

 

 

드라마는 예고편에서 누군가 수술을 받고 있는 장면에 더해 수연의 이 대사를 덧입혔다. 바로 수술을 받는 주인공이 정우라는 점과 비록 그가 죽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상황에 처할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아마도 정우는 수연을 구하기 위해 강형준의 총에 맞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구조돼 수술을 받지만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연은 비록 정우가 의식이 없지만 그래도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며, 정우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이 정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의 해피도 아니고 비극도 아닌, 이른바 ‘반피엔딩’의 결말은 시청자들로부터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지만, 지금껏 <보고싶다>가 걸어온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 과정을 돌이켜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수연이 돌아옴으로써 정우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은 것처럼, 수연의 기다림 역시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 첫눈 오는 날 결혼하기로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정우가 나중에라도 의식을 차린다면 더없이 완벽한 결말이 되겠지만, 그건 순전히 지금껏 <보고싶다>를 이끌어온 문희정 작가와 제작진의 몫으로 남겨두고, 오늘 방영될 마지막 회 방송을 통해 확인해야겠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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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18회: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거다”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마음의 평온함을 뜻한다”

“행복하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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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마도 수백에서 수천 개의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꾸고 또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행복에 대해 완벽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도 없고, 행복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는 사랑에서, 누구는 물질에서, 그리고 또 누구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다.

 

9일 방영된 <보고싶다> 18회는 바로 이 행복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의 주요 뼈대로 삼았다. 1회 연장방송 결정이 나면서 기존 분량을 늘려야했던 측면도 있겠지만, 아마도 결말로 향하기 전 <보고싶다>에 등장한 다양한 인간상을 통해 왜 이들의 욕망이 서로 상충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 갈등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서 드러난 그 이유는 바로 수연과 정우가 추구하는 행복과 강형준, 한태준이 생각하는 행복의 가치가 달랐기 때문으로 보여졌다.

 

 

 

 

계몽사상가로 유명했던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했는데, 재산을 많이 늘리거나 혹은 욕망을 낮추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한태준의 행복관은 바로 벤자민 프랭클린이 제시한 첫 번째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돈’이며, 그 돈을 위해 아들과 절연하기도 하고, 또 강형준의 생모인 강현주를 15년 동안 감금하기도 했다. 그에게 돈은 살아가는 이유이자, 유일한 낙이다.

 

심지어 이날 방송에서 그는 해리가 강형준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돈을 위해 그와 거래하는 악마적인 모습을 보였다. 강형준이 자신의 와이프인 황미란을 살해하려고 했음에도 불구, 그에게 돈을 받고 비밀을 지켜주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강형준의 요구대로 수연을 죽이려는 움직임을 보여 충격을 안겨줬다.

 

 

 

 

이쯤 되면 한태준은 그저 돈의 노예일 뿐, 돈이 결코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강형준 역시 마찬가지다. 그에게 행복은 사랑, 바로 수연이라는 존재였지만, 그것은 비틀어진 집착과 소유욕이었을 뿐, 진정한 사랑과 행복은 아니었다.

 

정우의 대사처럼, 형준은 몇 번이나 수연과 다시 프랑스로 떠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 한태준에 대한 복수, 그리고 정우에 대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결국은 수연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분노를 다시 수연에게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욕망밖에 볼 수 없는 그는 여전히 11살짜리 꼬마일 뿐, 행복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미성숙한 존재로 그려진다.

 

여기서 우리는 행복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강형준과 한태준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정우, 수연 등)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데, 과연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 얻는 행복을 진정한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느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극작가 제롤드의 말은 되새겨봄직 하다. 그는 “행복이란 우리집 화롯가에서 성장한다. 그것은 남의 집 뜰에서 따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가 불행에 처하게 된다면, 그것은 잘못됐다는 의미다. 돈에서 행복을 느끼든, 혹은 사랑에서 행복을 느끼든, 정직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돈과 사랑을 추구해야지, 거짓말과 편법을 통원해서 집착하고 빼앗는 것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교훈이다.

 

그렇다면 한태준, 강형준과는 반대지점에 서 있는 한정우, 이수연의 행복관은 무엇일까. <보고싶다>는 이날 정우와 수연의 대사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을 보여줬고, 나아가 시청자인 우리가 추구해야 할 행복의 가치는 무엇일지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수연과 정우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일상을 하나의 장면으로 구체화시켰다. 가령 수연은 ‘아이가 자고 있는 늦은 밤 남편이 치킨을 사들고 집에 오면, 아이는 치킨 냄새를 맡고 잠에서 일어나고, 화가 나 있는 자신은 남편이 건네준 월급봉투에 화가 눈 녹듯 사라진다’는 미래를 꿈꾼다는 식이다. 여기에 정우는 한 가지를 덧붙인다. 월급봉투를 받은 아내가 상처 난 자신의 얼굴에 반창고를 붙여준다는 식으로. 이들이 꿈꾸는 미래와 행복은 너무도 소소하다. 이는 프랭클린이 제시한 행복해지는 방법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욕망을 줄이는 방법이다. 욕망을 줄이면 사소한 것에도 만족감이 커지고, 일상에서 만족감이 커지면 그만큼 많이 웃을 수 있고 또 행복해 진다는 결론이다.

