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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를린>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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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액션 영화의 기본은 배신과 복수다. 속고 속인다는 대전제 하에서 스토리의 잔가지가 생겨난다. 제 아무리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스토리 자체는 새로울 게 전혀 없다. 첩보 액션 영화가 갖는 일종의 한계다.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역시나 액션의 새로움이다. 총격전만으로도 놀라움을 자아냈던 첩보 영화의 액션은 이제 핵미사일이 등장하고 궁전이 폭파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데 까지 진화했다. 007시리즈나 <미션임파서블>의 새로운 버전이 나올 경우 관객은 이제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번에는 어떤 신무기가 등장할까?’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베를린>의 스토리를 분석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첩보영화에 북한이 등장하는 건 매우 자연스런 결과이며,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한 개인의 생존기’는 수많은 첩보영화 스토리의 기본이다. <베를린>을 보면서 익숙함이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고, 그 ‘익숙함’이야 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베를린>이 거둔 성공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헐리웃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배우가 출연하고 우리나라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이런 블록버스터급 오락영화가 ‘제대로’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반길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일차원적인 액션에 주목했던 류승완 감독은 생애 처음 100억대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베를린>에서 원 없이 액션을 ‘질렀다’. 규모면에서는 007시리즈나 미션시리즈에 못 미치고, 스토리 면에서도 본시리즈에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 액션영화 가운데 이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영화가 있었냐는 질문을 던지면, 마땅히 대답할 만한 영화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베를린>은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건 류승완 감독 개인에게 해당하는 시작점일 수 도 있고, 좀 더 큰 틀에서 본다면 이제 우리나라 액션영화의 변천사에서 ‘터닝포인트’가 되는 지점일 수 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 정도의 액션을 ‘낯설음’이 아닌 ‘익숙함’으로 포장해 낼 줄 아는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이라면 새로운 도전도 가능하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베를린>을 보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지금껏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한국형 판타지 액션이라는 장르를 류승완 감독이 도전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헐리웃 영화 가운데서는 <트랜스포머>처럼 로봇들이 싸움을 하거나 아니면 <스파이더맨>이나 <베트맨> 시리즈처럼 영웅들이 등장하여 고차원적인 액션을 소화해내는 영화를 떠올려 볼 수 있겠다.

 

이를 동양의 관점에서 재해석 한다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장르의 액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쉬운 게 바로 류승완 감독이 만들었던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다. 이 영화에서 류승완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기존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액션을 선보인 바 있는데, 확실히 다듬어지지 않은 CG와 스토리와 액션이 따로 노는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익숙함’보다는 ‘낯설음’이 더 먼저 느껴졌다. (그리고 액션의 진화 순서상 CG를 이용한 판타지 액션은 <베를린>이후에 선보이는 게 더 자연스럽다.)

 

국내 판타지소설계의 대부격이라 할 수 있는 이우혁 작가의 여러 작품 가운데, ‘한국형 판타지’라 칭할 수 있는 작품은 단연 <왜란종결자>다. 보통 판타지소설의 세계관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거나 아니면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를 원형으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우혁 작가는 <왜란종결자>를 통해 저승사자와 호랑이 등을 중요 등장인물로 내세웠고, 우리나라 토속신앙을 판타지와 버무리는 색다른 시도를 펼쳤다. 시대적 배경 역시 임진왜란이 있었던 한반도의 조선시대다.

 

비록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은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폭망’을 겪었지만, 기술력과 연출력이 현저하게 발달된 지금에서는 <왜란종결자>를 영화화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액션을 기반으로 한 제대로 된 판타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그 영화의 연출은 누가 뭐래도 류승완 감독이 제격일 것이란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피 튀기는 액션. <베를린> 이후 류승완 감독의 시선이 어디를 향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가 만드는 영화 <왜란종결자>를 꼭 보고 싶다.

 

“류승완 감독님,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싸우는 액션도 가능하죠?”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 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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