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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14회 : 시청자를 귀찮게 만드는 드라마, 그래도 채널 고정할 수밖에 없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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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 드라마 <골든타임>은 쉴 새 없이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없이 드라마를 보며 심신을 달래고자 하는 사람에게 <골든타임>은 자칫 불편할 수 있다. 아니, 불편한 걸 떠나서 우선 <골든타임> 자꾸 시청자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꽤나 귀찮은 드라마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귀찮음’을 뛰어넘는 매력이 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순 없다. 그동안의 막장드라가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였다면, <골든타임>은 ‘귀찮지만 채널 고정하는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써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골든타임>은 출생의 비밀이나 복수, 치정, 기억상실증 같은 막장요소도 없다.

 

응급실을 배경으로 두 인턴의사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춘 다소 밋밋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방송3사 월화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것은 분명 <골든타임>만의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그 경쟁력은 바로 <골든타임> 의사들의 고민이 시청자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감정이입’에서 시작된다.

 

 

 

27일 방영된 14회 분에서는 오토바이 사고로 혼수상태에 있는 박원국 환자의 다리가 세균에 감염돼 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황에 처했으며, 이를 두고 대립하는 이민우(이선균)와 최인혁 교수(이성민)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실 의식을 잃은 환자의 발목을 절단하는 것은 환자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의학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과연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유도한 이날 방영분의 질문은 이민우에 대한 최인혁 교수의 진심어린 충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주치의 인혁은 "일단 수술을 해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다리 절단을 피할 수 없음을 알렸다. 하지만 민우는 "혈액배양검사를 기다려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제가 주치의라면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며 인혁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리고 환자의 발목을 절단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결국 박원국 환자의 다리 절단 수술이 결정됐고, 망연자실한 민우는 인혁에게 "내 의견과는 상관없이 이미 결정돼 있었는데 왜 절 말리지 않으셨냐"며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인혁은 "다리 절단하면 안 되는 근거 찾느라고 눈이 빨개지게 공부하는 자네 모습이 대견스러웠다"고 답했다. 이어 이날 최고의 명대사가 이어졌다.

 

"내가 염려스러운 건 자네가 혹시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찾은 게 아닌가였다. 다리를 잘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분명히 다르다"고 전해 민우에게 깨달음을 선사했다. 

 

 

 

원하는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과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다르다는 사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마 대다수의 시청자가 자신이 걸어온 삶이나 선택의 순가 등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그만큼 <골든타임>은 대사 한마디, 장면 하나에 의미를 더하며 시청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말 그래도 꽤나 귀찮은 드라마다.

 

<골든타임>은 이전에도 같은날 같은 시각 동시에 응급실로 실려온 형사와 유괴범의 수술을 두고 누굴 먼저 살려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바가 있다. 당시에도 이민우는 형사를 먼저 살려야한다고 주장했으며, 강재인과 최인혁 교수는 유괴범을 살리는 쪽으로 결정했다.

 

 

 

이때에도 이민우는 흥분해서 "어떻게 유괴범과 경찰을 같은 저울에 놓느냐"며 반발했고, 이에 최인혁은 “우린 신도 아니고 법관도 아니다. 전쟁터에서 적군이든 아군이든 같이 치료해야 될 의사가 할 소리인가. 둘 다 살리기 위해서 선택한 길이다"라고 말하며 이민우를 설득했다.

 

모든 생명은 똑같은 무게와 가치를 지닌다는 말은 잘 알고 있지만, 과연 유괴범과 형사 중 한 사람을 먼저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의사가 얼마나 될까? 결과적으로 유괴범을 먼저 수술해서 살린 결과 형사는 죽음을 맞이했는데, 이때 정서적인 동요를 겪지 않고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만약 시청자인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골든타임>은 늘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서 ‘이게 정답이다’라고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최인혁 교수의 말대로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고, 그걸 보면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시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외에도 <골든타임>은 예전 7회에서 또 한 번 시청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바가 있다. 바로 27일 방영분에서 논란의 시발점이 된 박원국 환자가 처음 세중병원에 실려들어왔을 때의 이야기다.

 

교통사고를 당한 박원국 환자를 현장에서부터 병원까지 데리고 온 최인혁 교수는 사표를 낸 상황에도 불구하고 직접 수술을 집도 했으며, 수술 과정에서 혈액이 부족하자 환자의 출혈된 피를 모아 세척한 후 다시 환자에게 수혈하는 ‘셀 세이버’를 시도했다.

 

‘셀 세이버’를 시행할 경우 오염된 피가 환자 몸에 다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위험한 결정이었고, 당시 이민우(이선균 분)는 그런 최인혁 교수를 만류한 바 있다.

 

 

 

 

이 때에도 최인혁 교수는 “의사로서 이순간이 나도 괴롭다. 하지만 지금은 나쁜 것과 좋은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쁜 것과 덜 나쁜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순간이야”라고 말하며, 좋은 선택지가 없을 경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쁜것’과 ‘덜 나쁜 것’ 모두 ‘나쁜것’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므로 아예 선택을 포기하는 방법이 있고, 그래도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차악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둘 다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것’이라는 선택지가 없을 경우라는 전제 하에서 과연 우리의 선택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일말의 생각거리는 던져줌 것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골든타임>은 질문을 던지되 해답은 제시하지 않는다. 처한 입장에 따라 또 자신이 보고 겪은 경험에 따라 답은 달라 질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골든타임>을 통해 시청자는 이민우 입장에서 강재인 입장에서 그리고 최인혁 교수의 입장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 사람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왜 이 의사는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일일이 생각하고 답을 찾는 것은 분명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이 느껴진다면, 그건 모두 이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낸 기적이 아닐까?

 

귀찮지만 <골든타임>에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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