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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8090특집’, 홍보 위해 정체성 포기한 아쉬운 방송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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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때까지만 하더라도 또 하나의 레전드급 방송이 만들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백투더 8090’ 특집으로 진행된 2<런닝맨>은 김완선, 박남정, 강수지, 소방차 등 80,90년 대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던 ‘전설’들이 게스트로 초대됐는데요. 지난 ‘X맨’ 특집 당시 시청자에게 추억과 향수를 선사했던 <런닝맨>인 만큼 이날 역시 80,90년대 문화를 복기하면서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이날 초대된 게스트를 소개하는 ‘오프닝’때 까지만 하더라도 멤버들은 80,90년대 의상을 입고 등장, 당시 유행했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상황극을 연출하는 등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해주었습니다. 특히 김완서, 박남정, 강수지, 소방차 외에 또 한명의 80,90년대 ‘레전드’가 초대되었다며 터보의 ‘검은 고양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에는 ‘역시!’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와는 달리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김종국이 어슬프게 터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아올았고, 시청자는 마치 1995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런닝맨>에서 느꼈던 즐거움은 딱 여기까지 였습니다.

 

 

 


잔뜩 기대를 심어준 레이스 콘셉트 ‘타임머신’은 그저 8090팀과 런닝맨 멤버들이 차를 나눠타고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는 것 뿐이었으며, <런닝맨> 특유의 추격전이나 이름표떼기 대신 펼쳐진 ‘명랑운동회’, ‘펀치대결’, ‘쟁반노래방’ 등의 게임은 ‘루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날 멤버들이 ‘타임슬립’한 것으로 설정한 1982, 1998, 2002년은 딱히 연결시킬만한 시대적 공통점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 80,9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재해석이나 감성적 접근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대체 왜 ‘8090특집’을 진행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초대된 게스트가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다보니, 뛰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감은 과감히 포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스트 특성상 <런닝맨> 특유의 추격전이 성립할 수 없다면, 과거로 되돌아 간다는 ‘타입슬립’ 콘셉트를 활용하여 변형하여 얼마든지 색다른 레이스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날 제작진이 첫번째 과거로 설정한 1982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그저 ‘명랑운동회’를 진행하기 위한 의미없는 연도일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8090팀과 런닝맨 멤버간에 펼쳐진 ‘명랑운동회’는 과감히 물 속에 몸을 던진 광수와 하하 등 기존 멤버들의 몸개그만 빛났을 뿐 이날 초대된 게스트들의 적극적인 망가짐이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1982년 ‘명랑운동회’에 이어 두번째로 타임슬립한 연도는 바로 1998년이었습니다. 1998년은시청자에게 있어  IMF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매우 특별한 해인데요.다. 사회적으로는 아주 힘들었던 시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말부터 아이돌 문화 등 대중문화가 꽃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로 기억될만한 사건과 추억이 많은 시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런닝맨> 제작진은 기껏 1998년을 두번째 ‘타임슬립’ 시대로 정해놓고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8090팀과 런닝맨 멤버들은 그저 오락실에서 ‘펀치 대결’을 하는 것으로 두번째 게임을 마쳤는데요. 대체 오락실에서 ‘펀치 대결’을 펼치는 것과 1998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80년대와 90년에 활약한 가수들을 모아 놓고는 굳이 ‘힘 대결’을 펼쳐야 했는지도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이 ‘타임슬립’한 과거는 바로 2002년 인데요. 2002년은 바로 ‘꿈은 이루어 진다’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故 전 노무현 대통령을 우리나라 16대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바로 그 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런닝맨> 제작진은 2002년을 ‘쟁반노래방’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멤버들은 2002년으로 이동하여 ‘쟁반노래방’미션을 수행하였는데요. 나름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오랜만에 다시 보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짧은 시간안에 두팀이 대결을 펼치다보니 워낙 편집분량이 많아 그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기엔 한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앞선 3번의 ‘타임슬립’과 미션 대결을 통해 양 팀이 획득한 구슬이 최종 미션에서 별다른 변별력을 갖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전까지 <런닝맨>은 게임에서 승리하여 얻은 힌트나 물건이 최종미션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해 왔습니다. 때로는 이름표 떼기에서 유리한 힘과 스피드를 극복할 수 있을만큼의 결정적인 힌트와 초능력이 부여되곤 했는데요. 이날 멤버들이 게임에서 승리하여 얻은 구슬은 그 크이와 재질에서만 차이가 있었을 뿐, 마지막 최종미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런닝맨>이 프로그램의 상징처럼 작용하는 ‘이름표 떼기’를 포기하면서까지 이날 시도한 최종미션 구슬게임은 그 방송분량이 5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면서 의미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날 <런닝맨>은 프로그램의 정체성까지 포기하면서까지 시도한 ‘8090 특집’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최악의 방송이었는데요. 이는 <런닝맨>80,90년대에 대중문화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차원에서 이번 특집을 꾸민 것이 아니라, 단지 이날 초대된 게스트를 홍보하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발생한 촌극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알고보니, 이날 초대된 게스트 소방차와 김완선, 박남정, 강수지는 올 연말 ‘젊음의 행진 레전드’라는 이름의 합동 공연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올 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97’과 같은 복고 열풍에 기대 국내 가요계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19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빅쇼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공연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들을 급하게 게스트로 섭외하여 프로그램을 꾸미다 보니 80,90년대 대중문화와 그 시대를 추억할 만한 매개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얼마든지 의미를 부여하여 재밌게 꾸밀 수 있었던 ‘타임슬립’ 콘셉트를 이렇게 감동도 재미도 없는 특집에 활용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게스트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레이스를 꾸미다 보니 프로그램의 정체성마저 잃어 버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런닝맨>의 장점은 누가 게스트로 나오든지 자연스레 <런닝맨>의 분위기와 환경에 녹아들어 마치 원래 멤버인양 활약하고 뛰어 노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두번다시 이런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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