 

 

 

아마도, <보고싶다>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면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까?

 

정우가 치킨을 사들고 집에 들어가면, 집에서는 아이를 재우고 홀로 화가 난 표정으로 정우를 기다리는 수연의 모습이 비춘다. 아이는 일어나서 치킨을 먹고 정우는 수연에게 월급봉투를 주며, 수연은 반창고를 떼서 정우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해준다. 둘은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알베르트 까뮈의 말을 인용하여 이만 글을 마치겠다.

 

“행복을 잃기는 무척 쉽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언제나 분에 넘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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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17회: 힐링은 사라지고 복수만 남은 아쉬운 전개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시청자를 설레게 한 ‘3단뽀뽀’에 이어 ‘이불 키스’가 진행됐을 때만 하더라도 박유천-윤은혜의 본격적인 멜로가 탄력을 받는 듯 보였다. 구구단을 외우며 수줍게 욕망(?)을 억누르는 정우의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고, 그런 정우를 다독(?)이는 수연의 모습 역시 사랑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작가는 이들에게 더 이상의 행복을 선사해줄 마음이 없는 듯 보였다. 오히려 잠깐의 달콤한 뒤에는 일생일대의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것도 모자라 수연마저 정우에게 빼앗긴 형준은 폭주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수연에게 ‘벌’을 내렸다. 그 벌은 다름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누명’이었다. 살인자의 딸 이수연이 강형준의 광기로 인해 살인자가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형준은 수연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정우의 목숨마저 노리려 한다. 그의 멈출 줄 모르는 광기 앞에 수연과 정우 두 사람의 운명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돼버렸다.

 

 

 

 

 

수연과 정우는 언제쯤 ‘힐링’받을 수 있을까?

 

<보고싶다>는 이제 종영까지 3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때문인지 요즘 이 드라마의 결말을 두고 말이 많다.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비극으로 마무리 될 것인지, 온갖 예측과 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작가와 제작진은 정우와 수연의 운명을 암시하는 여러 대사들을 통해 결말 예측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문희정 작가 그렇게 안봤는데 못된 취미를 가졌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드라마는 결코 비극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서 비극의 기준이란 수연과 정우다. (형준은 제외다.) 두 사람을 놓고 봤을 때 <보고싶다>가 비극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두 사람의 어린시절에 있다.

 

 

 

 

잘 알다시피 수연과 정우는 중학교 때 만나 서로를 좋아하게 됐다. 살인자의 딸로 오해받으며 살아가는 수연에게 정우는 첫 번째 친구였으며, 마찬가지로 돈 밖에 관심없는 아버지와 새엄마 밑에서 외롭게 자란 정우에게 수연 역시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 둘은 친구이자 연인이었으며 동시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해줄 수 있는 소울메이트였다.

 

하지만 수연이 성폭행을 당하면서 둘은 헤어지게 되고, 드라마는 이제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어떻게 치유 받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기에 이른다. 그 치유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이었다.

 

스물아홉의 이수연은 끔찍했던 사건이 있었던 그해, 그러니까 열다섯의 이수연에서 그대로 시간이 멈춰져있었으며, 그것은 수연을 버리고 도망쳤던 정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의 시계는 서로를 만나고서야 흘러가기 시작했고, 그 구심점은 바로 수연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또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정우의 순정이었다.

 

 

 

 

최근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수연이지만, 여전히 수연은 때때로 불안한 표정을 짓고 당시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지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에게는 정우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그리고 정우와 나누는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실의 성범죄를 드라마 속으로 가져온 순간 <보고싶다>의 이수연은 윤은혜가 연기하는 이수연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수연은 이 땅에서 성범죄로 고통 받으며, 오늘도 불안함과 무서움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피해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다. 그러므로 이수연의 운명은 비극이 될 수 없다. 아니 비극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녀는 틀림없이 더 많이 치유받고, 더 많이 사랑 받으며 지금보다 훨씬 더 웃게 되어야 한다. 이게 바로 이 드라마가 결코 비극이 될 수 없는 이야기 구조의 핵심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라마는 정우와 수연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기 보다는 강형준의 무자비한 복수와 광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어제 방영된 17회에서 강형준이 이수연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경찰이 이수연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하는 모습은 너무도 아쉬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누구보다 이수연을 믿는 정우는 필연적으로 경찰과 총을 맞대야 하고, 이제 둘은 쫓기는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힐링’받기도 모자란 시간에 살인누명을 쓰고,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 강형준에 맞서 모든 비밀마저 밝혀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두 사람 앞에 떨어진 것이다. 가혹한 운명인 동시에 너무 무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종영까지 아직 3회가 남은 만큼 누명도 풀리고 사건도 해결되고 두 사람의 멜로도 다시 이야기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와 제작진이 남은 3회 동안 <보고싶다>를 통해 무얼 말하려 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해 주거나, 혹은 갖가지 단서를 조합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좋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우와 수연이 어떻게 사랑을 나누느냐 이다. 그것은 ‘3단뽀뽀’나 ‘이불 키스’처럼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장면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리고 미소 짓게 해주는 두 사람의 진심어린 대화와 교감이 필요하다.

