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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사과에 담긴 숨은 의미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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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꺼낸 이야기가 결국 제작진의 사과로 이어졌다.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측은 지난 23일 방영된 방송 내용이 가수 리사를 배려하지 못했다며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다. 송창의와 리사의 결별을 토크 소재로 활용함에 있어 당사자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날 김구라는 게스트로 출연한 송창의에게 리사와 헤어진 이유를 물었고, 이후 송창의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기승전-리사’로 진행됐다. MC들은 재미를 위해 두 사람의 결별에 집요함을 보였겠지만, 문제는 바로 이 웃자고 꺼낸 이야기가 전혀 웃기지 않았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뭐든지 “쿨”하게 대답하겠다던 송창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보였고, 리사 역시 방송 후 트위터를 통해 “잘 지내고 있는데. 왜 그러세요. 저한텐 웃기지 않아요”라며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의 반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송 후 <라스>의 사생활 들추기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가 하면, 당사자에 대한 배려 없이 실명을 거론한 김구라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재미있었던 건 오로지 질문을 던지 MC들 밖에 없는 모양새다.

 

 

 

 

<라스> MC들과 제작진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왜냐하면 헤어진 연인을 언급하거나 결별을 토크의 소재로 활용한 게 이번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생활 들추기나 실명 토크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쌈디와 레이디제인이 나와 서로에 결별을 웃음소재로 활용할 땐, 재미있다는 반응이 더 우세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대중의 정서가 달라진 것일까. 핵심은 바로 달라진 <라스>에 위상에 있다. 못 나와도 10%를 넘기던 시청률은 어느새 5%를 간신히 유지할 만큼 반토막 나버렸고, 초창기 <라스>가 전해주던 신선함도 이제는 식상함으로 다가올 만큼 익숙한 패턴이 돼버렸다.

 

또, 술자리에서나 나눌법한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공중파 방송으로 지켜본다는 카타르시스도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돼버렸다. 왜냐하면 종편과 케이블을 틀면 <라스>보다 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토크쇼를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작진의 사과는 바로 지금 <라스>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준다는 점에서 꽤나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동안 <라스>의 상징이라 여겨왔던 독설과 배려 없는 토크, 그리고 사생활 들추기와 폭로전이 이제는 <라스>의 발목을 잡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예전처럼 시청자에게 절대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비록 불편한 소재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웃음’으로 포장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년간 <라스>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오랜 기간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재미로 논란을 잠재워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제작진의 발 빠른 사과에서 드러나듯, 이제는 논란을 잠재울 만큼의 큰 재미를 <라스>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슬아슬한 수위조절을 통해 지금껏 균형을 유지해온 <라스>가 이제는 한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더라도 웃기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문제라기보다는, 지금의 <라스>는 웃기지 않다는 데 위기의 본질이 있다. 종편과 케이블을 통해 <라스>식 토크쇼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지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라스>를 봐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껏 지켜온 정체성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할 것인가. 시청률 하락과 재미 상실이라는 위기 앞에서 이제는 <라스>가 대답할 차례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면,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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