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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강제 해피엔딩, 조기종영이 부른 참사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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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 26일 종영했다. 백두그룹을 둘러싼 차영우펌과 김석주(김명민 분) 변호사의 재대결은 결국 김석주의 승리로 끝났고, 이에 따라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을 잃을 뻔한 백두그룹은 새로운 경영진과 노사화합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김석주 변호사와 유정선(채정안 분)은 정략적인 연인관계를 벗어나 새로운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부친과의 화해도 이뤘다. 엔딩장면에서 보여준 김석주의 미소처럼 드라마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하지만 성급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기억상실에 걸린 김석주는 끝까지 기억을 찾지 못했고,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권력과 자본을 주물러온 차영우(김상중 분) 로펌은 김석주에게 패배한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했다. 김명민과 라이벌 관계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은 진이한은 마지막 회에 이르러 완전히 존재감을 상실했고, 박민영 역시 김명민과 애매한 관계로 남으며 이야기에 확실한 ‘마침표’을 찍지 못했다. 종영인 듯, 종영 아닌, 종영 같은 이야기로 못내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묶어야 할 매듭은 많은데, 미처 시간이 없어 그냥 통으로 싸맨 느낌이랄까. 예기치 못한 조기종영은 끝내 수작이 될 수 있었던 드라마 한편을 그저 그런 평범한 이야기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한 마디로, 조기종영이 부른 참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억지로 결말을 만들다 보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특히, 이날 마지막 회에 등장한 백두그룹 노동조합 에피소드는 우리사회 노조의 현실과 자본과 권력이 노동자를 어떻게 압박하는 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회라는 한계에 부딪혀 너무 급박하게 진행됐다. 시간이 없다보니 대사를 통한 설명이 주를 이뤘고, 답은 구하지 못한 채 문제 제기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차영우 펌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냈고, 일부러 물리적인 충동을 일으켜 노조 간부원 몇몇을 구속시킬 계획까지 세웠다. 작가는 차영우(김상분 분)의 입을 빌어 이런 수법이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상용하고 있는 ‘노조 프로그램’임을 언급했고, 과거 기업의 편에 서서 일하던 김석주가 설계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사용자 측의 비열한 수법에 맞서 노조원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개과천선’한 김석주는 어떻게 돌파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개되지 못했다. 그것이 작가의 역량 부족인지, 혹은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기종영으로 인한 결과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작가는 최근 파업에 참여하거나 단체행동에 나서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기업 측에서 ‘소송전’으로 맞불을 놓는 상황을 지적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쌍용차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파업을 주도한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이제 기업들에게 있어 하나의 전략이 돼가고 있다. 문제는 관련자 모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핵심 간부 등 개개인에게 소송을 걸면서 궁극적으로는 노조 활동 위축과 조직의 와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개과천선>은 이날 마지막 회에서 이런 과정을 그려냈지만, 허겁지겁 만들어낸 결말 속에 잠깐 포함시킬만한 소재는 아니었다. 최소 2회 분량 이상에서 다루었어야 할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그나마 한 가지 기대를 해본다면, 아직 건재한 차영우 펌과 기억을 찾지 못한 김석주가 언제든지 다시 부딪힐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았다는 점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차영우 펌과 김석주의 대결이 다시금 성사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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