 

복수에 대한 메시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철한 금자씨> 만으로 충분하다. 부디 남은 3회에서는 <보고싶다>가 두 사람의 멜로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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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14회: 멜로와 추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한마디로 ‘폭풍전개’였다. 26일 방영된 <보고싶다> 14회에서는 그간 시청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몇 가지 비밀이 풀림과 동시에 이수연과 한정우의 멜로라인도 애틋함을 더하며, ‘멜로’와 ‘추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수연바라기’와 ‘미친토끼’로서의 존재감을 선보이며 극 전반을 지배한 박유천의 공이 컸다. 한때 박유천이 연기하는 한정우는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로서도 또 수연만을 바라보는 정우로서도 캐릭터 고유의 매력을 잃어버리며 마치 ‘길 잃은 양’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레 극의 긴장감도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 박유천은 해리가 저지른 여러 가지 사건의 실체에 한발 더 다가가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고, 윤은혜와 선보인 커플 목도리를 통해 여심을 녹이는 등 멜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성공적인 효과를 거뒀다.

 

 

 

 

 

우선 이날 <보고싶다>가 추리극으로서 극적인 재미를 선사한 부분은 바로 강상득 살해사건의 진범을 밝히는 과정이었다. 현재 강상득을 살해한 범인은 청소부 아줌마로 밝혀졌지만, 드라마는 수차례 여러 가지 단서를 통해 죽어가는 강상득에게 물수건을 씌워 더욱 고통스럽고 빨리 죽인 또 다른 범인이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다만, 그 ‘또 다른 범인’에 이 누군가에 대해서는 어떤 실마리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이날 ‘미친토끼’ 한정우가 그 비밀을 밝힌 것이다.

 

정우는 이날 수감 중인 청소부 아줌마를 찾아가 강상득 살해 현장에서 의문을 가졌던 물수건과 수연의 핸드폰에 대해 캐물었고, 공범이 누구냐며 추궁했다. 결국 청소부 아줌마는 자신이 그날 현장에서 들었던 “똑, 또각” 소리에 대해서 설명했고, 수연의 뾰족구두 소리인줄 알고 그동안 감춰왔었다고 실토했다.

 

결국 강상득을 죽인 또 다른 범인의 정체는 바로 이 ‘똑, 또각’ 소리에 숨어 있었던 것인데, 알고 보니 이 소리는 바로 해리가 지팡이를 짚고 걸을 때 나는 소리였다. 수연의 구두소리는 ‘똑, 똑’ 소리가 나는 반면, 해리의 지팡이는 발걸음과 맞물려 청소부 아줌마가 설명한 ‘똑, 또각’ 소리를 내는 것. 정우는 해리가 함께 걸을 때 유독 이 소리를 부각시켜 들려준 제작진 덕분에, 마치 이날 <보고싶다>는 한편의 스릴러영화를 보는 듯 했다.

 

 

 

 

 

 

한편, 정우가 해리에 대한 의심을 키워가는 와중에 이번에는 강상철의 시신 부검 결과가 나왔고, 정우는 누군가 자신이 요양병원에 올 것을 미리알고 시신을 준비했다가 옥상에서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추리를 해나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역시 해리가 의심스럽다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해리와의 대화 이후 정우가 요양병원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제 <보고싶다>는 해리와 정우의 숨 막히는 두뇌싸움으로 전개될 양상인데, 과연 한정우의 손으로 한태준을 잡게 만드는 해리의 계획이 먼저 성공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살인사건의 배후에 해리가 있다는 것과 해리가 바로 강형준이라는 사실을 정우가 알아차리는 게 빠를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이렇듯 이날 <보고싶다>는 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를 오가며 ‘추리극’으로서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주력했지만, 수연과 정우의 달달한 데이트 장면을 통해 멜로극으로의 정체성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 다른 두 장르의 균형을 적절히 이뤄냈다는 점이 매우 칭찬할 만하다. (만약, 추리극에 치중한 나머지 수연과 정우 두 사람의 멜로가 실종됐다면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날 수연은 질투심에 사로잡힌 해리가 강제로 키스를 하려하자 이를 거부했고, 화가 난 해리가 자신을 밀치자 넘어지며 손목을 다쳤다. 화가 난 그녀는 엄마를 찾아갔지만 이미 그곳엔 정우가 먼저 와있었다. 깜짝 놀라 도망친 그녀를 정우가 따라갔고, 두 사람은 빨간색 커플 목도리를 두르고 따뜻한 캔 커피를 손에 쥔 채 눈 오는 거리를 함께 걸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며 달달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게다가 수연이 홀로 흐느끼는 것을 본 정우가 남긴 한마디는 이날 두 사람의 로맨스에 불을 지피고 또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를 예상해 볼 수 있는 결정적인 대사였다. 정우는 수연에게 “정말 갈 거냐?”고 물었고 수연이 “그렇다”고 하자, “내가 언제까지 널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다소 의외의 말을 꺼냈다. 왜냐하면 정우라면 언제나 그 자리에서 수연을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놀란 수연에게 정우는 “너 올 때까지 안 기다려. 내가 너 데리러 갈거야”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비록 이날 수연은 해리의 거짓 연기에 속아 이수연이 아닌 조이로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문득 정우가 남긴 저 말이 떠올라 웃음 짓는 등 여전히 그녀의 마음 속에는 한정우가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멜로’와 ‘추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이날 <보고싶다>는 극 후반 해리의 엄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해리가 알게 되고, 사실은 그녀가 정우의 친엄마일수도 있다는 ‘떡밥’을 던지며 극의 새로운 전환을 예고했다. 과연 정우의 ‘출생의 비밀’은 무엇이고,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 것인가. 정말, 한 치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보고싶다>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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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13회: 돌아온 미친토끼 박유천! 그가 살아야 드라마가 산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보고싶다>는 분명 재미있는 드라마다.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멜로공식 위에 추리극과 사회극의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이 드라마는 시청자의 예측을 늘 뛰어 넘는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반전의 연속, 그리고 기대이상으로 흡입력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스토리의 힘과 주연배우들의 호연은 <보고싶다>가 수목극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지난주 방영분에서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14년을 기다려온 수연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정우 스스로 포기하고자 마음 먹은 것이다. 심경의 변화는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박유천의 비주얼을 더욱 빛내주는 머리 모양은 갖게 됐지만 한정우의 캐릭터는 잠시 길 잃은 양이 돼버렸다.

