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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17회 : 앤서니 김의 버킷리스트가 전하는 메시지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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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취직하기', '연봉 올려 빚 갚기',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기'….

 

2013년 새해의 첫날, SNS에 올라온 '버킷리스트(Bucket list)'의 일부다. 지난 2007년 영화 <버킷리스트>가 개봉된 이후, 우리사회에서는 연초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대개 이루고 싶은 소망이라 꿈으로 많이 활용된다.

 

그런데 올해 사람들이 남긴 버킷리스트를 살펴보면 과거보다 더 침울하고 또 현실적으로 변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꿈이란 본래 다소 낭만적이고 관념적인 게 보통인데, 이제는 취업과 승진, 연봉, 집처럼 돈이나 생계와 관련된 소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고작 취업이나 연봉상승이라는 것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만큼 이들에겐 이런 문제가 절박하고 치열할 수 있다. 세상이 달라지면 꿈도 변하기 마련이고, 때로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이 중요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새해 첫날 방영된 SBS <드라마의 제왕>에서도 이 버킷리스트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극 후반 앤서니 김을 연기하는 김명민의 실명 설정으로 논란의 불을 지피기도 했던 <드라마의 제왕>은 1일 방영된 17회분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앤서니 김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아직 시력이 남아있을 때 이를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현재 앤서니가 앓고 있는 병은 바로 모계로 유전되는 ‘시신경 위축 증후군’.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에 이어 그까지 시력을 잃게 된 것이다. 이날 앤서니는 왼쪽 눈을 실명했다. 나머지 오른쪽 눈 역시 빠르면 4주, 늦어도 두 달 내에 완전히 시력을 잃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 위축 증후군은 아직 치료방법이 없다. 불치병이다. 생사를 판가름하는 병은 아니지만 고칠 방도가 없기에 손을 쓸 수가 없다. 앤서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병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치료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로 절망이다. 그래서 그는 모든 걸 포기했다. 꿈을 포기했고, 사랑을 버렸다. 대기업의 투자건도 자신의 회사도 모두 ‘종료버튼’을 눌렀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한 그에게 미래는 없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다. 드라마 제작자로서, 회사 대표로서,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그나마 시력이 남아있을 때 꼭 해야할 일. 그게 바로 앤서니에게는 ‘버킷리스트’였다. 그렇다면 종영까지 1회만을 앞둔 상황에서 그가 남긴 ‘버킷리스트’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선 앤서니 김이 작성한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살펴보면, 돈과 성공에 대한 욕망만으로 살아온 그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를 찾아가 어린 시절 자신의 못난 행동에 대해 용서를 빌고, 회사 직원들의 일자리를 알아봐주는 장면에서는 자신밖에 모르던 앤서니의 인간적인 면모와 이기심 뒤에 숨겨왔던 그의 따뜻한 마음씨까지 느껴진다.

 

 

 

 

또한 맨 마지막에 고민 끝에 작성한 ‘이고은 잊기’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의 사랑법까지 보여준다. 자신의 실명을 눈치챈 이고은에게 “앞으론 네 얼굴도 볼 수 없고, 네가 웃는 것도 볼 수 없고, 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며 눈물을 흘리는 앤서니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본 적 없었던 앤서니가 멀어져 가는 시력 앞에서 진짜 속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는 비록 시력은 잃었지만 인간성을 회복했고, 꿈을 포기해야 했지만 사랑을 얻었다. 어쩌면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 작가와 감독이 공공연히 밝혔던 ‘반전’이 무엇인지도, 예고편에 나왔던 앤서니의 사고가 무엇을 의미하지는도 아직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하지만 잃어버린 시력 앞에서 그가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히 알 것 같다. 그 안에는 2013년 새해 첫날 우리가 작성한 ‘취업’과 ‘연봉인상’, ‘집장만’ 같은 치열함은 없었지만, 혹시나 자신의 부재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을 배려하고 염려하는 ‘따뜻함’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가치가 녹아있었다.

 

너무도 지극히 ‘현실적’이 되어버린 우리의 꿈과 버킷리스트는 잃어버린 시력 앞에서 남을 먼저 생각했던 앤서니에 비해 얼마나 초라한가. 각박해진 세상에 순응하여 어느덧 꿈조차 각박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올 한해 정말로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새삼 고민해 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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