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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1회 : 공민왕-기철, 왕으로서의 리더십 차이 드러낸 결정적 장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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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왕, 그리고 왕이 되려는 남자. 이들의 대립은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왕이 되려는 남자는 권력을 앞세워 왕을 꼭두각시로 만들려 하고 심지어 왕이 말을 듣지 않자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을 모두 죽이려 합니다. 하지만 힘이 없다고 해서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왕이 아닙니다. 우선은 자기 사람을 만들어 힘을 키우고 나아가 권력에 대항, 기득권에 놀아나는 허수아비 왕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백성들을 돌보는 ‘진짜 왕’이 되려합니다.

 

이제야 시작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가슴 아픈 로맨스, 그리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임자커플(최영-은수)의 세기를 뛰어넘는 사랑은 분명 <신의>를 즐기는 커다란 볼거리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힘없는 어린 공민왕과 왕도 무서워하지 않는 절대 권력자 기철의 대립이야 말로 <신의>를 더욱 쫄깃하고 박진감 넘치게 하는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17일 방영된 <신의> 11회 속에서 공민왕과 기철이 나눈 대화 속에는 궁극적으로 공민왕과 기철이 꿈꾸는 왕(지도자)의 리더십이 잘 표현돼 있었는데요. 이 대화를 잘 뜯어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많은 교훈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지난주 공민왕이 점찍은 인재 학살에 나선 기철은 당당히 공민왕을 찾아서 무례한 언사를 일삼았는데요. 이날 방영분에서 기철은 대놓고 공민왕에게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왕이 되라고 종용하였습니다. 또한 기철은 대놓고 왕이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 한 인재를 죽이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지금 왜 전하께서 궁지에 몰리고 전 당당한지 아나요?”라고 물으며 공민왕을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공민왕은 "그대가 원하는 것이 날더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물었는데요. 이 물음에 대한 기철의 대답에서 기철이 어떤 지도자가 되려 하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기철은 “전하께서 미련이 많아서 그렇다. 좋은 왕이 되겠다는 미련이다. 백성들이란 어떻게 해주어도 불평, 불만이 가득한 존재다. 적당히 누르고 밥만 주면 된다. 너무 많이 주면 반역하니까 적당히 모자라게...”라고 말하며 백성이라는 존재를 아주 하찮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아주 날카로운 통치철학이 담기기도 했는데요. 배고픔만 해결해주면 백성은 정치가 어떻게 되든 왕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저는 등골이 오싹하기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철의 이 말은 21세기 대한민국에 대입해도 그대로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밥은 적당히 모자라게 줘야 한다’는 말에서는 기철이 꽤나 백성이라는 존재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철의 생각은 역설적으로 그가 왕이 될 수 없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면, 공민왕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백성들이 좋은 왕을 바라지 않는다? 내 사람이 될 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달 보름 서연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내 사람들이 나에게 왕의 덕목에 대해 가르칠 것이니 들어보라"며 기철에게 반격했습니다.

 

이어 공민왕은 “이 나라에는 협박에 굴하지 않고 적당한 밥에 만족하지 않으며 제대로 된 왕을 원하는 자들이 있다는 걸 내 보여 드리지오”라고 각오를 밝혔는데요. 이 말속에는 기철과 마찬가지로 공민왕의 통치 철학과 백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왕을 원하는 백성’이 있다고 믿는 공민왕은 백성들이 기철이 생각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싶었습니다. 밥만 먹여주면 왕이 무엇을 하든 정치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라, 협박과 적당한 밥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왕을 원하는 민심이 있고 믿는 것이죠. 요즘 말로 표현하면 바로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아닐까 하네요.

 

특히 공민왕의 대사 중 “내 사람들이 나에게 왕의 덕목에 대해 가르칠 것이니 들어보라”는 말 속에는 자신의 신하와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치를 펼치겠다는 공민왕의 통치철학이 담겨있었는데요. 이는 확실히 자신이 절대자로 군림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나라를 운영하고 통치하겠다는 기철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공민왕의 이런 태도는 자신이 첫 번째로 인정한 신하이자 처음으로 받아들인 백성, 최영의 비난을 경청하고 또 그에게 조언을 구하는 모습 등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반면 기철에게 부하란 오로지 자신의 명령을 실행하는 존재일 뿐이지요.

 

 

 

물론 우리는 ‘기록된 역사’를 통해 기철이 공민왕에게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비록 기철이 “그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선전포고했지만, 은수와 최영이 있는 한 기철 뜻대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마도 미래를 바꾸기 위해 어떤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을 기철에 맞서 은수는 역사가 원래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기철에 맞서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신의 개입으로 역사가 바뀌고 있다고 혼란을 느낀 은수가 머지않아 또 다른 각성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를 바꾸는 개입이 아닌 원래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개입을 하는 것이지요.)

 

어쨌든 백성을 한낱 어리석은 존재로 바라보고, 협박과 밥으로 나라를 통치할 수 있다고 믿는 자가 왕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그것은 고려시대든 조선시대든 21세기 대하민국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리더십으로는 절대 백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공민왕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아마 지도자로서의 이 리더십의 차이가 훗날 공민왕과 기철의 운명을 판가름하지 않을까 싶네요. 볼거리가 많은 만큼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신의>입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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