 

게다가 수연과의 숨바꼭질 같은 사랑에 치중하다 보니 형사로서 그가 갖는 존재감은 약해져만 갔고, 급기야 스토리 전체가 지지부진해지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현재 정우가 형사로서 맡고 있는 또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사건들은 결국 이수연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추리극과 멜로를 결코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한주만에 돌아온 <보고싶다> 13회는 지난주에 가졌던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릴 정도로 훌륭했다. 무엇보다 지난주 갈 길을 잃고 방황했던 ‘미친토끼’ 박유천이 완벽하게 살아났다. 이수연을 포기하지 못하는 순정남으로서도, 그리고 사건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형사로서도. 그가 살아나자 극 전체가 활력을 갖는 느낌이었으며, 스토리 또한 점점 더 흥미를 유발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1. ‘수연바라기’로 돌아온 한정우

 

특히 이날 박유천과 윤은혜가 선보인 키스신은 앞으로 이들의 운명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가 왔는데, 수연을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은 정우가 차마 자신을 버리지 못한 채 조심스레 수연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이 드라마가 멜로극으로 갖는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장면이었다.

 

 

 

 

물론 이들 사이에는 아직 해리가 있는 만큼, 수연이 모질게 해리를 버릴 수 없는 만큼, 당분간 수연과 정우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정우가 빨리 강상득과 강상철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김 형사 죽음의 원인이 강형준이었다는 단서만 찾는다면 조이가 수연으로 돌아올 날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수연 역시 김 형사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보기로 결심한 만큼, 이들은 앞으로 지금껏 자신들을 묶고 있던 과거의 상처에서도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보고싶다>의 멜로는 14년 전 일어난 그날의 상처를 극복하고 수연과 정우가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데 그 중심이 있다. 작가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상처가 아닌 치유를 이야기하면서 결국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건 사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때문에 이들의 사랑은 수연에 대한 믿음, 수연에 대한 그리움, 수연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여주는 정우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고, 포기하려 했지만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친구’로라도 남겠다는 미친토끼 박유천의 다짐은 그래서 더 아련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처음엔 보고 싶지 않았고 보면 화가 날 것 같았지만,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어진다는 수연의 대사처럼 이제 수연도 정우에 대한 진심을 알고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게 보인다. 부디 이들의 사랑이 얄궂은 운명에 맞서 더 단단해지고, 지난 과거와는 달리 외부 요인으로 인해 흔들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 ‘미친토끼’로 돌아온 한형사

 

