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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같은 드라마, '개과천선'이 남긴 것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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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소설을 쓰고, 작가는 뉴스를 만든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몇몇 드라마와 세월호 참사 이후 그 민낯이 드러난 언론을 비교해보면, 작가와 기자의 역할이 바뀐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자들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로 전락하는 동안, <골든타임>, <빅맥>, <개과천선>과 같은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정의에 목마른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할 작품은 역시나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다. <빅맨>과 <골든타임>이 우리사회 상류층과 자본이 어떻게 권력을 세습하고 서민들을 농락하는지 보여줬다면, <개과천선>은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와 지금은 흘러간 부조리한 사건들을 국민들에게 다시금 환기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기업의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어민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거기에 대형로펌이 개입함으로써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야기에서 시청자는 어렵지 않게 '태안 기름유출 사건'을 떠올린다. 또 대형은행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파생상품 영업을 벌이고, 그 파생상품이 문제가 되어 결국 중소기업이 줄지어 부도처리되는 에피소드는 자연스레 지난 2009년의 키코사태를 연상시킨다.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개과천선>이 방영되는 동안 동양증권과 진로그룹처럼  매각처리된 기업들의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되는 이유는 이 드라마속에 등장하는 소송들이 대부분 실제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극적인 재미를 최우선으로 하는 드라마가 실제 사건에서 벌어진 모든 것을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다. 제 아무리 작가가 세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상황을 그려낸다 하더라도, 연기와 연출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그 진실이라는 것은 상당부분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과천선>은 뉴스도 아니고, 탐사보도프로그램도 아니다. 허구에 바탕을 둔 드라마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 속 상황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또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다. 마치 뉴스를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자본과 권력 거기에 대형로펌이 결탁하여 벌이는 부조리한 행태를 마치 현미경으로 응시하는 듯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이란, 그 어떤 탐사보도프로그램의 기자보다 뛰어난 듯 보인다.

 

어쩌면, 드라마로서 <개과천선>이 갖는 의미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로서 갖춰야 할 이야기의 재미 또한 최근 방영 중인 그 어떤 드라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런데 거기에 '뉴스 같은 드라마'라는 수식어까지 얻어가고 있다. 정의에 목마른 시청자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나간 사건마저 다시금 언론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고 있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선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서 말이다.  

 

 

 

조기종영이 결정된 <개과천선>은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앞두게 됐다. 어떤 사건들을 작가가 더 준비해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야기의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도 얼마든지 호평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제2의 <개과천선>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분명 이어질 것이다. 일부 시청자가 제기하고 있는 시즌제 추진 역시 뉴스가 제 역할을 못해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라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뉴스보다 더 뉴스 같았던 드라마 <개과천선>. 정말로 '개과천선'해야 할 존재들이 새롭게 거듭나지 한 시청자는 늘 기억하고 기다릴 것이다. '최희라' 라는 작가의 이름 석자와, 그녀가 들고 올 또 다른 작품을 말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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