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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10회 : 소름끼쳤던 김석주(김명민)의 한마디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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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 드라마 <개과천선>속 김석주(김명민 분) 변호사가 위기에 빠졌다. 유림그룹을 향하던 검찰의 칼끝이 과거 박동현(이정헌 분)의 M&A 관련 담당 변호사로 일했던 김석주를 향한 것이다.

 

5일 방영된 <개과천선> 10회에서 김석주 변호사는 주가조작 혐의를 뒤집어썼다. 검찰은 김석주 변호사의 사무실과 집안을 압수수색하여 그의 차명계좌와 국세청에 신고 되지 않은 거액의 자금을 찾아냈다. 기억을 잃은 김석주 입장에서는 뭐라고 해명할 수조차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김석주 변호사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사는 과거 그에게 법정에서 패한 바 있어 개인적인 앙금을 가지고 있다. 없는 증거라도 만들어서 김석주를 옭아매려고 혈안이 돼 있는 만큼, 그의 방에서 차명계좌와 해외자금이 발견된 이유는 향후 이 드라마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름끼쳤던 김석주(김명민)의 한마디

 

그렇다면, 김석주 변호사는 정말로 주가조작에 가담하거나 혹은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는 등 비리를 저질렀던 것일까? 기억을 잃기 전의 김석주 변호사를 떠올린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기억을 잃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과거 그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 그저 돈과 명예만 쫓는 속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동안 법의 허점, 법의 맹점, 그리고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이용하며 법정에서 승리를 거둬왔던 그가 자신의 치부를 그렇게 쉽게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익을 이해 법을 이용하면 이용했지, 스스로의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거란 이야기다.

 

 

 

 

설령, 그가 비리나 부정을 저질러 자본을 축적한 것이 ‘실체적 진실’이라 하더라도, 김석주는 분명 ‘합법적으로’ 본인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놨을 것이다. ‘불법’을 '합법‘으로 교묘히 포장하는 기술이야 말로, ‘에이스’라 불리던 시절 그가 주로 맡아왔던 일이 아니던가.

 

물론, 이날 기억을 잃은 김석주는 자신에게 차명계좌와 해외자금이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스스로를 변호하기 바빴다. 그의 말대로 차명계좌는 해외 고객으로 착수금을 계좌로 받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계좌일 수도 있고, 신고되지 않은 금액은 연말에 몰아서 하려고 미뤄뒀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직까지 ‘실체적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검찰은 그저 정황증거만 가지고 김석주를 몰아세우고 있는 중이며, 김석주는 아직 과거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다만, 이날 방송에서 소름끼쳤던 것은 검찰의 압박에 대응하는 김석주 변호사의 태도였다. 그는 끝까지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려 했으나, 검사가 ‘긴급수사’까지 언급하자 끝내 “기억에 없다”고 응수했다. 김석주야 기억을 잃었으니 “기억에 없다”고 말한 것뿐이지만, 이 한마디가 시사하는 바는 결코 적지 않다. 김석주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던 검사 역시 김석주의 이 한마디에 조사를 끝낼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기억에 없다”란 한마디는 때때로 실체적 진실과 법마저 무력화 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미 우리는 법정에만 서면 ‘모르쇠’로 일관하며 ‘기억상실’에 걸리고 마는 고위 공직자, 정치인, 기업 총수 등을 많이 봐오지 않았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김석주의 한 마디는 그래서 더욱 소름이 끼친다. 작가가 어떤 의미에서 이 대사를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한마디 속에는 바로 우리 사회에 산적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하루 빨리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이유가 담겨있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가 되었든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 되었든, 시간이 흘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와 증거들이 사라지게 된다면, 훗날 법정에 선 책임자들의 입에서는 김석주 변호사와 똑같은 말이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석주 입을 통해 들었던 “기억에 없다”란 대사는 나름 통쾌함을 안겨주었지만, 그들의 입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란 소리가 들린다면, 그땐 울화통이 치밀어오지 않을까?

 

그러므로, 지난 대선 당시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단순한 ‘꼬리 자르기’로 그칠 게 아니라 그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하며,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을 구하지 못하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누구인지, 어떠한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그 이유와 진실을 최대한 빨리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엔 없을지 몰라도, 진실은 늘 우리 곁에 살아 숨쉬기 마련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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