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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종영, 이 세상 모든 수연에게 바치는 위로곡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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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없었다. 수연을 대신하여 정우는 해리가 쏜 총에 맞았고, 해리 역시 경찰이 쏜 총에 쓰러졌다. 둘은 의식을 잃었다. 먼저 깨어난 것은 정우였다. 정우와 수연은 약속대로 첫눈 오는 날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고, 더 많이 사랑할 것을 약속했다. 나중에 깨어난 형준은 기억을 잃었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의 운명을 헤집어 놓은 한태준 역시 중형을 선고 받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해피엔딩이었다.

 

 

<보고싶다> 종영…결말에서 드러난 몇 가지 아쉬움

 

성범죄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멜로드라마 <보고싶다>가 종영을 맞았다. 우려하던 비극은 없었지만, 작가는 끝까지 불친절했다. 창고로 끌려온 수연에게 14년 전의 끔찍한 일을 되새기게 함으로써 다시금 공포의 기억을 주입시킨 것이다. 정우와 수연을 떼어놓기 위한 형준의 계략이었다고는 하나, 성범죄 피해자의 ‘힐링’을 내세운 드라마가 마지막 회에서까지 다시금 그 상처를 들췄어야 하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한마디로 못할 짓이었다.

 

 

 

게다가 결말을 통해 형준 역시 또 다른 피해자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굳이 왜 형준을 연쇄살인의 주범과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날 정우와 수연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만약 형준과 함께 놀이터에서 만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어땠을까하는 동화 같은 상상을 했다. 수연, 정우뿐만이 형준 역시 부모 세대의 어긋난 욕망이 빚어낸 피해자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형준의 악행을 이해할 수 있는 ‘심리적 면죄부’를 선사한 것이다. 그 결과 총에 맞고 깨어난 뒤 모든 기억을 잃고 학습능력마저 상실한 형준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불쌍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5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에게 보내는 동정치고는 지나친 감이 있다. 유승호의 연기가 너무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형준이라는 캐릭터의 균형을 잡지 못했다는 점은 끝내 이 드라마를 보내는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정우는 또 어떤가. 14년을 기다려 수연을 만났고 결혼까지 하게 됐지만, 끝내 아버지와는 화해하지 못했다. 드라마 내에서 유일한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한태준이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정우에게 있어 또 다른 상처라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존재가 여전히 기다림의 대상으로 남았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끝까지 '화해의 과정과 치유'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세상 모든 수연의 ‘힐링’은 이제부터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성범죄 피해자의 ‘힐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힐링’을 포기하고 ‘복수’에 집착함으로써 ‘사회적 멜로’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까진 이해해도, 갑자기 ‘10개월 후’라는 자막을 통해 타임슬립 한 건 제작진의 무책임에 가깝다.

 

10개월 뒤 수연과 정우는 모든 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워진 듯 보였고,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상처를 치유했다. 그 10개월 이라는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시청자가 보고 싶었던 건 그 10개월 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아쉬워 할 건 없다. 상처는 마법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시간이 필요하고,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며, 사랑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보고싶다>는 끝났지만 현실 속 수연이와 정우는 여전히 고통의 시간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을 쓰다듬어줄 ‘위로곡’은 이제부터라도 시작되어야 한다. 많은 비판이 뒤따르고 있지만 문희정 작가는 그 위로곡을 연주하기 위한 리듬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 리듬에 멜로디를 입히고 가사를 쓰는 건 우리의 몫이다. 수연이와 정우를 기억하고, 그들이 치유 받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보고싶다>를 통해 작가가 전하려한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현실 속 수연과 정우가 힘내기를,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한다. 진심으로.

 

*지금껏 <보고싶다> 리뷰를 열독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부터는 <7급공무원>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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