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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미스터>가 7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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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영된 <나는 가수다>는 가히 ‘파격적’이라 평가할 수 있는 무대들의 연속이었는데요. 우선, 80․90 가요가 주를 이루던 이전 무대와는 달리 2000년대 이후의 가요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범수가 보여준 <외톨이야>와 장혜진의 <미스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는데요. 마치, ‘아이돌 노래 특집’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질 만큼 댄스곡과 아이돌 노래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이번 주 방송은 ‘색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제작진의 강박관념이 고스란히 표출된 거 같아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했습니다.

 


<나가수> 초반, 소녀시대의 <런데빌런>을 소화하느라 고생했던 YB의 모습을 보면서 <나가수> 무대에서 아이돌 노래가 성공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주 <유고걸>을 부른 옥주현과 <미스터>를 부른 장혜진이 각각 6위와 7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며 조금 더 그 이유가 확실해 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돌 노래가 왜 나가수 무대에서 성공할 수 없는지에 3가지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앞으로도 <나가수> 제작진이 아이돌 노래를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아마도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1. 가사에 집중할 수 없는 아이돌 노래

 


YB는 이미 <런데빌런> 무대를 선보일 당시, “가사가 잘 외워지지 않는다”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요. 아무런 의미도 뜻도 없는 가사를 외워야 하는 그 고충에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이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뿐만 아니라, 청중과 시청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인데요. 눈을 감고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와 무대를 즐기고 싶은 청중의 입장에서 아이돌 노래의 의미없는 가사는 오히려 ‘무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분명 김범수가 <외톨이야>를 부르고, 장혜진이 <미스터>를 부른다면, 부른다는 그 자체가 화제가 될 것이고, 무대 자체도 나쁘게 꾸며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기까지의 제작진 의도는 분명 옳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뛰어난 가수가 온다고 해서 “외톨이야 외톨이야 다리다리 따라 뚜~”라는 가사를 가지고 감동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진지한 목소리로 “이젠 날 봐바 mister, 한참 바랬어 mister, 이름이 뭐야 mister~”하는 부분은 오히려 코믹하기까지 합니다.



한번 듣고 흘려버리는 가사, 그 가사 안에 어떤 희노애락도 담을 수 없는 단순한 단어의 조합. 비록 편곡과 무대가 훌륭하다 할지라도 나가수 무대에서 아이돌 노래에 푹 빠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잘 외워지지 않는 가사’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2. 지워지지 않는 아이돌의 잔상, 오히려 역효과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바로 청중과 시청자들은 노래의 제목을 듣는 순간 원래 그 노래를 불렀던 가수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사실입니다.

 


퍼포먼스가 화려하지 않았던 80․90 노래의 경우에는 가수의 얼굴과 그 노래의 선율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미스터>는 카라의 엉덩이 춤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장혜진이 <미스터>를 부르겠다면 화려한 옷을 입고 나왔을 때, 엉덩이 춤을 떠올리지 않았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그 순간, 장혜진은 카라의 이미지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유고걸>을 부른 옥주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노래 스타일을 완전 다르게 편곡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보여주겠다고 각오했겠지만, 사실상 그런 전략은 이소라의 <넘버.1>을 뛰어넘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효리를 뛰어넘는 댄스를 보여준 것도 아닌, 옥주현의 <유고걸>은 그저 옥주현이 노래와 춤을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있는 가수다 라는 점을 확인시켜 줬을 뿐 어떤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장혜진의 경우는 더 최악입니다. 카라의 엉덩이춤을 떠올리는 관객 앞에서 장혜진은 그저 진지한 목소리로 의미없는 가사를 읊어댈 뿐이었습니다.

 


‘하얀 찢어진 스키니진을 입고 나온 만큼 언젠가는 엉덩이춤을 보여주겠지’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장혜진의 <미스터> 노래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흥겨움을 강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지만, 사실상 <미스터> 노래는 엉덩이 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흥이 나는 노래지, 그 노래만 가지고는 신날 수가 없는 노래입니다. ‘지워지지 않는 아이돌의 잔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비록 무대 말미에 엉덩이 춤을 선보이기는 하지만, 그냥 살짝 흉내낸 정도였을 뿐이었고, 또 한없이 부족해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장혜진이 무대를 선보인 곳은 일반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나는 가수가>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녀의 도전하는 모습에는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외톨이야>를 통해 3위라는 성적을 기록한 김범수는 참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씨엔블루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는 청중과 시청자들에게, <외톨이야>라는 노래는 아무리 편곡을 잘해도, 기교를 섞어 불러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전달해 줄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한번 신나게 불러서 그 순간의 흥을 살리는 게 낫겠지만, 이 역시 무대가 끝나고 나면 금방 잊게 되는 휘발성 강한 전략에 불과한 것이죠.

 


그래서 김범수는 탭댄스를 접목시켰고, 우리는 씨엔블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김범수의 외톨이야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김범수가 기타를 매고 나와 외톨이야를 불렀다면, 이번주 7위는 장혜진이 아닌 김범수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3. 누가 뭐라 해도 <나가수>는 귀로 듣는 무대

 


최근, <나는 가수다>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노래나 가수들의 무대에 대한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지금의 <나가수> 상황을 가장 잘 짚어낸 평가를 찾아보자면, 바로 <나가수> 무대가 점점 퍼포먼스화 되어간다는 점과 고음과 에너지를 발산하면 무조건 상위권이라는 평가입니다.

 


물론 최근의 <나가수>가 그랬던 것은 사실입니다. 워낙 노래 잘부르는 가수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다 보니, 조금 더 튀고 특색 있고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 준 가수들에게 높은 점수가 갔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무언가에서 시각적 효과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행은 늘 돌고 도는 법입니다. 시각적 효과가 강렬했던 무대들로 가득찼던 이번 주 1위는 오히려 아주 무난하게 발라드를 자신의 창법으로 소화한 김조한의 <I believe>였습니다. 최근 두 번의 무대에서 에너지를 한껏 뿜어냈던 YB 역시 힘을 좀 뺀 모습을 보였지만 4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고요. 남행열차를 구슬프게 불렀던 조관우가 자신이 7위라고 예측했지만 5위를 거둔 것 역시, <나가수>가 다시금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거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해 볼 수 있는 근거인거 같습니다.



 





크게 소리를 질러 터트리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역시 그 바탕에는 듣는 이의 귀를 살랑살랑 간질이고 또 때로는 시원하게 긁어주는, 그런 노래와 음악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나가수> 팬들은 ‘김연우 학습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들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와 눈을 어지럽히는 시각적 효과를 위해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하고 또 무대에서는 청중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나가수>제작진은 자꾸 출연 가수들에게 ‘아이돌 노래’라는 맞지도 않는 옷을 입히는 어리석은 판단을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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