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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종영, ‘멘붕 결말’에서 빛난 김명민의 실명 연기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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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종영에 가까워지면 꼭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을 이룬다.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고, 풀리지 않았던 사건의 비밀은 무엇이며, 결국 러브라인은 이렇게 끝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예측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결말도 종국에는 크게 두 가지로 모아지곤 하는데, 바로 바로 ‘헤피엔딩 vs 세드엔딩’에 대한 논의가 그것이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그래도 마지막회는 그 자체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7일 종영을 맞은 <드라마의 제왕>은 제작진이 던진 ‘충격적인 반전’이라는 떡밥과 주인공을 맡은 김명민이 ‘과연 실명을 하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더해지면서 결말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드라마의 제왕> 마지막 회가 방영되었다. ‘경성의 아침’은 최고 시청률 32%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고, 앤서니 김과 이고은 작가의 사랑도 결실을 맺었다. 성민아와 강현민은 싸우면서 정이 들어 결국 연인이 됐고, 남국장과 제국 회장도 부자지간의 앙금을 풀고 화해를 했다. 모든 게 순리대로 풀려 마치 ‘해피엔딩’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한 가닥 희망을 품었던 앤서니 김의 실명은 피할 길이 없었고, 자신의 눈보다 드라마 제작이 더 중요했던 앤서니는 미국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대신 ‘경성의 아침’ 마지막 방송 촬영장에 향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맞았다. 바로 촬영 테잎을 방송국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실명도 모자라서 교통사고라니….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앤서니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첫 번째 ‘멘붕’을 겪을 수박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대로 주인공이 허무하게 죽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시간 복선을 깔아둔 실명과 달리 우연에 기반한 교통사고는 개연성도 미약하고, 그동안 짜임새 있는 설정으로 드라마를 이끌어온 장항준 감독의 성격과도 맞지 않아 보였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간 앤서니 김은 심정지 상황에서 맥박이 돌아올 줄 몰랐고, 의요진의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때까지 그의 죽음은 피할 길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세드 엔딩’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앤서니 김은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시청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멘붕’이 찾아왔다. 의료진의 갖은 노력에도 돌아올 줄 모르던 앤서니의 맥박이 이고은 작가가 보여준 눈물과 ‘사랑의 힘’에 덕에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 하여 ‘파워 오브 러브’다. 물론 이 둘이 만약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을 정도의 불타는 사랑을 보여주기라도 했으면 그나마 이해할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앤서니와 이고은 작가는 지난주 ‘눈물 키스’에 이어 이날 방영된 몇 장면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두 사람의 애틋함이 죽음마저 이겨낼 정도로 대단했으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게다가 박동을 멈췄던 심장이 연인의 눈물과 호소에 의해 다시 뛴다는 설정은 과연 <드라마의 제왕>이 2013년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가 맞는지 의문을 들게 할 정도였다. (70, 80년대 흔하고 흔해 빠진 3류 멜로 영화에서도 이정도로 몰염치를 보이진 않았다.)

 

 

 

 

결국 앤서니 김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으며, 이고은 작가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완전히 멀어 앤서니는 앞을 볼 수 없게 됐고, 드라마의 결말은 딱히 ‘해피’인지 ‘세드’인지 한 단어로 규정짓기가 애매해져 버렸다. 차라리 비극을 감수하더라도 앤서니라는 캐릭터에게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을 꼭 안겨줘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이날 마지막회 방송은 그동안 <드라마의 제왕>이 벌여 놓은 이야기에 비해 조금은 급하게 마무리를 지은 것 아니냐는 느낌이 강했는데, 죽었어야 할 앤서니를 급하게 살리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다보니 ‘파워 오브 러브’에 의지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아니라면 한쪽 시력만이라도 앤서니가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래저래 ‘멘붕 결말’ 패키지를 선사해준 <드라마의 제왕>이지만, 그래도 마지막회에 있어 하나의 수확은 있었다. 그것은 이날 방송을 본 모든 시청자가 공감하는 부분인데, 바로 ‘명민좌’의 실명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극 후반, 기적적으로 살아난 앤서니 김은 시각 장애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그는 방송국 관계자 앞에서 앞으로는 라디오드라마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두 눈은 뜨고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명민은 일부러 초점을 잃은 것처럼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혹은 눈동자를 한곳에 고정시킨 뒤 마치 다른 곳을 보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진짜 시각 장애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실감났다고 표현하는 거 자체가 시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죄송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완벽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게다가 끝 부분에서는 시각 장애인들이 많이 쓰는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함으로써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이날 ‘멘붕 결말’에서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역시 김명민의 연기투혼이었던 셈이다.

 

 

 

이제 <드라마의 제왕>은 끝이 났다. 7~8%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시청률은 ‘연기본좌’ 김명민과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 장항준 감독의 만남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고 잘못된 관행을 지적했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부디 빠른 시일 안에 김명민의 차기작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그동안 계속해온 <드라마의 제왕> 리뷰도 오늘로 마무리를 짓겠다.

 

*그동안 <드라마의 제왕> 리뷰를 열독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부터는 <야왕>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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