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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클라라 문자공개...‘집단 관음증’에 빠진 사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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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클라라 문자공개...‘알권리'인가, '관음증'인가.

 

올 초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병헌-이지연 카톡 대화와 클라라-폴라리스 회장의 문자 메시지에선 몇 가지 공통점이 읽힌다. 첫 번째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나눈 그들의 대화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메시지 내용 공개 이후 이병헌과 클라라가 대중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끝으로, 대화 내용엔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작 문자메시지가 유출된 경로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까지도 ‘꼭’ 닮았다.

 

하지만 이상하기 짝이 없다.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언론에서는 ‘알권리’ 차원에서 이를 공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알권리’인지 모르겠다. 만약, 이병헌-이지연의 카톡 대화와 클라라-폴라리스 회장의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익에 부합하거나 혹은 공공의 안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두 사건은 그저 개인의 부도덕한 일탈에서 출발한 연예 가십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소송 중인 사건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하지만, 만약 당사자들이 나눈 대화(메시지)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있어 꼭 필요한 증거라면, 이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앞장서 전 국민을 상대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을 재구성까지 해가며 보여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그 출처의 경위 또한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병헌-이지연 카톡 대화 내용 공개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병헌 이지연 카톡' 문자메시지의 내용이 사적인 사안임에 반해,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사실 자체는 언론이 시민의 사생활을 까발린 공적인 문제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은 '이병헌 이지연 카톡' 문자의 내용이 아닌, 문자를 공개한 행위여야 했다. 언론이 시민의 자유영역을 침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참고 : [하재근 칼럼] '이병헌 이지연 카톡' 문자 공개에 분노하지 않는 사회

 

                          

 

 

따지고 보면, 클라라-폴라리스 회장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양측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있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하더라도, 과연 언론이 개인의 사생활을 이렇게 만천하에 드러내도 좋은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이성의 영역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언론도 언론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대중의 태도 또한 문제이기는 매한가지다. 맥락은 고려되지 않고 단순한 텍스트의 나열만으로 구성된 두 사건의 대화 내용은 필연적으로 자극성을 동반하고, 당사자 중 누군가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진 대화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었다는 점만으로도, 그들에겐 이미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강제로 공개된 이들의 사생활에 실망했다며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내 사생활은 보호돼야 마땅하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은 관심 밖이다. 그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또 질타와 조롱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으면 그뿐인 것이다.

 

 

 

지난해 우리사회에서는 ‘사이버 망명’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카톡)에 대한 검열 논란이 일면서, 대화 내용 해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산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으로 갈아타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그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엔 ‘사적인 대화내용을 감시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다. 이병헌-이지연 카톡 대화와 클라라-폴라리스 회장의 문자 메시지 공개에 있어서는 왜 ‘사적인 대화내용을 감시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들은 개인의 사생활 공개까지 감내해야 하는 연예인라서?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겠다. 내 사생활은 감추고 싶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욕망이다. ‘알권리’가 아닌 ‘관음증’인 것이다.

 

이병헌과 클라라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자 메시지 내용까지 모두 공개되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싶다. 만약 어느 날, 어떤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면서 내 폰 안에 저장된 문자 메시지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집단 관음증’에 빠진 우리사회가 진지하게 성찰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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