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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3회 : 결핍이 빚어낸 운명, 사랑은 아프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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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서로 닮았다. 살고 싶은 남자 오수(조인성)는 돈이 필요했고, 죽고 싶은 여자 오영(송혜교)은 사랑이 고팠다. 부족함은 욕망을 만들어냈고, 그들은 그렇게 운명처럼 만났다.

 

돈이 필요한 오수는 오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자신과 동명이인 이었던 오영의 진짜 오빠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는 치밀했고, 다들 오수를 오영의 친오빠로 믿었다. 이름만 똑같은 것이 아니라 필체도 같았고, 심지어 어렸을 적 생긴 팔에 화상마저 같았다. 오영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속아 넘어갔다.

 

하지만 오영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시력과 함께 믿을 만한 사람을 모두 잃은 그녀는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 모든 사람들을 믿지 못했다. 모두 자신의 돈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엄마를, 그리고 아빠를 따라 죽고 싶어 했다. 21년에 나타난 오빠가 진짜 오빠인지 믿을 수 없었고, 계속해서 오수를 시험하고 있다. 만약 오수가 진짜 오빠라면 자신의 모든 재산을 넘기고 죽고 싶은 게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녀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

 

 

 

 

14일 방영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3회가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심지어 사랑하는 여자마저 잃고 난 오수는 “숨을 쉬니까 사는 것”이라며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남 부럽지 않은 재력을 갖춘 오영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그 둘이 만나 서로에 대해 궁금해 하고,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운명’이다. 부족함이 이끈, 결핍이 빚어낸 ‘운명’말이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부족함에서 비롯된다. 오수처럼 돈이 부족하든, 오영처럼 사랑과 믿음이 부족하든, 욕망은 모자람에서 시작된다. 그 욕망은 때론 사랑이 되고, 또 때로는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운명으로 마주한 오수와 오영이 앞으로 사랑과 갈등 앞에서 고뇌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방송에서 오영은 오수와의 데이트를 통해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아버지의 정부이자 자신의 보모인 왕비서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그녀는 단지 시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 오수의 표현에 따르면 그저 붙박이 가구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수와의 놀이공원 데이트를 함께하며 그녀는 처음으로 사격도 해보고, 물풍선도 던졌다. 앞이 보여야만 할 수 있는 놀이를 오빠 덕분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영이 던진 물풍선에 맞아 얼굴을 적신 오수. 그런 오수의 얼굴을 닦아주는 오영. 세상을 향해 꼭꼭 문을 닫고 살았던 그녀의 마음속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순간이다.

 

 

 

바람이 분 것은 오영의 마음뿐만이 아니다. 오영의 비밀아지트를 찾아 그녀의 어린시절 비디오 테이프을 본 오수도 오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기 전, 그러니까 오영이 시력을 잃어버리기 전, 그녀는 누구보다 행복했다. 자상한 엄마, 개구쟁이 오빠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곤 했다. 그 추억은 이제 흑백의 영상 속에 갇힌 과거일 뿐이다. 엄마도 없고, 오빠도 없다. 왜 자꾸 오영이 죽음을 입에 달고 사는지 오수는 조금씩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단지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 오영에게 접근한 그이지만, 그는 점점 오영에게 진짜 행복을 전해주고 싶어 한다. 설령, 그게 100일 이라는 시간이 지나 돈 대신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라도 말이다.

 

 

결핍에서 시작된 운명은 필연적으로 사랑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하지만 그 사랑, 결코 아름답지 만은 않을 것이다. 오영과 오수는 서로 상대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오영은 오수에게 없는 돈이 있고, 오수는 오영에게 없는 삶에 대한 애착이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부족한 것을 주고 나면 자신은 또 다른 결핍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운명의 굴레는 두 사람을 쉬이 사랑하게 내버려두지만은 않을 게 분명하다. 그게 오수 혹은 오영의 죽음이 되었든 아니면 이별의 상처가 되었든, 두 사람의 사랑은 아픔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아프니까 사랑이고, 사랑해서 아프다.

 

거짓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오수가 진짜 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영은 곧 알게 될 것이고, 오수에게도 위기가 닥칠 것이다. 결국은 두 사람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어쨌든, 바람은 이미 불었다. 오영에게도, 오수 에게도. 그리고 시청자의 가슴 안에도. 이제 그 바람이 미풍으로 그칠지, 아니면 회오리가 될지, 태풍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오영과 오수, 송혜교와 조인성, 두 사람이 예뻐서 너무도 다행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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