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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깨알디스 자막, ‘무릎팍’의 가능성을 보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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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어도 아주 제대로 숨었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인터넷 팟 캐스트 등 한때 봇물을 이뤘던 시사 풍자 개그가 눈 녹듯 사라졌다. 대체 ‘술래’가 누구이기에 풍자 개그 멸종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그나마 정치 풍자의 생명력을 유지하던 tvN <SLN 코리아>마저 어느 순간 풍자를 포기하고 노골적인 19금 코미디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다. <SLN 코리아> 속에서 하나의 꼭지를 담당하던 <여의도 텔레토비>는 <글로벌 텔레비로>로 이름을 바꿔 달았고, 풍자의 날도 무뎌져만 갔다. 하지만 그마저도 모기업 CJ그룹의 비자금 수사 의혹과 맞물리면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창조경제의 예찬뿐이다.

 

 

 

굳이 꼽으라면, KBS <개그 콘서트> 속 ‘오성과 한음’만이 페이퍼컴퍼니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등을 언급하며 시사 풍자 개그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정도랄까? 풍자는 사라지고 독설과 ‘섹드립’만 난무하는 작금의 예능 현실은 그야말로 일차원적인 웃음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한번 웃고 뒤돌아서면 헛헛함이 밀려온다.

 

그런데 이때 예상치 못한 자막 하나가 이 ‘풍자 개그 멸종시대’에 단비가 되어 내렸다. 주인공은 바로 4일 방영된 MBC <무릎팍 도사>다. 정치 풍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 프로그램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날 <무릎팍 도사>에는 축구선수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무릎팍 도사> 출연 결정 이후 누리꾼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는 박성종 씨는 “가장 심한 댓글이 뭐였냐는 MC의 질문에 “며느리까지 다 데리고 살면서 관리 하겠네”라고 답했다.

 

 

 

 

이때 제작진의 센스 넘치는 자막 하나가 시선을 모았다. 바로 “며느리까지 다 데리고 살면서 관리 하겠네”라는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의 아이디가 ‘Cookjung1’ 로 표기된 것이다. 최근 불거진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댓글 조작 등을 겨냥한 날카로운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무릎팍 도사>와 시사 풍자는 어딘가 맞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MC인 강호동의 이미지를 비롯하여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흐름도 풍자가 끼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강호동의 컴백과 유세윤과 올밴 우승민의 하차 등을 겪으며 개점과 재개점을 반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릎팍 도사>의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풍자 개그야 말로 <무릎팍 도사>가 살아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풍자가 사라진 예능의 전반적인 현실에서는 이런 깨알 같은 자막 하나 조차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때문에 <무릎팍 도사>가 본격적인 풍자 토크쇼로서의 위치를 점하게 된다면 분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MC 강호동이 즐겨 사용하는 명언도 ‘비틀기’와 ‘은유’의 기법으로 얼마든지 풍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무릎팍 도사>의 콘셉트도 스타들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넘어 정치․문화․사회․경제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작진의 의지고, 얼마나 시원한 웃음을 줄 수 있느냐의 여부다.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져 나오는 현실에서, 그것도 예능 토크쇼가 풍자의 성격을 띠기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마치 풍자인 냥 판을 벌여 놓고 결국에는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일갈로 끝난 버린 사례도 많았기에, 섣부른 기대는 위험하다.

 

그럼에도,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국정원 사태를 재미있게 비꼰 자막 한 줄의 여운은 너무도 깊다. 앞으로도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무릎팍 도사>의 용기 있는(?)는 풍자를 기대해 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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