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아이돌은 왜 예능과 드라마로 몰리나? 포스트 아이돌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지난 2007년 5명의 귀여운 소녀들이 발표한 하나의 노래가 우리나라 음악시장을 뒤흔들었다. 2000대 들어 ‘대세’로 평가받던 미디엄템포 발라드와 ‘소몰이 창법’은 원더걸스 ‘Tell me’ 앞에 속속 무너졌고, 이후 중독성 강한 후크에 따라 포인트 안무가 곁들여진 이른바 ‘아이돌 음악’이 음원 시장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아이돌 2세대의 황금기가 시작된 것이다.

 

원더걸스로 시작해서 원더걸스로 끝난 아이돌 2세대

 

원더걸스가 문을 열고 소녀시대가 바통을 이어받은 아이돌 산업은 그 끝을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걸그룹은 만들면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연예기획사에서 걸그룹 중심의 아이돌을 시장에 내놓았으며, ‘아이돌 음악 빼면 들을 음악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너도나도 ‘후크송’을 만들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음악과 대중문화는 사실상 ‘아이돌’과 동음이의어로 존재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돌 음악이 음원시장에서 힘을 잃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내놓으면 성공한다”는 걸그룹과 후크송의 공식마저 깨져버렸다. 최근 음원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음악들만 살펴보더라도 아이돌 중심의 후크송 보다는 어쿠스틱 버전의 발라드나 70·80년대 포크송 창법을 구사하는 가수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버스커버스커’는 그 대표적인 예라 볼 수 있고, 최근에는 힐링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가슴을 적시는 부드러운 음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2012년 중후반부터 시작돼 2013년 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몇몇 아이돌과 그들의 음악은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K-pop을 이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열풍’에 빗대어 보면 이제 아이돌 음악은 하나의 ‘장르’로 굳어져 가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다. 사실상 아이돌 2세대의 황금기는 끝이 났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끝에는 아이돌 2세대의 시작을 알린 원더걸스 선예의 결혼이 있었다. (아이돌의 황금기는 원더걸스로 시작해서 원더걸스로 끝난 셈이다.)

 

아이돌은 왜 예능과 드라마로 몰리나?

 

생각보다 일찍 수명이 다한 아이돌 음악 때문일까. 제작사들은 이미 만들어 놓은 아이돌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냈다. 서로 다른 그룹의 멤버들을 섞고 조합해서 최상의 ‘케미’를 찾는가 하면, 음악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아이돌 멤버들이 예능과 드라마로 몰리는 이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수들의 음반을 홍보하거나 그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출연하던 예능과 드라마가 이제는 아이돌에게 또 다른 시장으로 선택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 제작사들은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아이돌 음원시장 대신 해외 판권을 염두 해 놓고 제작한 드라마, 그리고 2·3차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소속 가수들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윤아가 출연한 <사랑비>와 아이돌 커플로 수명을 연장해온 <우리 결혼했어요>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 없는 드라마와 예능을 보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아이돌 그룹은 이제 음원 시장이 아닌 예능과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방영되거나 방영 예정인 드라마만 살펴보더라도 아이돌 그룹 멤버가 나오지 않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다.

 

 

KBS <광고천재 이태백>에는 시크릿의 한선화와 달샤벳의 아영이 조연급으로 출연 중이며, <내 딸 서영이>에는 씨엔블루의 멤버 이정신이 등장하고 있다. MBC <7급 공무원>에는 2PM의 황찬성,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는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출연 예정이다. 17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자하여 기대를 모으고 있는 KBS <아이리스2>에는 비스트 윤두준과 엠블랙 이준이 각각 출연한다.

 

예능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에는 2AM의 정진운이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으며,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은 KBS <달빛 프린스>의 MC로 활약 중이다. 기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수많은 아이돌이 게스트와 MC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영화와 뮤직컬 등 아이돌 멤버들의 도전은 장르를 불문, 그 외연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생경하지도, 또 놀랍지도 않은 일이 돼버렸다.

 

 

이제는 포스트 아이돌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

 

물론 이들 중 몇몇은 출중한 연기력과 예능감을 검증 받아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고, 흘린 땀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그룹 기획 단계에서부터 예능과 연기 그리고 노래와 춤 등 전문분야를 세분화시켜 멤버를 뽑은 만큼 결국은 자기하기 나름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한때 음악시장이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발생했던 몇 가지 문제가 예능과 드라마에서 고스란히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경계해야 될 일이다. 수년간 음원 시장은 인기 아이돌 음악이 점령하다시피 했고, 너도나도 아이돌 그룹을 내세우면서 대중의 피곤함은 상당기간 지속됐다. 이제는 그 피곤함이 예능과 드라마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2세대 아이돌의 황금기가 끝나면서 이들이 드라마와 예능으로 몰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치더라도, 언제까지나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아이돌 음악이 하나의 장르로서 굳어져 가는 상황에서,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아이돌 홍수’는 분명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제 갓 10살이 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그들을 음악과 예능, 드라마와 영화 인력으로 수혈하는 방식은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포스트 아이돌시대, 이제는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이돌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 버튼을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