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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한혜진, 역사의식 돋보인 한마디! 배우로서 진정성 느껴진 순간.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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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 <26년>이 처음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기대반 우려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18 때 계엄군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학살 책임자인 전직 대통령을 습격한다는 내용은 그 자체로 영화적인 요소가 뛰어났지만, 과연 어떤 배우들이 이 영화에 선뜻 출연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지요.

 

<26년>은 제작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었는데요. 2006년 제작사 '청어람'에서 원작 만화의 판권을 산 이후 2008년 투자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제작이 중단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3월에는 소셜 펀딩으로 영화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목표액 10억원을 채우지 못했고, 십시일반 영화 제작에 힘을 보태기로 한 여러 중소 투자자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결국 지난 7월 첫 촬영이 시작된 것입니다.

 

 

 

결국 바람 잘날 없었던 지난 몇 년을 거쳐 오면서 제목도 배우도 바뀌게 되었는데요. <26년>에 합류하기로 한 최종 배우로는 진구, 한혜진, 임슬옹이 캐스팅되었습니다. 저는 이중에서 한혜진이라는 여배우를 주목했는데요. 국내에서는 거의 탑스타라 할 수 있는 여배우가 이런 정치적 위험성(?)이 뒤따르는 영화에 선뜻 출연하기로 한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영화 개봉 이후 좌파 성향의 연예인으로 분류돼서 향후 작품 활동에 난항을 겪지는 않을까 싶었던 것이죠.

 

하지만 <한겨레신문> 17일자에 실린 한혜진 인터뷰 기사를 보고 나서 저는 이러한 걱정이 기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영화 <26년>의 배경이 되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의식이 녹아 있었으며, 잘 모르는 역사에 대해서는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넘쳤습니다. 그야말로 배우로서 진정성이 느껴진 순간이었는데요. 영화 <26년>에 배우 한혜진의 생각과 발언은 인터넷 상에서도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으며 순식간에 ‘개념배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녀는 혹시나 영화 출연 이후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걱정할 작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대답에서 그녀의 단호함이 느껴졌는데요. 알고보니 영화에 출연한 것 자체가 그녀의 적극적인 의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3일 만에 출연을 결정했지만 정작 주변에서는 “괜찮겠느냐”는 우려를 보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그녀는 "배우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것뿐인데 어려운 일을 '결심'한 것처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오히려 의아했다"고 합니다.

 

또한 "걱정되는 건 전혀 없어요. 실제 역사인데 뭐가 문제예요? 사람들이 걱정해주는 이유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고 그 사건의 주요 인물이 아직 살아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요?“ 라고 반문하는 모습에서는 당당함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실제 역사인데 문제 될게 뭐가 있을까요? 오히려 <26년>이나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문제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실제 역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증명하는 꼴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당 후보들의 역사의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의 경우 인혁당 사건에 대한 평향된 역사의식과 발언으로 홍역을 치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얽매인 역사관이나 편향된 역사의식이 비단 특정 후보만의 문제일까요? 저는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서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던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6년> 촬영을 하며 밝힌 한혜진의 각오는 새삼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공부부터 했어요. 5·18 관련 다큐들과 사진들을 봤어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내가 연기자로 사는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보람 있는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단순히 시나리오에 적힌 대로 연기를 하고 대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5․18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그때 당시의 상황을 되짚고 또 감정을 대입시키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선은 역사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6년>에서 배우 한혜진이 맡은 역할은 전지 국가대표 사격 선수 심미진 역할입니다. 영화에서 ‘그분’을 저격하는 임무를 맡은 매우 중요한 캐릭터인 셈이죠. 그녀는 자신이 쏘는 총 소리가 사람들의 심장을 깨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적어도 심미진 역할을 맡은 배우 한혜진의 심장은 이미 깨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힐링캠프> 에서는 출연자들과 눈높이를 같이하며 게스트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또 공감해주는 한혜진. 그녀는 끝으로 영화 <26년>으로도 누군가를 '힐링'(치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희생당한 분들과 가족들이 '사람들이 알고 있구나, 우리가 그냥 잊혀져 가는 역사가 아니구나' 하고 알게 되셨으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이 한마디야 말로 영화 <26년>이 제작되어야 할 이유이며, 우리가 역사를 잊지말고 기억해야 할 당위성이 아닐까요? 배우 한혜진이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한겨레신문 및 오마이뉴스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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