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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종영, 해피엔딩 속에서 빛난 영도의 진심어린 사과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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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12일 방영된 <상속자들>의 마지막 회는 이 네 음절의 한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 가시밭길 같았던 김탄(이민호 분)과 차은상(박신혜 분)의 러브스토리는 장밋빛 미래로 바뀌었고, 등장인물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결국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삶이란 것은 그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나의 선택과 나의 책임으로 완성된다는 사실. 돈이 됐든 명예가 됐든 혹은 사랑이 됐든, 원하는 게 있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 피하지 않고, 돌아가지 않고, 직진할 때 비로소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고,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진리. 종영을 맞이한 <상속자들>이 전한 메시지는 단순했지만, 열여덟 살 고등학생들의 뜨거운 로맨스와 맞물리며 결코 가볍지 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상속자들>을 챙겨본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말이었지만, 해피엔딩을 빛낸 명장면은 따로 이었었다. 그것은 김탄과 차은상의 키스신도 아니었고, 김탄이 상상한 10년 후의 행복한 미래도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 과거 괴롭혔던 친구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전하던 영도의 뉘우침이었다.

 

 

 

 

사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김우빈이 연기한 최영도의 캐릭터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반만 하더라도 최영도는 버릇없고 생각없는 철부지 캐릭터에 불과했다. 특히나 시청자의 우려를 샀던 부분은 그가 학교에서 자신의 배경과 힘을 믿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인물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친구를 때리고 협박하는 최영도가 갈수록 멋있게 그려지자, 일부에서는 학교폭력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왔을 정도다.

 

문제는 영도에게 괴롭힘을 당한 친구가 극 도중 전학을 가고, 이야기가 김탄-차은상-최영도의 삼각 로맨스로 집중되면서 과거 영도가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털고 갈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은상을 향한 영도의 순애보, 그리고 탄이와의 엇갈린 우정 등 김우빈의 연기가 빛나면 빛날수록, 그리고 최영도의 매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과거 행적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무리 그가 가슴 깊숙한 곳에 상처를 안고 살며, 또 방황하는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학교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기에, 시청자는 최영도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게 온전히 마음을 다 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마지막 회에 이르러 신의 한수 와도 같은 스토리를 집어넣었다. 영도가 직접 자신이 괴롭혔던 준영이를 찾아가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시청자가 온전히 최영도라는 캐릭터를 마음으로 품을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물론, 영도의 사과를 받은 친구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라”고 충고한 것도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그 상처를 평생 안고가야 하는 반면, 가해자가 단지 한 번의 사과로 그 짐을 덜어버릴 수 있다면 이는 너무도 불공평하다. 이 지점에서 김은숙 작가는 영도의 사과를 단지 학교폭력을 미화시킨 게 아니라는 항변에 그치도록 만들지 않고, 보다 더 본질적인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영도의 반성과 뉘우침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과거의 잘못도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행위라면, 비록 평생을 안고 간다 할지라도 응당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영도는 깨달았던 것이다. 결국 최종회에 이르러 눈에 띄게 부각된 영도의 변화는 바로 이 친구를 찾아가 사과하는 것에서 완성되었다는 생각이다.

 

 

 

 

만약 친구를 찾아가 사과하는 영도의 모습이 없었더라면, 아무리 <상속자들>이 해피엔딩과 시청자가 만족하는 결말을 선보였다 할지라도, 종영 후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와 제작진은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용기있게 사과할 줄 아는 영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군더더기 없는 결말을 만들었고, 그 때문에 탄과 은상의 장밋빛 미래도 훨씬 더 행복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올 한해 너무 많이 써서 조금 질린 감이 있지만, 끝으로 한번만 더 쓰자면, ‘단언컨대’!, 해피엔딩을 더욱 해피하게 만들어준 영도의 진심어린 사과는 이날 최종회에서 가장 빛났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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