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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오직 김명민이어야 했던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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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 <변호인 속> 송우석 이란 캐릭터를 송강호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천만 관객의 가슴을 울린 이 영화의 감동과 여운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변호인> 이란 영화 속에서 송강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MBC 수목 드라마 <개과천선> 속 김명민 또한 그러하다. 6회까지 진행된 이 드라마를 보면서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김석주란 캐릭터는 오로지 김명민이어야 했다는 점이다. 8~9%의 시청률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캐스팅에 있어서 만큼은 흠 잡을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나 대체불가의 배우라는 점을 각인시켜주는 김명민이 존재한다.

 

 

 

 

우선 그는 배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발성이 탁월하다. 발성이 좋은 배우는 대사전달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긴 대사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게다가 김명민의 목소리는 신뢰감이 묻어나는 중저음 톤이다. 이 드라마가 로펌과 법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연관시켜 본다면, 결국 변호사란 직업은 김명민에게 있어 맞춤형 캐릭터인 셈이다. 실제로, 김명민이 의뢰인을 변호하거나 혹은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야 장면에서 그의 목소리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됨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목소리와 발성만이 배우 김명민을 설명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다. 그것은 매우 기본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 그리고 표정하나까지 연기에 동원하는 그의 디테일한 감정표현이야 말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그만의 비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로 활약하며 냉정한 모습을 보여줄 땐 한 없이 차갑다가, 기억상실에 걸려 정 반대의 성격으로 변모했을 땐 또 한 없이 순박해 보이는 그의 표정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다. 그의 연기력이야 이미 <불멸의 이순신>, <하연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거치며 일찍이 증명된 바 있지만, <개과천선>처럼 1인 2역에 가까운 모습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은 분명 또 새로운 도전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김명민은 기억을 잃기 전의 속물 변호사와 기억을 잃은 뒤의 정의로운 변호사를 동시에, 그것도 매우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역시 김명민이라는 찬사가 결코 아깝지 않은 이유다.

 

 

 

 

끝으로 이 드라마에서 그는 다른 배우들과의 ‘어울림’까지 빛난다. 간혹 연기를 잘하는 배우 가운데에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바탕으로 홀로 빛나는 배우가 존재한다. 하지만 <개과천선> 속 김명민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같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카리스마를 뽐내는 김상중과의 투샷에서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지고, 드라마 속에서 오랜 절친으로 등장하는 오정세와는 다소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팽팽한 감정선을 누그러트린다. 그리고 여자주인공인 박민영과 부딪힐 땐 향후 두 사람의 로맨스를 기대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설렘과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웅다웅 하다가 점차 사랑에 빠져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도 김명민의 어울림 앞에서는 전혀 식상함을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김명민은 자신과 호흡을 맞추는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하고, 인물간의 관계와 존재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15일 방영된 6회 끝부분에서 김석주(김명민)는 자신이 나락에 빠뜨린 정혜령(김윤서)의 변호를 자처하며 본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돈’이 되지 않으면 변호를 맡지 않던 그가 누명을 뒤집어 쓴 정혜령을 위해 처음으로 ‘진실’을 위한 변호에 나선 것이다.

 

“당신이 하는 말을 믿을 겁니다”. 권력의 명령이나 자본의 회유가 아닌 오로지 의뢰인의 말을 믿을 것이라는 김석주의 외침은 진실과 정의를 갈구하는 시청자에게 짜릿한 느낌을 안겨줬다. 그리고 김석주를 연기한 배우가 다름 아닌 김명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단순한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닌 현실을 파고드는 일침이 되기에 충분했다.

 

만약 김석주라는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마땅한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명민은 분명 최고이자 최선의 선택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가 그려낼 정의롭고 따뜻한 변호사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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