이날 방송에서는 ‘수연바라기’ 한정우 뿐만 아니라 ‘미친토끼’ 한형사의 캐릭터도 다시 자리를 잡았다. 강상득 살해 용의자가 청소부 아주머니로 밝혀지는 과정에서 잠시 밀려나 있었던, 그리고 형사로서의 무능함(?)을 보여준 정우는 해리가 쳐 놓은 덫에 맞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해리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는 자신의 별명이 왜 ‘미친토끼’인지 아느냐며, 누구보다 빨리 움직여서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고 해리에게 선전포고했다. 만약 해리가 강형준이라는 사실만 밝혀진다면, 강상득, 미쉘킴의 살인 사건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해리의 최종 계획은 수연의 어릴 적 상처와 관계된 사람을 모두 죽이고, 한정우 손으로 한태준을 검거하게 하는 것이지만, 아직 해리도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해리의 친모 강현주가 살아있었다는 사실이다. 해리가 의뢰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한 ‘미친토끼’ 한정우가 이 사실을 먼저 알아낸다면 해리와 정우 사이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게다가 정우는 수연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현재 해리가 쳐 놓은 덫 속으로 뛰어들 게 뻔하다. 왜냐면 그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움직이는 ‘미친토끼’이기 때문이다. 그게 사랑이 되었든 사건이 되었든, 그 목적이 이수연이라면 한정우가 못할 것은 없다. 그는 분명 ‘슈퍼맨’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유천이 연기하는 한정우라는 캐릭터가 다시금 자리를 잡고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어제 방영된 13회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사랑에서도 그리고 일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미친토끼 한정우, 그리고 이를 응원하는 바박유천을 응원한다. 왜냐하면 박유천이 살아야 드라마가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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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9회: 시청자 울린 박유천, 이 남자의 사랑법!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윤은혜도 울고, 박유천도 울고, 시청자도 울었습니다. 5일 방영된 <보고싶다>는 강상득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수연이 정우에게 체포된 후 조사를 받는 내용이 그려졌는데요. 수연이 범인이 아닌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체포하고 또 조사를 받게 해야만 하는 정우의 처지와 강상득과의 관계를 추궁받는 과정에서 어릴적 끔찍했던 기억을 또 다시 떠올려야만 했던 수연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정우는 이날 수연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혹은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될 수도 있어 본인이 직접 취조를 담당했는데요. 수연이 절대 사람을 죽였을리 없다고 믿는 정우의 마음과 달리 수연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정우에게 가시 돋힌 말을 내뱉었습니다. 또한 자신은 수연이 아닌 조이라며 끝까지 정우을 밀어내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정우는 수연을 향한 한결같은 태도와 마음을 지켰습니다.


이날 저는 정우가 흘린 눈물과 대사를 통해 그가 얼마나 수연을 사랑하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어린 시절 수연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혼자서 도망친 자책감도 있겠지만, 수연에 대한 정우의 마음은 미안함과 자책감을 뛰어넘는 한결같은 사랑, 절대적인 순정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정우를 연기한 박유천의 입에서 흘러나온 멋진 대사를 다시 한번 음미하며, 수연에 대한 정우의 사랑의 깊이를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날 죽여도 당신이 이수연이면 좋겠어”

 

정황상 수연이 강상득을 찾아간 것은 맞지만 아마도 강상득을 살해한 진짜 범인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강상득 집 앞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에 수연의 모습이 담겨있는 만큼 경찰 입장에서는 수연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상득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경찰의 모습이 수연은 못마땅한데요. 수연은 강상득이 예전에 저지른 일을 신문에서 봤다며, 그런 사람이 죽은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정우를 자극했습니다. 이어 그녀는 만약 자신이 진짜 이수연이라면 강상득을 죽이기 전에 앞서 한정우를 먼저 죽였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에 정우는 “날 죽여도 당신이 이수연이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말속에는 자신에 대한 수연의 원망과 증오가 어떠할지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는데요. 지금의 정우는 수연을 위해 목숨도 내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린시절 가장 믿고 사랑했던 정우에게 버림받은 수연의 상처는 목숨을 잃는 것보다 훨씬 더 컸으리라는 것을 정우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우의 간절함을 수연도 느꼇던 것일까요. 정우의 말을 들은 수연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고, 수연을 바라보는 정우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왜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앉아 눈물을 흘려야하는지 너무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수연아, 네 발등의 상처처럼 나를 보면 아픈거지?”

 

한편, 해리의 도움으로 수연은 곧바로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었는데요. 해리와 함께 돌아가는 수연의 뒷모습이라도 보기 위해 정우는 조사실을 뛰쳐나와 수연을 몰래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어진 정우의 독백은 이 못난 남자가 얼마만큼 수연이라는 여자를 사랑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수연아, 네 발등의 상처처럼 나를 보면 아픈거지? 미안해 기다릴게...쏴아~ 지워졌다. 나쁜기억...”


어릴적 수연의 발등에 있던 상처를 정우는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아버지의 폭행 때문에 생긴 발등의 상처를 수연이는 아주 싫어 했습니다. 왜냐하면 상처를 보면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수연에게 있어 정우는 끔직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존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점차 정우에 대한 마음이 커지겠지만 지금은 증오도 원망도 한가득이고, 그를 보면 자꾸 상처가 되살아나 견디기 것이죠. 마치 발등의 상처처럼 말입니다.

 

 

 


정우는 자신이 수연에게 어떤 존재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연이 그날의 상처와 아픈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자 합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참으로 바보같은 순정이지만, 그게 바로 한정우! 이 남자의 사랑법입니다.

 


얼굴 빼고 수연이가 아닌 이유 한가지만 말해줘요”

 

하지만 수연에 대한 정우의 사랑이 못마땅한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어릴적 수연을 데리고 함께 도망친 남자, 그리고 지금은 수연을 옆에서 지켜주는 남자, 바로 강형준입니다. 조이가 수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형준은 조이의 지문까지 조작하며 그녀의 정체가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데요. 무엇보다 정우가 수연을 마음에 두고 자꾸 그녀의 정체를 밝히려 애쓰는 모습이 신경쓰이는 형준입니다.


그래서 형준은 이날 정우를 찾아와 조이를 그냥 친구로만 생각해 달라고 부탁하는데요. 정우는 자신이 조이에게 반했다며 친구는 싫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형준은 “설마, 아직도 조이가 한 형사님이 찾는 이수연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라고 정우를 자극합니다.

