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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아무나 하나? ‘추적자’ 백홍석과 ‘유령’ 조현민의 결정적 차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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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의 백홍석(손현주 분)은 딸을 잃었고, 수목 드라마 <유령>의 조현민(엄기준 분)은 아버지를 잃었다. 눈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의 분노는 결국 ‘사적 복수’로 이어진다. 유력한 대권후보 강동윤과 세강그룹을 소유한 조경신을 상대로는 법과 같은 사회적 제도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검사는 나쁜 사람을 잡는게 아니라 잡을 수 있는 사람을 잡는다”는 <추적자>속 대사처럼 두 드라마는 우리 사회 권력층이 어떻게 부조리와 결탁하는지 그리고 그 사회에서 소시민은 왜 절망할 수밖에 없는지 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인다. 이른바 현실을 비추는 것. 그러면서도 정의가 사라진 현실 속에 살고있는 시청자에게 한 가닥 희망도 선물한다. <추적자>는 최정우 검사를 내세우고, <유령>은 박기영(김우현)을 앞세워 두 인물이 왜 ‘사적 복수’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려낸다. 정의의 편에 선 공권력은 비록 그 힘이 미약할지라도 나름대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똑같이 ‘사적 복수’를 결심한 백홍석과 조현민에게도 결정적 차이는 존재한다. 현재 둘의 처한 처지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명확해진다. 우선 조현민은 아버지를 사실상 죽음으로 내몬 작은아버지 조경신을 밀어내고 사적 복수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반면 백홍석의 복수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며, 그의 ‘사적 복수’는 최정우 검사에게 협력함으로써 결국은 사회적 제도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가족을 잃은 분노의 힘은 둘을 똑같이 악마의 길로 내몰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악마’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백홍석은 가진 게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총으로 강동윤을 쏘아 없애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딸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은 묻히게 된다. 그가 원하는 복수는 그런 게 아니다. 그는 강동윤 입으로 진실을 밝히게 하는 것이 진짜 복수라고 생각한다. 그의 ‘사적 복수’가 힘든 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백홍석과 달리 조현민은 가진 게 많다. 현재 그는 세강증권의 대표다. 넘치는 돈을 바탕으로 그는 함정을 파고, 경찰 내부에 스파이를 심고, 심지어 일부 권력까지 자기편으로 조정하며 ‘완벽한 복수’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만약 그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유학생 시절 복수를 꿈꿨다면, 그는 <추적자>속 백홍석처럼 그저 쫓기는 신세에 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자기가 가지 모든 것을 활용했다. 그룹 내에서 힘을 키우고, 끝내 자신의 아버지가 느꼈을 배신감과 치욕감을 그대로 작은 아버지에게 돌려주고 있다.

 

 

 

만약 백홍석이 힘없는 경찰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서 강동윤과 대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었더라면 백홍석의 ‘사적 복수’는 아마 조금 더 통쾌하게 진행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유령>의 조현민처럼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피해자’에게 시청자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일 방송을 통해 조현민의 과거가 밝혀지자 그의 복수를 ‘이해’할 수 있겠는 됐지만, 백홍석의 복수처럼 ‘응원’까지 보낼 수는 없는 것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복수’라는 설정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구조의 뼈대를 이뤄온 중심 축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이 문명사회를 이룩하기 전인 부족국가 시대에도 집단의 규율과 원칙이 ‘사적 복수’를 대신해왔다. 때문에 범법자에 대한 사회 제도의 ‘형벌’이 균형을 잃고 무용지물이 된다면 ‘사적 복수’가 횡횡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사적 복수’마저 ‘있는자’와 ‘없는자’에 따라 달라진다면 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법과 정의가 실종된 사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두 드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므로 법과 정의가 바로서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 중 99%는 조현민이 아닌 백홍석이기 때문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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