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릴리m'에 해당되는 글 1건

  1. ‘K팝스타’는 어쩌다 ‘K팝천재’가 되어버렸나? 8

‘K팝스타’는 어쩌다 ‘K팝천재’가 되어버렸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K팝스타’는 어쩌다 ‘K팝천재’가 되어버렸나?

 

“천재, 천재, 천재….”

 

매주 쏟아져 나오는 ‘천재’들로 인해 이제는 누가 진짜 천재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린 거 같다. 한평생 음악에 종사해온 전문가들이 “천재”라고 하니 분명 출중한 능력이 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천재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누가 천재인지 경쟁하듯 찬사를 늘어놓기 보다는, 누가 스타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줘야 하지 않을까? 오죽하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친구를 뽑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난 ‘천재’를 찾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조롱마저 새어나올까.

 

지난 28일 방영된 SBS <K팝스타4>에 또 다시 천재가 등장했다. 벌써 몇 번째 인지 모르겠다. 매주 1~2명씩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천재’가 등장하곤 하니, ‘천재 10호’ 정도는 되는 거 같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 날아온 릴리M이다.

 

 

 

 

‘가능성 조’에 편성되어 랭킹오디션을 치른 릴리M은 이날 방송에서 데미 로바토의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를 선보였다. 깊은 감정 표현이 요구되는 곡이니 만큼 이제 13살에 불과한 릴리M이 소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는 선곡이 아니었나 싶었다. 심사위원들조차 이 점을 염려했다. 아직 어리고 작은 릴리M이 과연 원곡을 제대로 이해하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릴리M은 앳된 얼굴과는 다르게 수준급의 노래 솜씨를 선보였다. 나이와 다른 감정처리도 돋보였고, 완급조절 역시 뛰어났다. 안정감 있는 호흡을 기본으로 고음도 무난히 소화했고,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음역대의 변화도 매우 자연스러웠다. 릴리M은 분명 이날 방송에서 가장 돋보였으며, 다음 라운드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인지, 그리고 양현석의 말처럼 10년 동안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의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인지는 모르겠다. 아직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부르기에는 한국말에 서툰 부분이 있고, 또 어떤 장르를 불렀을 때 릴리M의 매력이 가장 극대화될 수 있는지도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릴리M에 대한 자신들의 들뜬 감정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먼저 박진영은 예의 그 경의로운(?) 표정과 함께, “놀랍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완벽한 호흡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너무 완벽해서 할 말이 없다”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유희열 역시 “감정을 표현하기도 복잡하다. 흉내 내서 될 곡이 아닌데, 그냥 자기 노래를 부른 거 같았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나마 두 명의 심사평은 마짐가 양현석에 비한다면 얌전한 축에 속했다. 시종일관 흐뭇을 미소를 감추지 못했던 양현석은 “지금까지 봤던 또래 중 1등이다.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못 볼 것 같다”며, 릴리M의 천재성이 믿기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또 그는 “YG로 온다면 YG가 아주 잘 될 것 같다”면서 그녀가 앞으로 크게 성공할 것임을 확신했다.

 

 

 

 

심사위원들의 극찬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더라고, 이날 방송을 통해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과연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특별한 능력을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대형 기획사에서 캐스팅하여 훈련을 받으면, 정말로 ‘K팝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것일까?

 

글쎄…. 쉽게 장담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아니, 조금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기획사가 스타를 키우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추억속의 가수가 대중들의 성원에 힘입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고, 팬들이 찍은 영상(직캠) 하나가 무명의 걸그룹을 대세로 바꿔놓는 시대가 도래 했다. 스타를 만드는 건 대중이고, 그 대중의 취향과 트렌드를 먼저 읽는 기획사야 말로 앞으로의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또 수많은 스타를 만들어낸 기획사라 하더라도, 대중의 기호를 함부로 쉽게 재단하고 예측해서는 곤란하다. 수많은 음악 천재, 연기 천재가 연예계의 문을 두드리고도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해 무명의 세월을 보내기도 하는 게 현실이며, 비록 천재가 아닌 평범한 능력이라 할지라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면 순식간에 ‘스타’로 떠오르는 시대이다.

 

음악을 먼저 시작한 선배로서, 어린 친구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K팝스타’를 찾는 것이지, ‘K팝천재’를 논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는가.

 

“천재, 천재, 천재….” 라고 부르짖는 자신들의 환호성과 극찬이 혹시 또 다른 가능성을 짓밟거나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 심사위원이 한번쯤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글의 무단 도용 및 불펌을 금지합니다.

 

 

반응형