 

 


이에 대한 정우의 대답이 아주 명품입니다. 정우는 “얼굴 틀린거 빼고 수연이가 아닌 이유 한가지만 말해줘요. 언젠든지 생각나면 얘기해요. 그때 다시 얘기하죠”라며, 조이가 수연이라는 확신을 내비칩니다. 조이가 수연이라는 사실을 누고보다 잘 알고 있는 형준은 이에 대해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고요. 수연의 말, 수연의 표정, 수연의 눈빛, 그리고 수연의 숨소리와 수연의 웃음, 눈물까지...얼굴뻬고 모든게 조이가 수연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정우가 수연이를 알아보지 못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수연에 대한 정우의 기억이 단지 머리에만 있다면, 그녀의 고친 얼굴을 분명 못알아 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우는 가슴과 심장으로 느끼고, 손과 발, 심지어 귀까지 수연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 지독하고 바보같은 사랑에 이날 시청자는 눈물을 감춰야 했지만, 머지않아 이들에게도 ‘행복’이라는 시간이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얼굴에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 흘러 내리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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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윤은혜, 키스 거부에 담긴 의미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지금 형준(유승호)은 누구보다 초조합니다. 수연(윤은혜)이 정우(박유천)를 얼마만큼 좋아했었는지 아는 그로서는 갑자기 둘 사이에 끼어든 정우가 못마땅한 것이죠. 혹시라도 수연이 정우를 다시 사랑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자신을 떠나지는 않을까, 조급해하는 모습마저 보입니다. 갑자기 수연에게 결혼하자고 말을 꺼내는 것과 결혼이 안된다면 약혼부터 하고보자는 모습에서는 그가 얼마만큼 불안해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릴적 끔찍한 일을 당하고, 심지어 사회적으로 ‘죽은 존재’로 처리된 수연이 기댈 곳은 함께 도망친 형준뿐이었던 만큼, 수연과 형준이 14년이라는 시간동안 연인으로 발전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형준에 대한 수연의 감정이 진짜 사랑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집에서 자라고 한집에서 살고 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수연에게 형준은 그저 힘들면 기대는 존재, 의지하는 사람에 가까워 보입니다. 연인이라기보다는 가족의 느낌이 나는 것이죠.

 

 

 

형준의 청혼에 수연이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시기를 미룬 것 역시 형준에 대한 수연의 감정이 어떤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29일 방영된 8회에서 형준의 키스를 거부한 수연의 모습에서는 이들의 사랑이 결국 머지않아 깨지게 될 것이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방송에서 수연이 형준의 키스를 거부한 장면은 꽤나 의미있게 다가왔는데요. 우선 순연이 어린시절의 상처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로 스킨십 자체를 싫어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괜찮아. 난 언제까지도 기다릴 수 있어”라는 형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녀가 형준의 스킨십을 거부한 것은 이날만이 아니었던 것이죠.

 

 

 

게다가 정우를 다시 만나면서 수연은 그동안 조이라는 이름을 쓰며 잊고 살았던 자신의 진짜 모습, ‘이수연’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수연에게는 14년전 그날밤 자신을 배신하고 혼자 도망쳤던 정우에 대한 증오와 함께, 살인자의 딸로 오해받으며 살아가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친구가 되자며 손을 내밀어준 한정우에 대한 사랑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정우에게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돌려주기 위해 만나고 있지만, 머지않아 수연은 정우를 향한 진짜 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너무도 보고 싶었던 그리움이자 비가 오면 정우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 바로 사랑일 것입니다.

 

문제는 현재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해줄 수 있는 존재가 형준이 아닌 정우라는데 있습니다. 사실 수연에게 있어 잊고 싶었던 그날의 끔찍한 고통이 배가 된 데에는 상처 입은 자신을 놔두고 홀로 도망친 정우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기도 한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처와 고통을 다름 아닌 자신의 진짜 사랑, 정우를 통해 치유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날 형준의 키스를 거부한 수연이 첫 키스를 하게 될 상대는 정우일텐데요. 어떤 식으로든 정우와 수연이 스킨십을 하게 되는 것을 형준이 보게 된다면, 정우 역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형준은 자동차 브레이크에 콜라캔을 끼워 넣어 김형사를 죽음으로 몰았을 만큼 잔혹한 면이 있는데요. 수연에 대한 집착과 정우에 대한 질투로 인해 또 한 번 그 잔혹한 성격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만난 수연과 정우의 앞날이 평탄할 수만은 없는 이유, 거기엔 무엇보다 형준이라는 거대한 방해물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날 수연이 형준의 키스를 거부한 것은 현재 그녀가 안고 있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표현해냄과 동시에 앞으로 이들에게 닥칠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한 복선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지금은 한없이 자상하게만 나오는 유승호가 앞으로 어떤 악역으로 변해갈지 지켜보는 것 또한 <보고싶다>를 시청하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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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7회 : 극의 긴장감 살린 작가의 ‘신의 한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보고싶다>는 자칫 뻔한 스토리일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친구가 돼 서로를 사랑하게 된 두 어린소년과 소녀가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헤어지게 되고, 14년만에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는 자칫 진부한 설정으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보고싶다>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아역부터 시작해 성인연기자로 이어지는 배우들의 호연이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며,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매회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만약 이 드라마의 결말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보고싶다>는 “어린 시절 서로를 좋아했던 수연과 정우가 온갖 고난과 갈등을 겪고 끝내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한줄로 요약될 수 있는데요. 그 한줄의 스토리를 매회 다른 긴장감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문희정 작가의 능력은 단연 발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의 중심 멜로는 뭐니뭐니해도 수연과 정우인데, 사실 이 두사람이 서로를 오해하고 갈등하고 다시 화해하는 것만으로는 드라마 전체를 이끌기에는 스토리가 너무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록 형준이 그 사이에 끼어서 삼각관계라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어린시절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드라마 중후반을 지배할테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 남는 부분은 어쩔수 없습니다. 보통 남여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을 집어 넣거나 복수의 대상을 설정함으로써 멜로를 부각시키는데, 아직까지 <보고싶다>에서는 이런 부분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서 작가는 ‘신의 한수’를 던지는데요. 바로 멜로드라마에 추리극의 요소를 집어 넣은 것입니다. 시청자가 풀어야 할, 그리고 극중에서 형사 역할로 나오는 정우가 풀어야할 이 난제는 바로 누가 성폭행범을 죽였느냐 입니다.

 

 

 


지난주 6회에서 말미에서 그려졌듯, 어린시절 수연을 성폭행한 범인이 출소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해를 당하게 되는데요. 작가는 이 성폭행범을 누가 죽였는지 끝내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방영된 7회는 바로 이 범인이 누굴일까에 대한 단서 찾기에 극의 방점을 찍으며, 자칫 수연과 정우에게만 쏠릴뻔한 이야기 무게 중심의 균형을 잘 맞춰냈습니다.


이날 드라마에서 밝혀진 범인에 대한 단서는 성폭행범의 집안에서 밝혀진 ‘족적’인데요. 정우는 이 족적을 보고, 큰 신발을 신고 어색하게 걸음을 걷나보니 생긴 끌림 현상이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수연이 성폭행범을 찾아간 사실이 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강력한 용의자는 수연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예고편에서도 경찰들은 수연을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결국 앞으로의 이야기는 수연을 지키기 위해 정우가 수연을 데리고 함께 도망길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이렇게 예상한다면 그야말로 작가의 함정에 빠지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실, 성폭행범의 전화를 받고 그를 찾아간 것이 수연이 맞지만, 끝내 그를 죽인 범인의 얼굴이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극적인 반전이 준비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의심해볼 수 있는 용의자는 여럿 있습니다.


살인사건에서 모든 범인은 절름발이다”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듯이, 발을 질질 끄는 족적만 놓고 본다면, 형준도 용의선상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수연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형준입장에서는 수연에게 끔찍한 기억과 상처를 안겨준 성폭행범을 아무도 모르게 살해할 수 있는 동기가 충분합니다. 게다가 형준은 어린시절 다친 것 때문에 현재 다리가 불편한 상황입니다.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족적'과도 부합하는 것이죠.

 

물론 14년전, “이수연을 살해했다”라고 자백하게 한 한태준 회장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날 정우가 성폭행범의 행적을 뒤쫓는 과정에서 밝혀낸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가 무슨 회장인가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입이다. 아마도 14년 전 일을 빌미로 한태준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것일수도 있는데요. 이제와 새삼스럽게 옛날일이 들춰지는 걸 바랄리도 없을테고, 적어도 이 드라마 내에서 가장 악역다운 악역이 바로 한태준 회장이기 때문에 그의 살해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의심을 가지고 보는 인물은 바로 경찰서에서 일하는 청소부 아주머니입니다. 이 아주머니에게는 딸이 하나 있으며, 늘 정우를 보며 사위라고 부르는데요. 성폭행범이 죽던 날 아주머니는 손목을 다쳤습니다. 정우에게 늘 사위라고 부르면서 한번도 딸을 소개시켜 준 적은 없는데요. 아마도 예전에 수연이 그랬던 것처럼 이 아주머니의 딸 역시 그 성폭행범에게 몹쓸짓을 당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닐지 생각됩니다. 아주머니는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서 내에서 일하며 정보를 모았고, 성폭행범이 출소한 날에 맞춰 그를 찾아가 일을 벌였다는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수연 역시 성폭행범을 찾아갔다는 사실인데요. 전기충격기를 이용하여 성폭행범을 기절시킨 인물1과 실제로 성폭행범을 죽인 인물2가 다른 인물일 것이라고 저는 예측합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과 수연과 정우가 다시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평행선을 그리며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작가는 이 성폭행범을 살해한 진범의 정체를 당분간 꼭꼭 숨겨 놓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수연과 정우가 그려낼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심어놓은 작가의 이 추리극이 <보고싶다>를 더욱 보고싶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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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사법부 판결을 ‘디스’한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성폭행범 징역 4년 선고

*인천 만삭 임산부 성폭햄벙 징역 15년 선고

*길가는 젊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상습 성폭행범 징역 13년 선고

*무기징역 받고 가석방된 성폭행범 다시 성폭행, 징역 18년 선고

*4살 여아 성폭행범 징역 15년 선고


최근 우리사회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과 성폭행범에 대한 사법부 판결의 일부입니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에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짧게는 4, 길게는 18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하였는데요. 이외에도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 성폭력치료강의 등의 수준에서 머무르는 판결도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이런 징역 선고가 ‘중형’인지는 의문입니다.


실제로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일반적인 대중들의 정서는 “형량이 너무 가볍다”, “피해자는 평생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가해자는 10, 20년 뒤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등 조금 더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법이라는 것이 감정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만큼, 사실 성폭행범에 대한 형량 수준이 어느정도가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에 비춰볼때 가해자에 대한 형량이 더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데요. 22일 방영된 <보고싶다> 6회는 성폭행범에 재판부의 판결을 ‘디스’하며, 시청자에게 적절한 처벌 수위는 어느정도인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날 방영된 <보고싶다>에서는 수연(윤은혜)과 정우(박유천)14년만에 조우하는 모습이 그려졌으며, 수연은 정우의 존재를 알고도 외면해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자신이 납치범에게 성폭행을 당할 당시 홀로 도망친 정우에 대한 원망인지, 아니면 멀쩡히 살아있는 자신을 죽은 존재로 만든 사회에 대한 체념인지 몰라도 그녀는 분명 어릴적 정우가 알던 수연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정우와 수연의 재회와 함께 이날 방송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 하나 일어났는데요. 바로 14년전 수연을 성폭행한 범인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것입니다. (편의상 이 범인을 납치범이라 칭하겠습니다.)


납치범은 그동안 복역하는 동안 매일 자신을 찾아와 주먹을 휘두르는 정우에게 복수하고자, 이날 출소를 하자마자 정우집을 찾아갔는데요. 그는 집앞에서 정우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친구 생겼냐? 집에 젊은 여자가 돌아다니던데...”라고 말하며 정우에게 안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바로 14년전 정우가 보는 앞에서 수연을 성폭행한 사실을 꺼낸 것인데요. 정우는 집에 있는 은주(장미인애)가 걱정돼서 곧장 집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이는 정우에게 복수하기 위한 납치범의 계획이었고, 정우는 납치범이 휘드른 각목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납치범은 수연이 살아있고, 사실은 누군가가 자신을 시켜 수연을 죽였다고 말하라고 종용했다는 사실을 정우에게 알려줬는데요. 수연이 정말 살아있다는 사실에 패닉에 빠진 정우에게 납치범은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했습니다.


형기만 마치면 언제든지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성폭력범을 출소했다고 너무 자유롭게 놓아두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사건들에서 징역을 선고받은 범인들 역시 출소 후 자신을 신고한 피해자나 목격자 등을 찾아가 다시 보복성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섬칫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약과에 불과했습니다. 이날 납치범은 출소 후 길을 건너는 와중에 한 차량과 부딪혔는데요. 그 차에는 수연과 형준이 타고 있었습니다. 성폭행 전과가 있는 납치범은 차안에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을 보고, 또 다시 성폭행을 저지르기 위한 계획을 세웠는데요. 수연에게 다가가 “혹시 술마신거 아니냐”며 주의를 돌린 뒤, 그녀의 휴대폰을 가로챈 것이었습니다. 물론 수연은 현재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이 바뀐 만큼 납치범이 수연을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피해자인 수연은 납치범을 보자마자 어릴적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 것입니다. 바들바들 떠는 수연을 뒤로하고 납치범은 수연의 휴대폰을 가지고 떠났고, 그날 저녁 형준이 집을 비운 사이 납치범은 수연이 머무르고 있는 형준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납치범은 형준을 뺑소니로 고소하겠다며, 수연에게 지금 당장 아픈 자신을 돌봐주러 오라고 협박하였는데요. 그의 목적은 홀로 찾아온 수연을 성폭행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역시 형기를 마친 가해자가 얼마든지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끔찍한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보복성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 장면이었는데요.


피해자는 평생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형기만 마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아고,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10, 20년의 형기는 매우 짧다”는 일부 네티즌의 지적이 어느정도는 타당하다는 점을 뒷받침해줬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납치범의 의도를 눈치챈 수연이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그를 찾아가 14년전 사건에 대해 복수를 감행한 것인데요. 수연이 납치범을 죽였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법이 대신해야 할 심판을 그녀가 사적 복수를 통해 완성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회의 법과 규율은 사실 그 사회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의 약속입니다. 개인의 ‘사적 복수’를 대신하여 집단의 규율과 원칙이 가해자를 대신 처벌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범법자에 대한 사회제도의 ‘형벌’은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적 복수’가 횡횡하고, 급기야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어린 수연을 성폭행하고, 심지어 수연을 죽였다고 자백한 납치범이 14년만에 출소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수연 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수연의 ‘사적 복수’로 인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분명한 것은 이 드라마가 성폭행범에 대한 우리사회의 처벌, 그리고 재판부의 판결이 얼마나 균형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성폭행범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디스’한 것처럼 보였던 이날 방송은 그래서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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